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의 마음은 안녕한가요? 유난히 버겁고 외로운 하루였다면 잘 찾아오셨습니다. 여기는, 그 어떤 고민도 걱정도 다 내려놓고 어깨를 툭 떨어트릴 수 있는 공간, ‘위로해 드려요, 글포옹’입니다.
글포옹 두 번째 사연이에요.
저는 입사한 지 이제 막 1년 정도가 된 20대 회사원입니다. 원하는 분야에 취업해 일은 그래도 나름 재미있게 하고 있지만 직속 선배 한 명 때문에 퇴사를 고민할 정도로 너무너무 힘이 듭니다.
그는 정말 ‘재수 없게 말하는 방법’과 ‘재수 없는 눈빛’에 대해 매일 연구를 하나 싶을 정도로, 어디서 그런 교육을 따로 받고 있나 싶을 정도로... 제가 태어나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 중 정말 최악이에요.
타 부서 사람들까지 있는 데서 무안을 주고 핀잔을 주는 건 기본이고요, 아이디어 회의 때 밤새 준비해 간 제 자료들을 보고는 ‘별론데?’ 하면서 입꼬리까지 올리며 썩소를 짓다가 빨간 펜으로 사선을 찍찍 그어가며 ‘다시’를 외치곤 합니다.
제 아이디어가 당연히 성에 안 찰 수는 있어요. 비판도 충분히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뭐든 배울 의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대안도 없이 ‘별론데?’ 하는 거, 정말 별로 아닌가요? 그럴 때의 눈빛은 그야말로 악마의 눈빛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이 회사에 입사하려고 1년 넘게 밤잠 못 자가며 준비했고 취업에 성공했을 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뻤는데... 이제 제 세상은 그 선배 때문에 지옥 그 자체가 됐어요. 이틀에 한 번은 꿈에까지 나올 정도예요. 상사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저 좀 위로해주세요.
이런 고민, 직장 생활을 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거 같아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리며 치를 떨거나, 그의 이름을 안주 삼아 독한 술을 털어 넣고 있는 분들이 참 많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저는 20년 넘게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는데요, 저를 키우고 지금의 저를 만든 두 명의 남자가 있어요.
지금은 꽤 큰 채널로 성장한 모 방송사에서 일할 때 메인 작가 대 메인 피디로 만났던 첫 번째 남자. 그는 그날 그날의 기분에 따라 업다운이 굉장히 심해 팀원들이 모두 출근과 동시에 그의 기분을 살펴야 했고 ‘오늘 특히 더 조심해’라는 단체 문자도 주고받아야 했고요, 후배 피디들에게 고래고래 고성을 지르고 욕을 하고 저희 프로그램과 전혀 맞지 않는 콘셉트를 ‘독창적인 것’이라 우기며 팀들을 모두 힘들게 만들기도 수차례였지요. 그렇게 화를 내고 소리를 질러대다 자기가 술 한 잔 마시고 기분이 좋아지면 ‘우리 팀 정말 사랑해’ 이런 단체 카톡도 자주 보냈고요. 온몸에 돋은 닭살을 털어내는 건 저희 몫이었어요.
두 번째 남자는 지금도 함께 일을 하고 있는 저희 데스크예요. 그는 뼛속까지 꼰대여서 자기 말이 곧 법이고요, 그런데도 본인은 굉장히 열려있고 깨어있는 사람이라고 강조를 하고요, 20년이 넘은 메인작가인 제게도 재수 없는 눈빛과 막말을 서슴지 않는 사람이랍니다.
첫 번째 남자와는 6년 정도 일했고, 두 번째 남자와는 벌써 10년째 일을 하면서 왜 때려치우고 싶은 순간이 없었을까요?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다고 생각했고 뭣보다 제 유일했던 꿈을 그런 사람들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다는 마음이 강했기 때문이에요.
물론 밤마다 이불 킥을 하고 천정을 보고 욕을 하며 견딘 날들이 정말 셀 수 없을 정도이지만, 그래서인지 이제는 웬만한 자극에는 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답니다. 제 마음 근육이 그만큼 단단하게 자리 잡은 거죠. 살면서 별 고난도 역경도 없었던 제가 더 깊이 있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될 수 있도록, 하늘이 선물을 주신 거라는 생각도 했던 거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그렇게 버텼지만, 버티는 것만이 능사라는 얘길 하고 싶은 건 절대 아니에요. 그 어떤 경우에도 나 자신이 가장 소중하고 귀하니까요. 내가 도저히 살 수 없을 지경이면 당연히 지금 바로 박차고 나와서 다른 자리를 또 찾아보는 게 맞지요.
그런데 이런 말 들어보셨나요? ‘또라이 총량 보존의 법칙’ㅋㅋ..
산속에 들어가서 ‘나는 자연인이다’ 하며 살지 않을 거면 어딜 가든 분명 상식 밖의 상사가 한 명쯤은 있을 텐데요, 내가 버틸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면 그런 사람 하나쯤 그저 사뿐히 즈려밟고 내 할 일 하면 되는 거고요, 그럴만한 가치를 잘 못 찾겠다 하는 곳이면 당연히 결단을 내리셔야죠.
당장 다음 달 나갈 카드값이 걱정이겠지만 대안은 분명히 있을 거랍니다. 한쪽 문이 닫히면 또 다른 쪽 문이 활짝 열릴 거예요. 그리고 그 문으로 들어가면 생각지도 못 했던 또 다른 빛나는 인생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에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멈추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끊임없이 나와 대화해 보고 가장 좋은 선택을 할 수 있길 응원합니다.
지금까지 글포옹이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정말 고생하셨어요. 당신은 정말 소중하고 귀한 사람입니다. 이것만은 매 순간 반드시 기억하시길 바랄게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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