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강의를 준비한다고 잠깐 비장하게 '절필' 선언을 하고 새로운 도전에만 온 에너지를 쏟아 넣으려 했지만, 때마침 개편을 하면서 시청률이 반에 반토막이 나 한동안 '일희일비'가 아닌 '일비 일비'의 늪에 빠져 있어야만 했고요, 또 때마침 이사가 훅 당겨져 가야 할 집을 결정하고 새로 들일 가구들을 쇼핑하고 이삿짐센터 견적을 받고 입주 청소를 예약하고 아이 어린이집 물색을 해야 했고요, 거사들을 치르는 과정 속에서도 강의 사이트 측과의 약속 날짜를 어길 수는 없었기에 원고를 쓰고 녹음도 하고 (다행히 너무 좋은 자막 작업자 분을 만나게 돼서 저는 녹음만 하면 됐지만요) 그러다 또 그 와중에 목감기가 심하게 걸려 10강 중 뒷 4강 정도는 아예 다른 사람이 등장하는 해프닝까지... 참 버라이어티 했지요?
별다른 의미가 없었을, 실은 '나'라는 사람에게 관심 1도 없을 가능성이 클 '브런치' 측의 메시지에... 새삼 스스로에게 안부를 물어봤습니다. "너는 잘 지내고 있었니?"
참 정신없는 두 달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뭔가 손톱만큼은 성장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박작가'가 아닌 '온작가'로서 '글쓰기 강의'라는, 나름 의미 있는 결과물을 (지금은 저 혼자만 아는 결과물이긴 하지만) 세상에 내놓았고 새 집, 새 가구, 새 어린이집... 많은 것들을 결정하는 과정 속에서 '찐 어른'이 된 기분이 들었달까요. 일할 때 외엔 정말 모든 게 서툴고 어설프고 어리숙하기까지 한 제가 어른의 세상을 조금쯤 맛본 것 같은 느낌... 나만큼이나 잘 모르는 내 짝꿍과 둘이 밤마다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아이가, 또 우리 셋이 좀 더 행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그 시간들은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었던 거 같아요. 그러니 전 잘 지냈습니다. 오랜만에 욕실 거울을 보며 웃어주었어요, 저 자신에게 말이죠. 애썼다, 정말 잘했다, 아직 갈길이 머니 더 잘해 보자...
Reset...
우리 세 식구는 완전히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서려합니다. 층간소음 스트레스로 시작됐던 이사 고민이 '서울을 떠나도 괜찮을까'로 이어졌었는데요, 결국 그 모든 거추장스럽고 불필요하며 무거운 마음의 짐들을 내려놓고 우리 세 식구가 가장 편안하고 즐거울 수 있는 방법만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마음먹으니 그 지역의 호재가 뭐고, 그래서 집값이 얼마나 오를 수 있고... 그런 건 우리에게 중요한 기준이 아니더라고요.
결국 생활권도 완전히 달라지게 됐고요, 파워 길치인 저이기에 한동안 출근 시간마다 무척 헤매고 다닐 건 불 보듯 뻔한 일이 될 거고요, 지금 집보다 열 평 정도는 늘려 가기 때문에 허리띠를 더 바짝 졸라매야 되기도 할 거예요. 그렇지만 낯선 곳에서 또 으쌰 으쌰 잘 헤쳐나갈, 우리 세 식구의 저력을 믿기 때문에 걱정보단 기대가 큽니다. 하루하루 얼마나 더 많이 웃고 사는지 셋이서 내기라도 할 기세로... 온 집이 들썩들썩하게 되겠죠.
아직도 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있지만 듬직한 짝꿍과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기쁨조 친구와 함께 잘 한 번 헤쳐나가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