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해드려요 글포옹> 세 번째 이야기
지금, 당신의 마음은 안녕한가요? 유난히 버겁고 외로운 하루였다면 잘 찾아오셨습니다. 여기는, 그 어떤 고민도 걱정도 다 내려놓고 어깨를 툭 떨어트릴 수 있는 공간, ‘위로해 드려요, 글포옹’입니다.
글포옹 세 번째 사연이에요.
저는 30대 극 후반 여자입니다. 요즘 너무 우울해 이렇게 사연을 보내요.
이제 얼마 안 있으면 크리스마스잖아요? 거리엔 크리스마스트리들이 반짝반짝 화려한 빛을 내고 있는데 전 트리만 보면 너무 짜증이 나서 눈을 가리고 싶을 지경이랍니다. 이번 크리스마스도 혼자 보내겠구나 싶어서요...
항상 크리스마스 직전에 이별을 해서 크리스마스 저주에라도 걸렸나 한탄했었는데 올해는 이별할 사람조차 없네요.
30대 중반 이후부터는 소개팅도 거의 안 들어오고요, 정말 정말 가뭄에 콩 나듯 들어온다 해도 머리숱이 좀 많이 아쉬운 분이라든가 키가 저보다 작은 분이라든가... 한 번은 ‘강남에서 안과 운영하는 의사래’ 하는 친구 말에 솔깃했었는데... 50대라고 하더라고요......
저... 그렇게 빠지는 조건 아니거든요? 키도 평균 이상이고 몇 년 동안 필라테스랑 요가 열심히 해서 몸매도 나쁘지 않고요 엄청 미인까진 아니지만 호감 가는 외모란 얘기도 많이 들었고 직업도 정년 걱정 안 해도 되는 전문직이고요. 근데 왜 제겐 짝이 없을까요?
친한 친구들은 크리스마스에 남편, 아이들과 여행을 간다, 파티를 한다 하면서 준비하기가 너무 귀찮네, 아이들 시중들 생각하면 벌써부터 힘드네 앓는 소리를 하지만 전 그저 눈물 날 정도로 부럽기만 해요. 전 매일 집 회사 운동 집 회사 운동 이게 전부라.. 그 친구들이 매주 키즈카페에 가는 것조차 너무너무 샘이 날 정도랍니다.
학교 다닐 땐 늘 같이 고민을 나누고 깔깔대며 웃고 떠들던 아이들이었는데 이젠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느낌이에요. 저라는 사람은 철저히 배제된 세상이요... 저... 어떻게 하면 짝을 만날 수 있을까요? 제 짝이 있기는 할까요?
많이 외롭고 답답하시죠? 그 어떤 고민도 걱정도 다 들어주는 이 언니에게 정말 잘 찾아오셨네요^^ 유독 시린 그 두 손, 제가 꼭 잡아드릴게요.
이번 사연 저도 참 공감하면서 읽었어요. 저 역시 30대 후반에 결혼을 했기 때문에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 거의 매일 그런 답답함이 있었던 거 같거든요.
그리고 후배 작가들의 경우에도 30대 후반, 40대 초반까지도 누군가를 만나지 못해 거의 반 포기 상태로 지내는 친구들이 많고요. 아주 가끔 소개팅을 해도 분명 어딘가 많이 아쉬운 부분이 보이게 되고, ‘저런 사람을 만나느니 혼자가 낫다’라며 만남을 더 이상 이어가지 않더라고요.
그러면서 술 한 잔 하게 되면 속마음을 털어놓는데, 정말 정말 외롭다고, 대체 내 짝은 어디 있는 거냐고, 지금 결혼을 못 하면 엄마가 되는 건 어쩌면 영영 포기해야 될지 모른다 생각하니 너무 우울하다고 눈물을 보이기도 해요.
전 그 후배들에게 늘 이렇게 질문하곤 합니다. ‘얼마나 노력해 봤니?’
사연자 분께도 똑같이 질문을 드려볼게요. 인연을 만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해 보셨나요?
‘결혼할 인연이라면 어떻게든 만나진다고 하는데 그럼 출퇴근하는 엘리베이터에서, 회사 어딘가에서, 혹은 분리수거장에서라도 불꽃이 파파팍 튀는 사람을 만나게 돼야 정상 아닌가요?’ 반문하실 수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드라마틱하게 연애를 하고 결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거의 로또에 당첨되는 확률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결혼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는 정말 많은 노력을 했던 거 같아요. 특히 모임 활동을 다양하게 했었는데요, 같은 동네 모임에도 나가봤지만 별 의미 없는 술 모임인 거 같아서 독서, 글쓰기, 외국어, 운동 모임 등 저와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 혹은 지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 많을 것만 같은 모임에서 활동을 해 봤었죠.
거의 매 주말은 모임 활동으로 무척 바빴던 기억이 나고요, 평일에도 한두 차례 참석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천주교 모임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마치 20대처럼 풋풋하면서도 열정적인 연애를 했고 바로 다음 해 결혼까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지요.
이제 와 돌아보면 결혼할 인연은 분명 따로 있는 게 맞는 것 같지만 그 사람을 찾아내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인데 그렇게 쉽게 만나지면 재미없잖아요^^
나의 반쪽은 어디서 반짝반짝 빛을 내며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보물 찾기를 하듯 한 번 열심히 성심성의껏 찾아가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 외롭고 답답한 여정의 끝에서 누군가 두 팔 벌린 채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니까요.
지금까지 글포옹이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정말 고생하셨어요. 당신은 정말 소중하고 귀한 사람입니다. 이것만은 매 순간 반드시 기억하시길 바랄게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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