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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 지망생들에게 건네는 현실조언 1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세 가지
by
온작가
Jul 9. 2021
방송작가로 스무 해를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주변을 좀 돌아보게 됐는데
방송작가를 희망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됐다.
또한 현실적인 정보를 찾기가
의외로 힘든 분야라는 것도.
21년 간 정말 많은 막내작가들과
작가 지망생들을 만나왔는데(못해도 수백 명),
그들이 가장 많이 물었던 질문들을 기반으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를 정리했다.
1. 전공 걱정하지 마라
나는 '방송극작과'를 졸업한 입장이기에
그다지 와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방송가엔 관련 학과 전공자보다
비전공자가 훨씬 많다. 비교가 안될 정도로.
현재 함께 일을 하고 있는 후배들의 경우만 봐도
공대생부터 음대생, 체대생까지 정말 다양한데
관련 학과 전공자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작가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관련 학과를 졸업했든
전혀 관련 없는 학과를 졸업했든
결국 현업에 뛰어드는 동시에
1부터 다시 배워야 되는 건 이 바닥의 '룰'.
관련 학과를 나왔으면
큐시트, 큐카드, 구성안 등의 기본적인 용어에
그나마 익숙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은 별 게 없다.
오히려 비전공자일 경우,
자신의 전공을
하나의 특기로 삼을 수도 있다는 메리트가 있다. 음대생이라면
음악프로그램을 하게 됐을 때
훨씬 능숙하게 할 수도 있을 테고
체대생이라면
스포테이너들이 출연하는 예능이라든지
스포츠 방송에 누구보다 적격일 것처럼.
2. 자소서에 쓸 거 없다 하지 마라
작가 지망생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아본 것 같다.
"경력이 전혀 없는데
자기소개서엔 뭘 써야 하나요?"
그 어떤 사람이라도
자신만의 스토리, 서사가 없는 사람은 없다.
그중 방송작가 일을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잘해 낼 수 있게 만들어 줄
'나만의 경험치'가 1도 없는 사람이 있을까?
내 경험들을 샅샅이 꺼내보자.
'저는 친구들의 고민을
진짜 잘 들어준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설득하는 게 즐거워요'
'저는 스무 살 때부터
수십 가지의 알바를 해 왔기 때문에
진짜 진상들 많이 만나봤는데요,
그런 사람들 대처하는 데 자신이 있어요'
'저는 정말 끈기가 엄청난 편이어서
알바를 해도
기본 2-3년은 했던 거 같아요' 등등
하다못해 방송을 정말 좋아해서
하루 종일 TV만 본다는 것도
예비 방송작가에게는 아주 훌륭한 덕목(?)인 거다. 방송작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설득의 기술' '진상 대처법'
'끈기' '강한 멘탈' 등등과 관련된 경험들을
솔직 담백하게 쓰면 그게 바로 훌륭한 자소서.
단, 절대 길게 쓰진 말 것.
늘 바쁘게 돌아가는 방송 판에서는
대본부터 자소서까지 가독성이 생명이다.
3. 이런 제작사, 메인 피디 & 작가랑 일하지 마라
'방송작가 천명 방'이라 불리는 단톡 방이 있다.
주로 막내 작가들이 많이 있는데
방송 게스트들의 연락처를 구하거나
작가 구인 정보를 공유하는 방이다.
이 단톡 방에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글 중 하나가
'000라는 제작사 어떤가요?'이다.
워낙 방송 제작사들이 많고
소문이 좋지 않은 곳들도 많다 보니
작가들끼리 '믿고 걸러야 할 곳'에 대한
리얼한 정보를 주고받는 것이다.
믿고 걸러야 할 악덕 제작사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꼬리표는
'돈 떼먹은 곳' 이란 것.
작가료와 관련된 것은 그 어떤 것이라도
상식선에서 어긋난다면 일단 의심해 봐야 한다.
대표적인 건 새 프로그램 기획 단계라며
프로그램이 방영되면 작가료를 주겠다는 건데
정상적인 제작사면 말이 안 되는 처사.
기획 단계라 할지라도
'기획료'라는 게 엄연히 존재한다는 걸
반드시 알아야 된다.
물론 방송 페이보다야 낮긴 하겠지만
아예 없다는 곳은 무조건 믿고 걸러야 한다.
작가료와 입금일은
면접 시 반드시 정확하게 물어봐야 하고
'나중에 알려준다'
'다른 데랑 비슷하게 주겠다' 등
애매모호하게 말 꼬리를 흐리는 곳들 역시
무조건 믿고 거르길.
또한 욕설과 인격 모독은
당연히 참지 말아야 할 것들이다.
방송가에는 무식하게 목소리 크고
분노 조절이 잘 안 되고
연차 어린 작가, 피디들을
대놓고 무시하는 인간들이 너무나도 많다.
내가 방송일 외 다른 일을 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직업군과의 비교가 좀 힘들긴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막말을 일삼고
분노 조절 장애를
마치 자랑인 양 드러내는 직업군이
과연 많이 있을까?
물론 예전에 비해서는
좀 나아진 분위기이긴 하지만
아직도 막내 작가들 면접을 보다가
이전 제작사 또는 방송사에서
왜 나왔냐는 질문을 하면
'메인 작가가 너무 욕을 많이 해서'
'메인 피디가 너무 이상해서
('또라이여서'를 순화시킨 말)'라는 답변들을
하는 경우가 꽤 있다.
이런 몰상식한 사람들과는 절대 일할 필요가 없다.
아무리 취업이 급하고
방송작가를 너무너무 간절히 원해왔다 할지라도...
어떤 경우이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
내가 반드시 지켜내야 할 사람은
나 자신이란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방송 일은 그다음이다.
가끔 '이 바닥에 발도 못 붙이게 하겠다'는
협박까지 심심치 않게 해 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게까지 영향력 있는 작가, 피디는 사실 많지 않다.
그런 협박 따위 개나 줘 버려도 된다.
20여년 전의 나처럼
이 길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세가지
꼭 기억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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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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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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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째 '글로 밥 먹고 사는 중'인 현직 방송작가입니다. 연예뉴스를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여섯 살 아기를 키우는 워킹맘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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