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의 마음은 안녕한가요? 유난히 버겁고 외로운 하루였다면 잘 찾아오셨습니다. 여기는, 그 어떤 고민도 걱정도 다 내려놓고 어깨를 툭 떨어트릴 수 있는 공간, ‘위로해 드려요, 글포옹’입니다.
글포옹 일곱 번째 사연이에요.
안녕하세요, 글포옹 님. 50대 초반 그냥 아줌마입니다. 눈물이 막 나려는 걸 참고 이렇게 글을 써봐요.
올해 딸이 정말 원하던 외국어 고등학교에도 진학을 했고 남편 사업도 잘 풀려서 참 행복했어요. 이렇게 좋은 일만 있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그래서 뭔가 불안하기까지 할 정도로요.
근데 역시 인생은 참 알 수 없는 거더라고요. 사흘 전, 폐암 선고를 받았습니다.
전이도 있어서 수술하고도 항암, 방사선 치료를 피해 갈 수 없다고 하셨어요.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날 이때까지 담배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고 가족 중에도 흡연자가 없는데 내가 왜요? 왜 나여야 했던 걸까요...
글포옹 님, 우리 딸 이제 고 1인데 내가 혹시라도 잘못된다면 대학에 가는 것도, 결혼하는 것도, 아이 낳는 것도 못 보는 건데 어쩌나요...
늘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엄마랑 데이트하는 게 제일 행복해’라고 말하는 아이인데...
대학이나 학과 선택이 어려울 때, 남자친구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졌을 때, 결혼을 해도 되는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이 안 설 때, 결혼을 준비할 때, 결혼생활 중 고민이 생겼을 때... 아이의 깊은 속마음을 누가 들어주나요?
유난히 예민하고 섬세한 우리 아이... 인생의 고비고비마다 엄마를 부르며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릴까요?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미어져서 숨이 안 쉬어집니다.
수술은 다음 주로 예약이 돼 있는데 저 괜찮을까요? 천주교 신자지만 점이라도 보러 가고 싶은 심정이에요. 글포옹 님, 저도 좀 글로 꽉 안아주세요. 괜찮을 거라고 말씀 좀 해 주세요.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실 사연자분, 더 따뜻하게 꽉 안아드릴 수 있게 제 품을 좀 데워둬야겠는데요? 정말 잘 오셨습니다. 여기선 모두 내려놓고 숨 좀 돌리고 가세요. 아이처럼 엉엉 우셔도 괜찮습니다. 다 괜찮습니다.
모든 게 평화롭기만 하던 인생 중반부의 어느 날,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겪게 되셨군요.
‘암’이라는 단 한 글자 단어가 갖는 어마어마한 무게감을... 그 단어가 내 삶에 끼어든 그 순간부터 웃어도 온전히 웃는 게 아닌 시간을 보내게 된다는 것을... 저 역시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 친정 아빠가 2019년 가을쯤 그 청천벽력 같은 암 선고를 받으셨거든요. 저희 딸 백일잔치를 앞두고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표까지 준비를 해 놓으신 상태에서 말이지요.
아빠는 암 중에서도 최악의 암으로 불리는 췌장암으로 지금까지 투병 중이세요.
수술도 불가능한 부위라 항암으로만 암을 다스려야 하는데 항암 부작용이란 놈도 정말 무시무시해서, 아빠는 ‘이러다간 암이 아니라 암 부작용으로 죽겠다’ 며 2년 전쯤 ‘항암 중단’을 선언하셨답니다.
그 당시엔 ‘항암 중단’이 ‘삶을 포기하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될까 봐 속앓이를 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아빠의 행보는 정반대였어요.
누구보다 삶에 진심인 상태로 지금껏 건강하게 걸어오셨습니다. 무소의 뿔처럼 느리지만 힘 있게 뚜벅뚜벅... 아빠의 속도로는 가장 빠르게 그리고 가장 열정적으로요.
매일 무서울 정도로 운동하고 음식에 신경 쓰고 긍정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무던히도 했던 노력들은 ‘암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상태’를 뜻하는 ‘완전 관해’ 상태에까지 아빠를 이끌어 주었지요.
최근 ‘재발’이라는 큰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아빠 식으로 잘 헤쳐나가고 계십니다. 남들이 그렇게 지독하다 말하는 췌장암과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닌, 사이좋게 동행하는 형태로 말이에요.
사연자분도 분명 저희 아빠처럼 잘 이겨내실 거예요. ‘반드시 해 낸다’고 굳건히 마음을 먹으면 못할 게 없는 것 같더라고요.
사랑하는 따님을 위해서라도 꼭 오래오래 건강하셔야죠. 꼭 따님의 대학 입학 때, 첫 연애 때, 결혼할 때... 사연자님은 누구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따님 곁에 계실 거예요. 암을 이겨낸, 더 멋져진 엄마의 모습으로 말이지요.
저희 아빠가 아프시고부터 전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다이어리에 이렇게 기록하고 있어요 ‘내 생에 다시는 오지 않을 2023년 0월 0일 오늘은 더 행복해지자’...
그저 당연하고 뻔한 하루가 아닌, 너무 귀하고 선물 같은 하루임을 절대 잊지 말자는 의미랍니다.
아빠와 함께 할 수 있는 24시간이라는 큰 선물을 또 한 번 받게 해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거죠.
저희 엄마도 ‘병원이 아닌 집에서 눈을 뜰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건강한 다리로 나란히 산책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도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함께 하는’ ‘감사한 하루’들이 쌓이다 보면 분명 이전보다 훨씬 돈독해진 가족들이 더 행복한 그림을 그리게 되는 날이 올 거랍니다.
엄마는 강하잖아요, 아니 강해야 하잖아요? 제 앞에서 다 우시고 따님 앞에선 예쁜 웃음으로 함께 해 주세요.
당신보다 더 놀라고 아픈 시간들을 보내고 있을지 모를 아이의 손을 꼭 잡아주세요. 괜찮아, 다 괜찮아질 거야 안심시켜 주세요. 꼭 말한 대로 이뤄질 겁니다.
그리고 ’브런치‘를 통해 미리 공개한 이 사연에 많은 분들이 위로의 마음을 나눠주셨는데요, 또 다른 포옹, 함께 만나 보실까요?
딸을 위하시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시고 버티신다면 분명 수술 잘될 거예요. 마음 약해지지 마시고 잘 이겨내셨으면 좋겠어요.. 강하게.. 딸의 하나뿐인 엄마답게.. 잘 버텨내주세요..! 정말 사람 마음먹은 대로 생각하는 대로 된다고 하잖아요. 깊은 소망과 마음이 하늘에게도 연결되어 많은 수호신들이 지켜주길 바라겠습니다 (seong hee 님)
가족을 위한 삶이 항상 먼저인 주부의 삶. 엄마로서 아내로서 가정을 지킨다는 것은 항상 나보다 식구들이 우선일 수밖에 없는 시기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다 문득 어느 날 '난 뭔가?'라는 질문을 던질 때가 있습니다. 사랑받았던 따님과 남편이 이젠 사연자님을 더 깊이 사랑해 주어야 할 때 일 것 같습니다. 부디 회복되시길 멀리서나마 기도드립니다. (코코호호님)
저희 엄마가 딱 50세 때 위암 진단을 받으셨었네요. 엄마의 병에 대해서 저를 비롯한 모든 가족들이 '왜?'라는 질문을 참 많이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참 잔인하게도 이 세상에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이 그렇듯, 사실 이유는 없더라고요. 그냥 그런 일이 우리 가족에게, 엄마에게 일어났을 뿐... 저희 엄마는 결국 돌아가셨는데요. 돌아가시고 나서 제게 가장 큰 위로가 됐던 말을 남겨둘게요. 이모부께서 말해주셨어요. 자기도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고 나서 문득 아빠의 조언과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올 때면 우리 아빠가 살아계셨다면 과연 무어라 말해주셨을까? 생각해 보신대요. 그러면 신기하게도 아빠의 답이 떠오른다고 하셨어요. 저도 이제 엄마와 이별한 지 7년 차인데, 그 사이좋은 남자친구도 만나고 결혼도 하게 됐어요. 수많은 과정을 치르며 매 순간 우리 엄마라면? 질문을 던졌고 그때마다 엄마는 답을 주셨습니다. (사월 님)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면 좋겠지만 우리의 인생은 늘 죽음이 전제되어 있으니 그걸 미리, 빠르게 알게 되었다고 여겨야 할 것 같아요. 큰 문제없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남은 시간이라도 소중한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최대한 보낼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 어떨까요? (일과삶님)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를 보시라고 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영화를 보며 마음 아파서 울었지만 좋기도 했습니다. 남편은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희망이 없어 보여 치료를 포기하려 했습니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6개월 받으면 1년 전후를 살 수 있다고 했습니다.치료를 받았고 꿈같은 2년여 시간이 흘러가 남편은 하늘의 별이 됐습니다. 믿기지 않습니다. 말해준 시간보다 훨씬 많이 살았지만 곁에서 보기에 힘들었고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미 받은 선고는 돌이킬 수 없고 시간은 째깍째깍 흘러갑니다. 전국을 누비고 다니며 여행을 다녔고 추억을 쌓았습니다. 쉽지 않지만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도 곧 갈 곳에 먼저 가는 거라고. 나태주 시인의 시 <묘비명>처럼 보고 싶지만 조금만 참자고!
30여 년의 세월 동안 못다 한 대화를 2년여 동안 원 없이 나눴습니다. 하지만 당사자의 마음이 어떨지 우리가 얼마나 짐작할 수 있을까요. 어수선한 마음을 다스려서 평온을 찾으시길 바랄 뿐입니다. 부디 소중한 시간을 잘 보내셨으면 좋겠고 치료받으시며 심신이 힘들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서쪽하늘 님)
기꺼이 마음과 온기를 나눠주신 '내 글에서 빛이 나요' 문우님들께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 전합니다.
글포옹,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고요, 전문상담사 같은 명쾌한 결론은 못 내려드릴지언정 늘 여러분의 걱정과 고민을 진심으로 들어주고 함께 나누고자 하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거, 당신은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거... 기억해 주세요. 오늘 하루도 정말 애쓰셨습니다. 조금만 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