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했던 동갑 피디의 부고

조대화 피디, 오래오래 기억할게요...

by 온작가


벌써 두 달 전의 일이네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한창 에너지 넘치는 아기를 쫓아다니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던 때

카톡 하나가 도착했습니다.


부고 메시지였는데요,

tvN 이뉴스라는 연예뉴스팀에서

오랜 기간 함께 했던

피디의 이름이 적혀 있었어요.


당연히 부모님이나

혹은 조부모님이 돌아가셨나 보다...


무심코 보다 보니

하늘나라로 간 이는 부모님도 조부모님도 아닌,

그 피디였습니다.


저와 동갑이니 이제 40대 초반...

지병이 있었단 얘기도 듣지 못했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사람은

더더욱 아니니 사고인가...

어찌 됐든 간에 너무 기가 막히고 황망했어요.


세상 그렇게 착한 사람은

그전에도 그 이후에도 보지 못했다 할 정도로

너무 순수하고 맑은 사람이었습니다.


놀려먹기도 딱 좋은 캐릭터여서

'연예인 누구누구가 지금 무슨 경찰서에 가 있대요!

지금 바로 취재 가야 돼요'

'연예인 누구누구 열애설이 났는데

지금 어디 있다고 하니까 몰카 갖고 당장 가세요'

라며 장난칠 때마다

특유의 벙찐 표정을 지으며

곧장 카메라 들고나갈 기세였던 그에게

'뻥이에요!!'라며 한참을 웃었던 작가들...


'에이 뭐예요~' 하면서도

단 한 번 싫은 기색 없이 하하하 따라 웃곤 했죠.


생방 전날엔 피디고 작가고

다 같이 밤샘 작업을 했는데

새벽 시간 너무 졸려 다들 힘들어할 때

어딘가서 차가운 커피를 사 와 힘내자고 해 주던 그.


매주 생방을 끝내고 회식 자리를 갖곤 했는데

딱히 분위기를 리드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모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해 주며

항상 든든하게 자리를 지켰던 사람.

이뉴스가 막을 내리고

팀원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난 후에도

팀원 누군가의 경조사가 있을 때마다

얼굴을 보여줬던 그는,

몇 년 만에 연락한 저의

결혼식에도 한달음에 달려와 줬었죠.


소식을 들은 다음 날,

신랑과 함께 장례식장에 갔습니다.

어린 아기를 키우는 부모들은

함부로 장례식장에 가는 게 아니라는 미신 때문에

잠깐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그 사람이 안다면

너무 슬퍼할 것 같다는 생각에

더 망설이지 않았어요.


함께 오래 일했던 작가라 하니

그의 어머니가 저를 붙들고 한참을 오열하시더군요.

눈물을 참느라 혼났습니다.


사인은 알 수가 없다고 했어요.

사고도 아니고 지병이 있던 것도 아니고

그저 과로 때문이었을 거라 추측만 할 뿐이랍니다.


장가도 못 가고 홀로 서울에서 일만 하던 큰아들,

곧 책도 나온다고 좋아했는데

이렇게 하루아침에

아들 집이 아닌 장례식장에서 만나게 됐으니...

내 손으로 내 아들의 영정사진을 골랐을

부모님 속이 어떨지는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거였죠.


인사만 드리고 얼른 나왔는데

지금까지도 문득문득

그의 얼굴이 너무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마지막이 될 줄 상상도 못 했던 카톡 메시지입니다)


다시 만난다면 당연히 그곳은

그의 결혼식장일 줄 알았는데...

아니면 '꼭 다시 같이 일하자'했던 약속처럼

다른 어떤 프로그램의 회의실이 될 줄 알았는데...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지금이라도 '작가님~'하며 나타날 것만 같은 그가... 한동안은 무척이나 생각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나에게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이라면

나의 가족들은 나의 지인들은

나의 마지막을 어떻게 기억할까...


의미 없었던 안부 카톡은

마지막 인사로 남을 테고

별 뜻 없었던 농담이나 하소연도

그들의 가슴에 아주 오래오래 남을 수도 있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매 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내 사람들 잘 챙기며 일도 더 열심히 하며

더 잘 살아야 하겠단 생각...


하여튼 여러 생각이 밀려들었던 날들이었습니다.




(아래는 동생 분이 직접 제작하신 추모 영상입니다)


조대화 피디...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비현실적일 정도로

너무나 착했던 사람으로 오래오래 기억할게요.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나서

더 좋은 프로그램 같이 만들어요.


편히... 쉬어요...





**얼마 전 그의 소설책이 출간됐다는, 동생 분의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이 책이 자신의 '유작'이 될 줄 상상이나 했을까요...

https://blog.naver.com/barunbooks7/22242541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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