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프로젝트는 어느 날 새벽 갑자기 머릿속에 그려진 커다란 퀘스천마크에서 시작됐어요. '네 인생, 단 하나의 목표는 뭐니?'
너무 감사하게도 그 답을 떠올리는 데까지 1초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어요. '선한 영향력이 지대한 작가', 이거더라고요.
좀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제가 이 땅에 온 목적, 존재의 이유... 그런 거라 봐도 무방할 것 같았어요. 어릴 때부터 받는 것보단 주는 걸 훨씬 좋아했고 지금도 누군가를 위해 선물을 준비한다든가 누군가를 돕기 위해 마음을 쓰는 시간들이 저를 무척이나 설레게 하고 있으니까요. 더군다나 유일하게 할 줄 아는 '글쓰기'를 통해 누군가를 진심 다 해 도울 수 있다면 참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여섯 편의 '글포옹'을 완성했었고요, 좀 더 많은 이들이 이 프로젝트를 알게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지요.
예상했던 대로 아직 반응은 미비합니다. '네 글이 최고야, 넌 뭘 하든 멋있어'라고 해 주는 남편과, 모든 글 앞에 진심이고 늘 친절하고 따뜻한 '내글빛' 문우들 외엔 이 프로젝트에 대해 아예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요.
유튜브 세상에서 원하는 자극적인 내용이나 임팩트 있는 영상과는 거리가 멀고도 먼 것이니 너무 당연해요. 처음부터 '한 1년은 닥치고 해 보자' 했으니까요. 광고 수익 같은 걸 바라고 시작한 일도 아니었고요.
6편을 만드는 내내 조금씩 커진 고민은 따로 있었어요. 나 혼자 전하는 위로에 어떤 힘이 있을까, 하는 거였습니다.
제가 대단한 경험들을 해서 어마어마한 혜안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전문적인 심리 상담이 가능한 사람도 아닌데 '내가 뭔데' 이렇게 힘든 상황을 견뎌내고 있는 이들에게, 어쩌면 서로 다른 절벽 끝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언이란 걸 하고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이 자꾸 드는 거예요.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방향을 제시해 주려고 시작한 프로젝트는 아니었어요. 그저 답답하고 막막하고 세상에 혼자 남은 듯 외롭고 공허할 누군가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당신은 모르겠지만 당신은 누구보다 소중하고 귀한 사람이에요'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글로서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었을 뿐이었지요.
그런데 사연을 받아 들고 그에 대한 위로 글을 적다 보면 자꾸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요' 주제넘은 조언을 하고 있더라고요. '상담'과 '위로'의 경계 어딘가에서 자꾸만 헤매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우선 브런치나 블로그, 인스타, 유튜브 등을 통해 사연 글을 먼저 게재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 글을 읽으신 분들이 혹은 영상을 보신 분들이 어떤 실질적인 의견이든 따뜻한 마음이든 어딘가에서 본 위로의 글귀이든 무언가를 남겨주신다면 그 댓글들을 모아 제가 써 놓은 위로글과 함께 '완결편'을 만들어 1주일 뒤게재하는 거죠. 그러니까 오직 제 생각만 있는 채널이 아닌, 보다 많은 이들의 위로가 더해진 '더 따뜻한 글포옹'이 된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댓글로서 글포옹에 온기를 더해주실 분들 계신다면... 미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럼 사연부터 공개하는 '글포옹', 일단 한 번 시작해 볼까요?
지금, 당신의 마음은 안녕한가요? 유난히 버겁고 외로운 하루였다면 잘 찾아오셨습니다. 여기는, 그 어떤 고민도 걱정도 다 내려놓고 어깨를 툭 떨어트릴 수 있는 공간, ‘위로해 드려요, 글포옹’입니다.
글포옹 일곱 번째 사연이에요.
안녕하세요, 글포옹 님. 50대 초반 그냥 아줌마입니다. 눈물이 막 나려는 걸 참고 이렇게 글을 써봐요.
올해 딸이 정말 원하던 외국어 고등학교에도 진학을 했고 남편 사업도 잘 풀려서 참 행복했어요. 이렇게 좋은 일만 있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그래서 뭔가 불안하기까지 할 정도로요.
근데 역시 인생은 참 알 수 없는 거더라고요. 사흘 전, 폐암 선고를 받았습니다.
전이도 있어서 수술하고도 항암, 방사선 치료를 피해 갈 수 없다고 하셨어요.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날 이때까지 담배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고 가족 중에도 흡연자가 없는데 내가 왜요? 왜 나여야 했던 걸까요...
글포옹 님, 우리 딸 이제 고 1인데 내가 혹시라도 잘못된다면 대학에 가는 것도, 결혼하는 것도, 아이 낳는 것도 못 보는 건데 어쩌나요...
늘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엄마랑 데이트하는 게 제일 행복해’라고 말하는 아이인데...
대학이나 학과 선택이 어려울 때, 남자친구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졌을 때, 결혼을 해도 되는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이 안 설 때, 결혼을 준비할 때, 결혼생활 중 고민이 생겼을 때... 아이의 깊은 속마음을 누가 들어주나요?
유난히 예민하고 섬세한 우리 아이... 인생의 고비고비마다 엄마를 부르며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릴까요?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미어져서 숨이 안 쉬어집니다.
수술은 다음 주로 예약이 돼 있는데 저 괜찮을까요? 천주교 신자지만 점이라도 보러 가고 싶은 심정이에요. 글포옹 님, 저도 좀 글로 꽉 안아주세요. 괜찮을 거라고 말씀 좀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