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괜찮은 성적을 받아 들 때도 있지만 대개는 그렇지 않았고, 숫자와 함께 쏟아지는 데스크의 폭풍 잔소리들이 저를 무척이나 괴롭게 합니다.
오후에도 한 차례 그런 시간이 있어요. 아이템 회의를 할 때인데요, 연예계 사건 사고를 제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핫뉴스가 너무 없다, 너무 약하다'는 얘기를 매일 듣습니다. 이쯤 되면 연예인들한테 제발 사고 좀 쳐 달라고 읍소라도 할 판이에요.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강요는, 그야말로 제 멘털을'너덜너덜'하게 만들곤 합니다.
그런데 가끔은 시청률도 괜찮고 아이템 회의도 수월하게 지나가는 날이 있어요. 그럴 땐 참 기분이 좋고 마음이 평온하더라고요. 그런데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꼭 00 해야만 행복해지는 걸까? 결과가 괜찮고 별다른 문제가 없어야지만 나는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일까, 꼭 그런 조건이 붙어야만 행복해지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요. '00 해야만'이라는 단서 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 지금의 상태, 위치에서 그저 나이기 때문에 행복할 수는 없을까, 하는...
'행복은 행복해지기로 결심한 순간 찾아온다'는 말이 있잖아요?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아도, 데스크의 엄청난 압박이 나의 아침시간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도, 아이가 땡깡을 부려 등원 길이 꽤나 고달파도, 오후 아이템 회의 때 한 마디로 재수 없는 표정과 말투로 공격을 받아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행복해지기로 자주 결심을 한다면 조금쯤은 나의 하루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런 하루들이 쌓여 좀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 거 같았고요, 남편과 아이에게도 좀 더 좋은 에너지, 따뜻한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고부터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다이어리에 이런 메모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 내게 스트레스를 줄 것으로 예상되는 순간들'에 대해 죽 적어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더 웃고 더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자 나를 귀하게 여기고 나를 아껴주자'라고요.
내 상황이 좋을 때 활짝 웃고, 내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미간을 찡그리고 있는 건 어린아이도 할 수 있는 일차원적인 반응일 거니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할 수 있는 '진짜 어른'이 돼 보자, 라는 다짐을 매일 합니다. 그리고 시시때때로 의식적으로 미소를 지어봅니다. 미소는 과거와 미래를 마구 부유하던 나의 정신을 '지금 이 순간'에 데려다 놓는, 아주 강력한 무기더라고요. (1분? 아니 1초만 시간을 내서 한 번 해 보세요. 미소를 통해 현재에 머무르게 되면 참 평온한 상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