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혼자 여행을 가기로 마음먹고 간 곳은 강릉이었다. 거기에 신랑이 교육으로 1박 2일 일정이 있다고 했고 심심하면 놀러 오라고 해서 알겠다 하고 간 것이 내 첫 혼여였다. 신랑은 교육 때문에 저녁에만 볼 수 있었고 난 오롯이 혼자 강릉을 신랑 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가고 싶었던 곳 곳곳을 누볐다.
가기 전에 어디를 갈지, 무엇을 먹을지 계획을 세우는데 너무 설레었다. 혼자 여행이라니... 결혼하기 전에 혼자 간 건 동네 산 정도였는데 그것도 전 남자 친구와 대판 싸우고 씩씩거리며 버스 타고 무작정 나와 산에 간 거였다. 재미있었을 리가 없었다. 어떻게 올라갔는지도 모르겠다. 굽 높은 운동화에 꽉 끼는 청바지를 입고 씩씩 거리며 올라가니 등산객들이 신기하게 쳐다봤다. 어떤 분은 무슨 사연이 있어서 온 줄 알았는지 계속 쳐다보며 나중에 쉬고 있으니 조심스레 개떡 하나를 주셨다. 밥도 안 먹고 올라가서였는지 떡이 원래 맛있었는지 너무 맛있게 먹고 내려온 기억이 있다. 그게 내 첫 혼여인가?
암튼 내가 사는 지역에서 강원도 강릉까지는 꽤 먼 거리였다. 버스 타고 가는데 서울에서 갈아타고 가야 해서 5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래도 혼자 가는 게 너무 좋았다. 애들한테는 미안했지만 엄마도 이런 시간이 있어야지..
항상 여행을 가면 내가 계획을 세웠다. 해외라도 나가는 때면 내가 비행기 시간도 알아보고 자유여행을 좋아하는 나라서 숙소와 맛집, 볼거리까지 다 내가 알아보고 아이들과 신랑 위주로 계획을 세웠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을 위해서 엄마는 그래야 된다고 생각했고 특별히 그게 싫지 않았다.
아이들이 좋아하고 신랑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행복했으니까..
그런데 이번 여행은 달랐다. 나 혼자다. 내가 가고 싶었던 곳 여기저기 맛집을 검색하고 맘카페에 나 혼자 여행 간다고 자랑글 올리며 어디 가는 게 좋은지 추천해 달라는 글을 올리자 댓글이 주르륵 달렸다.
거의 대부분 부럽다는 내용과 함께 여기저기 추천해 주었다. 너무 고마웠다.
열심히 댓글에 달린 곳을 검색하고 내가 좋아할 만한 곳을 검색하여 동선을 짰다.
그렇게 혼여가 시작되었다. 강릉은 역시 좋았다. 동해 바다가 너무 이뻤다. 내가 사는 지역은 서해가 가까운데 바다색이 너무 달랐다. 어쩜 저렇게 이쁠까... 바다뷰의 카페에서 아아를 시키고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앉아 그동안 못 보던 예쁜 파란색의 바다를 계속 쳐다보았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았다. 오래오래 내 눈에 담았다. 내 눈에 넘치고 넘치게 담아 나중에 보고 싶을 때 꺼내볼 수 있도록 빽빽이 내 눈에 담았다.
이렇게 오랫동안 바다를 본적이 인생에서 몇 번이 있을까 생각했다. 바다를 볼 수 있는 세컨드하우스가 있음 참 좋겠다 생각했지만 돈생각에 바로 마음을 접었다. 그래 보고 싶을 때 와서 보면 되지... 계속 바다 보고 있으면 우울해진다고 했어. 자주 볼 수 없으니까 바다가 좋은 게 아닐까...
바다를 보면 가슴이 딱 트인다 하던데 솔직히 그런 느낌은 받아보지 못했다. 그냥 편안해지고 이쁜 바다를 바라보면 기분이 좋다가 계속보면 무섭기도 했다. 상상력이 풍부한 나는 빠지면 어떻게 빠져나오지부터 쓰나미 생각까지... 그런 생각까지 가면 고개를 휘저어 그런 무서운 생각을 날려버렸다.
그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허리가 아파 자리에 일어났다. 사실 아까부터 옆에 앉은 커플이 거슬렸다. 계속 앉아있으면 못볼꼴을 볼 것만 같아 얼른 자리를 피해 거리로 나왔다.
좀 걷고 싶었다. 커피를 테이크아웃하고 한 손에 들고 오른쪽에 바다를 두고 걸었다.
아 좋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행복이 뭐 별건가 이게 행복이지,,, 자유를 만끽하며 바닷바람을 맞으며 걸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한걸음 한걸음 내딜때마다 내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사실 오기 전에 아이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좋은 곳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아이들 생각이 먼저 났으니까. 내 모성애에 감탄하며 바닷가를 걷다 보니 사람들이 바다에서 서핑을 즐기는 모습이 보였다. 저마다 서핑보드에 누워 파도를 타며 즐기고 있었다. 한참을 보다가 사색하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왜 혼여를 사람들이 추천을 하는지 알았다.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나를 만나는 시간이었다. 혼자 뭔가를 하는 게 어색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 즐길 줄 아는 내가 기특했다. 결혼하기 전까지 부모의 테두리에 있었고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며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던 나는 이런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던 거 같다.
내가 살면서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내가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생각했다.
살면서 그런 적은 몇 번 없는 거 같다.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꿈이 뭔지 뭐가 되고 싶었는지 잊은 지 오래였다.
내 꿈이 뭐였지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게 뭘까? 한 가지 확실한 건 난 아직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거다. 난 아직이라고 했다. 내 나이 40대 중반이지만 난 아직 꿈이 있다. 언젠가는 이룰 나의 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내 마음 깊숙한 곳에 꼭꼭 싸맨 혹여나 누가 들여나 볼까 여러 겹으로 포장해 놓은 나의 꿈말이다. 하도 포장을 잘해놓아서 나조차도 뭔지 모를 나의 소중한 꿈을... 이제 포장지를 하나씩 벗기고 있는 나는 이런 혼자만의 여행을 통해 진짜 나를 들여다본다.
사회생활을 하며 나만의 페르소나를 가지고 나름 잘해온 나였지만 때때로 현실과 너무 다른 나를 보며 가식적이라며 나 스스로 나를 책망했다. 어쩔 수 없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며 나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괴리감 때문에 힘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여행을 시작으로 난 많이 변했다. 나를 이해하기 시작했고 나를 위로하며 소중하게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나를 사랑하자.. 그래야 남도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을 떠올리며 오늘도 이렇게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