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림~~ 주말에 못 봬서 너무 아쉬웠단 말이에요~~ 얼른 오세요오오옹 보고싶어요오오오오옹"
텐션이 업되다 못해 넘쳐흐르는 우리 막내작가.
자기랑 나이도 경력도 20년이 넘게 차이나는 하늘(?) 같은 선배인 나를 단 1도 어려워하지 않는다. 늘 생글생글 웃으며 보고 싶다, 사랑한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 그녀. 기습 고백을 받고 있는 건 나뿐이 아니었다. 조연출, PD들은 물론, 나도 10년 가까이 함께 일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렵고 불편한 국장님까지도 그녀의 업텐션 레이다망 안에 있다.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것 같은 캐릭터의 뜬금포 고백 앞에, 모두는 많이 낯설었고 당황스러웠고 희한했지만 이젠 없으면 굉장히 허전할 것 같을 정도로 심하게 중독돼 있는 상태다.
그녀에게서 나는 밝은 에너지의 힘을 배운다.
# 남편
내게도 참 든든한 친구인 남편. 아빠로서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면을 지녔다.
아빠 엄마에게 '미운 네 살 아기'의 절정을 경험하게 하고 있는 딸의 앞뒤 없는 생떼에도 대부분은 침착하게 대응을 한다. 그 순간을 참아주고 기다려주며 시간이 좀 지나고 아이도 진정이 되고 나면 차분하게 대화를 시도하는 남편. "~해서 속상했어?" 하면서 꼭 안아주면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기분이 좋아져 "아빠 ~해서 미안했어요" 하곤 한다. 하지만 남편 본인도 사람인지라 정말 이해가 안 되고 화가 나면 그냥 아이와 손을 잡고 1,2,3,4... 10까지 숫자를 센다. 어디서 찾아본 방법이라면서, 그럼 서로 마음이 누그러지고 덤으로 아이는 숫자 공부까지 할 수 있다나 ㅋㅋ 그래선지 아이 역시 때때로 짜증내고 소리 지르는 엄마보다는 아빠에게서 훨씬 큰 안정감을 느끼는 게 보인다.
남편에게서 나는 진정성 있는 육아의 노하우를 배운다.
# 국장
아마도 나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어쩌면 유일한) 사람. 아침 일찍 나에게 시청률 톡을 보내곤 하는데 시청률이 저조할 때면 짧은 문장을 몇 개씩 나눠서 '다다다다다' 쏘아대기도 한다. 제발 한 번에 좀 몰아서 보내면 좋으련만 본인도 그 시간엔 (대개 새벽 6 시대) PC 카톡을 이용하지 않을 거니 그냥 손이 가는 대로 막 보내 대는 거다. 물론 방송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시청률이라는 건 정말 절대적인 지표일 수밖에 없기에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나, '시청률은 신의 영역'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나는 내 선에서 최선을 다 했다고 했는데 그런 카톡 폭탄에 공격당하고 나면 멘털이 그야말로 너덜너덜해진다. 오후 아이템 회의 때도 마찬가지. 뼛속까지 꼰대인 그는 '브레인스토밍'이라는 게 애초에 불가능한 사람인데 어디서 들은 건 있는지 자꾸 브레인스토밍을 하잔다. 그래 놓고는 내가 준비해 간 아이템지에 어떨 때는 찍찍 줄까지 그어가며 어떨 때는 코웃음도 쳐 가며 사람을 한없이 깔아뭉갠다.
그에게서 나는 '절대 이런 선배가 되지 말자, 반대로 하자'는 교훈을 얻는다.
내가 만나고 있는 모든 이들은, 내게 다양한 가르침을 주는 훌륭한 스승. 당신은 오늘 몇 명의 스승과 마주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