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작가 Dec 21. 2022

무결점 남친... 하지만 너무 외로워요...

<위로해드려요 글포옹> 네 번째 이야기

지금, 당신의 마음은 안녕한가요? 유난히 버겁고 외로운 하루였다면 잘 찾아오셨습니다. 여기는, 그 어떤 고민도 걱정도 다 내려놓고 어깨를 툭 떨어트릴 수 있는 공간, ‘위로해 드려요, 글포옹’입니다. 

        



글포옹 네 번째 사연이에요.     


저는 30대 초반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제겐 1년 정도 만난 남자친구가 있는데요, 그는 명문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지금 모 대기업 법무팀에 다니고 있는 인재예요. 


키도 크고 외모도 괜찮아서 주변 친구들은 저를 두고 전생에 무슨 덕을 그리 많이 쌓은 거냐고 하는데요, 정작 전 이 남자와의 헤어짐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남들이 들으면 정말 배부른 소리 한다 하겠지만 그와 함께 있으면 재미가 없어요. 기본적으로 말수가 무척 적은 데다 유머코드도 맞지 않아서 저는 웃으라고 한 말인데 그는 멀뚱멀뚱 절 쳐다보고 있을 때가 많고요, 서로 관심사나 취향도 극명하게 달라서 대화가 길게 이어지질 않아요. 


게다가 그는 잘 나가는 만큼 무척이나 바빠서 일주일에 한 번 만날 수 있을까 말까 한 정도예요. 아직 여행도 한 번 못 가봤답니다. 


연인이 있어도 늘 외롭고 만나면 재미없고... 하지만 조건만 놓고 본다면 이만한 사람 다시 만난다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거라 좀 아깝기도 하고... 가장 친한 친구가 ‘살다 보면 그놈이 그놈이니 능력, 경제력 되는 그 사람 절대 놓치지 말라’고 늘 신신당부하고 있기도 하고요. 


근데 전 그게 다는 아닌 것만 같고... 이러다 어영부영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있을 것 같아 두렵기도 합니다. 저도 글로 꼭~ 안아주실 거죠? 


그럼요. 글로 꼭 안아드리고 위로해 드릴게요, 잘 오셨습니다. 


객관적으로는 정말 괜찮지만 나를 늘 외롭거나 심심하게 만드는 연인과의 이별을 고민하고 계시는군요? 남들이 들으면 ‘참 배부른 소리’라고 얘기할 것 같아 쉽사리 털어놓지도 못하는 이야기이지요? 어떤 마음인지 너무 잘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리자면 이미 답은 당신의 그 마음 안에 확실히 자리를 잡고 있지만 말로써 꺼내기까지가 망설여지는 상태 아닐까 싶어요. 


그 이유는 객관적으로 너무 괜찮은 조건, 그와 함께 한 세월들과 인간적인 정, 의리... 그런 것 때문일 것 같고요. 


제게 보내주신 사연에 모두 담지 못했던, 둘 사이의 좋은 추억, 남자친구의 따뜻함, 매력 같은 것도 분명 있을 테니 제가 섣불리 ‘이렇게 하세요’ 하지는 못 하겠지만 ‘대화코드’ ‘웃음코드’의 중요성은 살면 살수록 정말 크게 느껴진다는 거, 그거 하나는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연애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남편과 정말 대화를 많이 나눠요. 같이 마주 보고 눈을 맞추며 대화하기 위해 저는 안 먹던 아침밥도 먹고 있고요, 각자 출근을 해서는 틈틈이 카톡으로 대화를 하고 퇴근길 차에서 또 신나게 수다를 떨고 퇴근해서는 아이와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 아이를 재우고 남편이 잠자리에 들 때까지 또 못다 한 얘기들을 나눈답니다. 


10분만 얘기하자 했던 게 한 시간이 훌쩍 넘어가 버릴 때도 많지요. 뭐 엄청난 내용들에 관한 게 아니에요. 그냥 오늘의 일상, 아이에 관해 자신만이 포착한 그 날치의 귀여운 순간들부터 직장 상사 욕이나 인터넷 기사 또는 방송을 통해 본 흥미로운 주제들 등등 참 별 거 아닌 내용이 대부분이지요. 


그렇게 대화를 많이 하다 보니 마음속에 쌓아둔 한숨, 불만, 감정의 찌꺼기들이 정말 단 하나도 없답니다. 


이전 연애에서는 이 말을 하면 이 사람이 또 화를 내겠지? 그럼 또 싸움으로 이어지겠지? 하면서 속에만 꾹꾹 담아뒀던 이야기들이 정말 많았거든요? 그래서 자꾸만 뭔가 늘 마음이 더부룩했고 체한 것만 같았고... 혼잣말이 늘어만 갔었죠. 


그런데 남편과는 그런 게 없어요. 그냥 산뜻해요. 내게 주어진 하루치의 업무들만 끝내면 끝.. 그 이상의 고민 걱정이 없는 거예요. 


그렇게 대화가 잘 되고 즐거운 가장 큰 이유는 ‘웃음코드’가 너무 잘 맞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정말 별 것도 아닌 걸로 웃음이 터져서는 숨이 넘어갈 정도로 꺽꺽대며 웃다가 하루를 마무리한 적도 아주 여러 번이랍니다. 


내 속에 쌓이는 말들이 많지 않게 해 주는 사람, 나를 자꾸만 웃게 해 주는 사람과 결혼하길, 인생 선배의 입장에서 강력히 추천드려요.           


출처 : 김영록 님 블로그 '캘로그' 중


남들에게 보이기 좋고 존경할 만한 선망의 대상이 아닌, 나의 가장 밑바닥 치부까지도 아무렇지 않게 드러내 보이고 속상할 땐 아이보다 더 아이처럼 그 품속에 얼굴을 박고 울 수 있는... 평생의 베스트프랜드를 만나시길 조심스럽게 바라봅니다. 


당신은 정말 귀하고 소중한 사람이에요. 당신이 더 행복해지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글포옹,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칠게요. 지금 이 순간도 이런저런 걱정 근심들로 한숨 쉬고 있다면 늘 ‘다 들어주는 언니, 누나’인 제가 곁에 있다는 거 잊지 마시고요, 우리 함께 더 행복해지기로 해요. 모두 힘내세요. 


**영상으로 위로받고 싶으시다면

https://youtu.be/xlvqU1r695A

유튜브 '온작가의 글포옹' 중 (구독, 좋아요, 댓글은 큰 힘이 됩니다^^)


**사연을 보내주세요

(인스타그램) @onmomon0716

agape061716@naver.com

작가의 이전글 이번 생에... 내 짝을 만날 수나 있을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