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함께 일했던 동갑 피디의 부고
조대화 피디, 오래오래 기억할게요...
by
온작가
Jul 12. 2021
벌써 두 달 전의 일이네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한창 에너지 넘치는 아기를
쫓아다니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던 때
카톡 하나가 도착했습니다.
부고 메시지였는데요,
tvN 이뉴스라는
연예뉴스팀에서
오랜 기간 함께 했던
피디의 이름이 적혀 있었어요.
당연히 부모님이나
혹은 조부모님이 돌아가셨나 보다...
무심코 보다 보니
하늘나라로 간 이는
부모님도 조부모님도 아닌,
그 피디였습니다.
저와 동갑이니 이제 40대 초반...
지병이 있었단 얘기도
듣지 못했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사람은
더더욱 아니니 사고인가...
어찌 됐든 간에 너무 기가 막히고 황망했어요.
세상 그렇게 착한 사람은
그전에도 그 이후에도
보지 못했다 할 정도로
너무 순수하고 맑은 사람이었습니다.
놀려먹기도 딱 좋은 캐릭터여서
'연예인 누구누구가
지금 무슨 경찰서에 가 있대요!
지금 바로 취재 가야 돼요'
'연예인 누구누구
열애설이 났는데
지금 어디 있다고 하니까 몰카 갖고 당장 가세요'
라며 장난칠 때마다
특유의 벙찐 표정을 지으며
곧장 카메라 들고나갈 기세였던 그에게
'뻥이에요!!'라며 한참을 웃었던 작가들...
'에이 뭐예요~' 하면서도
단 한 번 싫은 기색 없이 하하하 따라 웃곤 했죠.
생방 전날엔
피디고 작가고
다 같이 밤샘 작업을 했는데
새벽 시간 너무 졸려 다들 힘들어할 때
어딘가서 차가운 커피를 사 와
힘내자고 해 주던 그.
매주 생방을 끝내고
회식 자리를 갖곤 했는데
딱히 분위기를 리드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모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해
주며
항상 든든하게 자리를 지켰던 사람.
이뉴스가 막을 내리고
팀원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난 후에도
팀원 누군가의 경조사가 있을 때마다
얼굴을 보여줬던 그는,
몇 년 만에 연락한
저의
결혼식에도
한달음에 달려와 줬었죠.
소식을 들은 다음 날,
신랑과 함께 장례식장에 갔습니다.
어린 아기를 키우는 부모들은
함부로 장례식장에 가는 게 아니라는 미신 때문에
잠깐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그 사람이 안다면
너무 슬퍼할 것 같다는 생각에
더 망설이지 않았어요.
함께 오래 일했던 작가라 하니
그의 어머니가 저를 붙들고
한참을 오열하시더군요.
눈물을 참느라 혼났습니다.
사인은 알 수가 없다고 했어요.
사고도 아니고
지병이 있던 것도 아니고
그저 과로 때문이었을 거라 추측만 할 뿐이랍니다.
장가도 못 가고 홀로 서울에서
일만 하던 큰아들,
곧 책도 나온다고
좋아했는데
이렇게 하루아침에
아들 집이 아닌 장례식장에서 만나게 됐으니...
내 손으로 내 아들의
영정사진을 골랐을
부모님 속이 어떨지는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거였죠.
인사만 드리고
얼른 나왔는데
지금까지도 문득문득
그의 얼굴이 너무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마지막이 될 줄 상상도 못 했던 카톡 메시지입니다)
다시 만난다면
당연히 그곳은
그의 결혼식장일 줄 알았는데...
아니면
'꼭 다시 같이 일하자'했던 약속처럼
다른 어떤 프로그램의 회의실이 될 줄 알았는데...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지금이라도 '작가님~'하며 나타날 것만 같은 그가... 한동안은 무척이나 생각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나에게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이라면
나의 가족들은
나의 지인들은
나의 마지막을 어떻게 기억할까...
의미 없었던 안부 카톡은
마지막 인사로 남을 테고
별 뜻 없었던
농담이나 하소연도
그들의 가슴에 아주 오래오래 남을 수도 있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참
매 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내 사람들 잘 챙기며
일도 더 열심히 하며
더 잘 살아야 하겠단 생각...
하여튼 여러 생각이 밀려들었던 날들이었습니다.
(아래는 동생 분이 직접 제작하신 추모 영상입니다)
조대화 피디...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비현실적일 정도로
너무나 착했던 사람으로 오래오래 기억할게요.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나서
더 좋은 프로그램 같이 만들어요.
편히... 쉬어요...
**얼마 전 그의 소설책이 출간됐다는, 동생 분의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이 책이 자신의 '유작'이 될 줄 상상이나 했을까요...
https://blog.naver.com/barunbooks7/222425410326
keyword
기억
생각
친구
19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온작가
소속
한국방송작가협회
직업
방송작가
24년째 '글로 밥 먹고 사는 중'인 현직 방송작가입니다. 연예뉴스를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여섯 살 아기를 키우는 워킹맘이기도 합니다.
팔로워
190
제안하기
팔로우
작가의 이전글
방송작가 지망생들에게 건네는 현실조언 1
손과 손 사이, 특별한 온기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