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개봉한 엄정화 감우성 주연의 영화 제목이었는데, 기혼자들로부터 본의 아니게 격한 공감을 이끌어냈었다.
결혼은, 정말... 미친 짓일까?
다음 달이면 만으로 '유부녀 인생' 5년을 꽉 채우게 되는 나. 10년, 20년, 그 이상 결혼생활을 해 온 선배들에 비하면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어린 아기일 수도 있지만... 흔히들 이야기하는 '결혼생활 권태기'인 '3년 차'는 지났으니 결혼 고민이 많을 2-30대 인생 후배들에게 찐 조언 한 마디 해 줄 자격이 되는 걸까?
내게 결혼은 미친 짓이 맞았다. 서로에게 또 가족에게 더 큰 사랑으로 미쳐가는 시간.
나름대로 숨은 원석을 잘 골라냈고, 그래서 하루하루 '참 행복하다' 말하고 있는 이 언니 또는 누나의 썰이 궁금하신가. 그렇다면 하나씩 공개하겠다, 두둥~!
1. '혼잣말' 거리가 쌓이지 않게 해 주는 사람
: 이전의 연애 과정에서는 상대방에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말들이 늘 턱 밑까지 차 있었던 것 같다. 숱한 다툼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쌓인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이렇게 말하면 화내겠지?' '이렇게 말하면 또 싸우겠지?'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고, 이제 좀 그만 싸우고 싶으니 혼자 삭히는 부분들이 점점 늘어갔던 거다. 그런데 지금의 남편과 연애하고 결혼 생활을 해 오는 동안은 혼잣말 거리가 단 1도 남아있지 않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서로 기본적인 코드가 맞았고 더불어 끊임없이 대화를 하다 보니 속상할 일, 억울할 일이 하나도 없는 것. 지금 연애 상대에게 뭔가 할 말이 많은데도 못 하고 있다면, 그래서 혼자 이불 킥을 하고 한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있다면 그 연애,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길. 마음에 켜켜이 쌓인 이야기가 하나도 없는 상태가 얼마나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지 꼭 경험해봤음 한다. 가벼워진 마음 사이로 행복만 채워넣기에도 짧은 인생이다.
2. 경청과 공감 능력이 기본 이상은 되는 사람
: 경청과 공감의 힘,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남편은 나의 크고 작은 문제와 실없는 농담들까지도 눈을 반짝이며 경청한다. 육아나 살림을 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고충들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대안도 제시해 주고 (대부분은 본인이 더 희생하겠다는 쪽이어서 늘 고맙다) 일적인 부분들이나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도 직접 해결해주지는 못할지언정 정말 열심히 들어준다. 나 또한 그러려고 노력하다 보니 우리의 수다는 늘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까지 계속되는 편이다. 인생의 배에 함께 올라탄 사람으로서 세상 단 하나뿐인 동료 항해사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것, 너무 당연한 일 같지만 의외로 쉽지 않다는 걸 주변 몇몇 지인들만 봐도 알 수 있는 것.내가 무슨 말을 하든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반짝이며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잡아라.
3. 나를 나이게, 오히려 더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사람
: 나는 오랜 기간 방송작가라는 이름으로 살아왔지만 유명한 작가는 아니다. 물론 내 필모그래피 중 다수의 사람들이 알만한 작품들도 있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들이 더 많다. 그런데 남편은 늘 내 글이 어마어마한 역작이며 내가 엄청 대단한 작가인 것처럼 얘기해 준다. 브런치나 블로그에 글 하나 올려도 무슨 노벨문학상이라도 받은 것 마냥 띄워주는 사람. 그런 기분 좋은 호들갑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 동력이 되는지 그는 알까. 글뿐 아니라 나란 사람 자체에 대해서도 늘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누가 봐도 평범한 외모에 출산 후 몸매도 엉망이 돼 버렸지만 그는 늘 '예쁘다' '귀엽다'를 달고 사는데 그런 말들은 '내가 그래도 좀 괜찮은가?' 생각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더라. 예쁜 척 똑똑한 척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나를 참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길 바란다.
4. 따뜻한 집안 분위기 속에 성장한 사람
: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결혼 생활에 있어 '시월드' '처월드'의 비중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정도다. '남편, 아내와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시가, 처가 때문에 이혼까지 생각할 때도 있다'는 이야기, 심심치 않게 들어보지 않았는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좀 일찍 눈을 떴던 나, 미혼이던 시절 늘 이상형의 조건에 '따뜻한 가정에서 성장한 사람'을 넣었었다. 몇 억, 몇십 억짜리 새 집을 턱 턱 사 줄 수 있는 재력 있는 집안? 그런 건 나한테 조금도 중요하지 않았다. 가족 간에 온기가 있고 웃음이 끊이지 않는... 그런 '분위기'가 중요했다. 남편과 연애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을 결심할 수 있었던 데에도 그런 요인이 굉장히 크게 작용했다. 첫 만남 자리에서 나를 무척이나 따뜻하게 바라봐주시고 포옹해 주신 시부모님, 나와 처음부터 희한할 정도로 대화 코드가 잘 맞았던 시누이, 그리고 완전체로 함께 있을 때 대화와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모습들까지... 그리고 나의 판단이 정말 옳았다는 건 결혼 후 지금까지 매 순간 확인하고 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이렇게 나를 가치 있게 해 주는 사람과 따뜻한 가족들이 있다면 충분히 미친 듯이 사랑해 볼 만하며 서로에게 미친 듯이 스며들 만하다.당신 옆엔, 어떤 사람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