덕후 엄마를 바라보는 딸 04
<덕후 엄마 관찰 일지>를 연재하고부터 엄마를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행동들을 이제는 차곡차곡 모아둔다.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을 가끔 포착하지만 그 모습들을 존중하며 생생하게 글로 옮기기로 했다. 글솜씨가 부족해서 완벽하게 담을 수는 없지만...
얼마 전에는 엄마를 따라 콘서트를 다녀왔다. 처음에는 관람할 생각이 없었는데, 무료한 주말에 문화생활을 즐기고, 브런치에 연재하고 있는 <덕후 엄마 관찰일지>를 쓰기 위한 취재 겸 엄마와 동행하게 되었다.
엄마는 아침에 일찍부터 바빴다. 나갈 준비를 하면서, 동시에 응원법 연습도 한다. 아무리 해도 입에 붙지 않는지 자꾸 버벅거린다. 화장을 하다가 응원법을 공부하고, 다시 화장한다. 틀리면 그 구간을 반복한다. 과연 엄마는 콘서트장에서 완벽하게 응원법을 외칠 수 있을까?
약 1시간 30분 동안 달려서 도착한 콘서트장에는 일찍부터 도착한 사람들이 많았다. 차도 많아서 주차 자리를 찾아서 뱅뱅 돌아야 했다. 티켓을 수령하고 약 1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콘서트장은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이었는데 벚꽃이 예쁘게 펴 있어서 사진 찍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20분 정도 남았을 때 입장했다. 우리의 좌석은 2층이었는데 시야가 생각보다 괜찮았다. 자리에 앉아서 챙겨 온 것들을 주섬주섬 꺼냈다. 슬로건은 무릎 위에, 응원봉 스트랩은 손목에 걸었다. 응원봉에 불이 잘 들어오나 확인하고 인증숏까지 찍는다. 아, 콘서트장에 입장하기 전에는 화장실은 필수다.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움직일 수 없으니(움직일 수 있지만 도중에 나가기가 곤란하다) 미리 비워둬야 한다. 나는 이런 거에 취약하기 때문에 입장하기 전부터 화장실을 무려 5번이나 다녀온 것 같다.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웅장한 노래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이후 다양한 장르의 노래뿐만 아니라 연기, 영상 등 다채로운 구성으로 약 3시간이나 되는 시간을 채웠다. 엄마는 그 시간 동안 두 손 모으고 집중하기도 하고, 감명받아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으며, 벌떡 일어나 기립 박수를 치기도 했다.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화한다면 바로 엄마의 모습일 것이다. 목이 쉬도록 응원하는 열정이 대단해 보였다. 아쉽게도 엄마는 응원법을 외우지 못했다. 한 박자 늦게 외치고, 버벅거렸다. 옆에서 들으니 웃겼다. 열정은 가득인 거에 비해 공부는 부족했나 보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엄마는 콘서트 어땠냐고 물었다. 어떤 대답을 해야 엄마가 만족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순간 엄마는 "당연히 좋았겠지" 라며 한 마디 덧붙였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을 뿐, 나는 대답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