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작가 Jan 28. 2023

영혼의 단짝... 별이 되었습니다

<위로해 드려요 글포옹> 여덟 번째 이야기


지금, 당신의 마음은 안녕한가요? 유난히 버겁고 외로운 하루였다면 잘 찾아오셨습니다. 여기는, 그 어떤 고민도 걱정도 다 내려놓고 어깨를 툭 떨어트릴 수 있는 공간, ‘위로해 드려요, 글포옹’입니다. 

        


여덟 번째 글포옹... 오늘은 조금 특별한 시간 마련해 봤습니다. 그동안 인스타 DM 또는 메일로 주셨던 사연들을 토대로 방송을 꾸몄었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제 주변에 꼭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전해드리고 싶은 분이 있어서, 그분을 위한 글포옹 준비했어요.      


바로, 제가 활동하고 있는 온라인 글쓰기 모임 ‘내 글에서 빛이 나요’의 '서쪽 하늘' 님이 그 주인공입니다. 


굉장히 힘든 상황 속에서도 언제나 따뜻하고 정성 가득한 댓글로 문우들을 격려해 주신 분... 한 번도 얼굴을 뵌 적은 없지만 언젠가 우연히라도 만난다면 딱 알아볼 것 같은, 아주 특별한 온기를 가지신 분... 그런 분이 '서쪽 하늘' 님인데요,      


오랜 기간 암투병을 해 오시던 남편분께서 얼마 전 하늘의 별이 되셨어요...      


부군께서 투병하시는 동안에도 늘 씩씩하게 책을 읽고 글을 쓰셨는데, 그렇게 가시고 난 후에도 서쪽 하늘 님의 방식대로 무척이나 담담하게 부고를 전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 담담함이 왜 그리 슬프던지요... 그날 하루 종일, 그 후에도 한참이나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위로할 글귀들을 찾아보기도 했고요, 위로가 될 만한 책들도 뒤져봤어요.      


그런데 정말 모르겠더라고요. 늘 같은 공기 안에서 숨을 쉬고 식사를 하고 때론 자녀에 대한 고민들로 길고 긴 대화를 나누기도 했을, 평생의 내 짝꿍을 먼저 보낸다는 게... 그 심정이 어떤 것일지... 대체 나는 어떤 비루한 단어들의 조합으로 위로란 걸 전할 수 있을지... 위로가 가능하기나 한 것일지...      



저는 매일 아침 남편과 기도를 하는데요, 기도 중에도 서쪽하늘 님을 늘 기억했고 한참을 생각해 봤습니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말이 어떤 걸지를요. 그런데 문득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우리 엄마였습니다.     


엄마는 암 환자의 아내로 만 3년을 꽉 채우고도 3개월 여를 살아오고 있는데요, ‘암 중에서도 최악의 암’ ‘정복되지 않은 유일한 암’ 이런 자극적인 타이틀들을 가지고 있는 췌장암 환자를 늘 옆에서 지켜보며 왜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매일매일 매 순간순간 그 무거운 단어를 등에 이고 어깨에 진 채 살고 있을지 모릅니다.     


만일 언젠가... 물론 아주 먼 미래가 되길 바라지만 어찌 됐든 언젠가 아빠가 소풍을 떠나신다면 우리 엄마에게 어떤 말을 해줄 건지... 그런 물음이 떠올랐습니다.     


“엄마, 밥 꼭 잘 챙겨 먹어...” 이것일 거 같았어요.      


50년 가까이를 함께 걸어온 인생의 동반자를 아주 먼 세상으로 떠나보낸 사람에게 밥 따위가 웬 말일 까만, 전 그럴 거 같았습니다.      


이제 아빠도 손주들도 다른 가족들도 아닌, 엄마 자신을 위해 따순 밥을 정성껏 짓기를 바랄 것 같았어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뭐였더라?’ 그때부터라도 좀 곰곰이 생각해 보면서 오직 자신을 위해 상을 차리고 밥 한 그릇 싹싹 비우길 바랄 것 같았어요.     


허한 속을 그렇게 채우고 나면 신기하게도 힘이 나니까요.      


그리고 아빠의 건강 식단과 많은 약들, 그리고 시시각각 변했던 몸 상태에 쏠려있던 관심을 이제 모두 당신 자신에게 돌리고 그간 못했던 것들 다 하면서, 못 가 봤던 곳들 다 가 보면서 그렇게 살기를 바랄 것 같았습니다.     


물론 한 번씩 무너지는 밤이 있을 거예요. 그럴 때면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그냥 아이처럼 엉엉 울어도 보길... 그렇게 미친듯이 그리워하고 애도하며, 차라리 당신을 슬픔 속으로 내던지라고 말할 것 같았어요.

    

아빠에게 그간 못 다 했던 말들을 편지에 담아보라고도 할 것 같았습니다.


연애시절, 두 분이 그렇게 닭살스럽게 주고받았던 편지들을 우리 딸들이 다 기억하고 있으니, 괜히 아닌 척하지 말고 수십 년 만에 다시 연애편지들을 써 보라고 말입니다. 


그간 이런저런 상황 때문에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들었던 말들, 당신 마음속 어딘가에 켜켜이 쌓였을 원망부터 시시콜콜한 일상의 이야기들, 감사 그리고 존경의 인사까지... 정말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정도가 될 때까지 편지를 써보라고요. 눈물 한 줄기가 우표를 대신할 그 편지는, 우체통을 통하지 않고도 분명 수신인을 정확히 찾아갈 거라 생각합니다. 




서쪽하늘님... 그간 정말 애쓰셨습니다. 별 것 아닌 제 위로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멀리서나마 늘 마음을 다해 응원하고 있는 동생이 있다는 거 잊지 마시고 기운 내셨으면 좋겠어요.     


밥... 잘 챙겨드세요.



(목감기가 심해서 유튜브 영상은 만들지 못했어요... 괜찮아지는대로 만들어서 추가하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나이 오십, 암 환자가 됐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