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고구마가 내게 가르쳐준 것

by 플러스발상

내 삶에서 우리 집 고양이 고구마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6년째 이 치즈냥의 집사로 살고 있는데..

사실 난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계속 우리 집은 강아지를 키웠다.

몰티즈, 진돗개, 허스키, 종을 알 수 없는 강아지까지... 고양이에 대해서 잘 몰랐고 길고양이를 봐도 별생각이 없었다. 어느 날 우리 딸이 우리 아파트 단지 안에 고양이 2마리가 산다고 했다. 너무 귀여워서 자기 용돈으로 간식을 사서 준다는 말과 그래서 용돈이 부족하니 사료 좀 사게 돈을 달라는 말과 함께...

처음엔 좀 당황했다. 길고양이에 대해 좋게 보는 사람보다 싫어하고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혹여나 아이가 안 좋은 소리를 들을까 봐 덜컥 겁부터 났다. 아이는 내 생각을 읽었는지 갑자기 고양이들을 보러 가자 했다.

따라가는 게 아니었다. 그 아이들을 보고 아이손에 내 카드를 쥐어줬으니.. 그때부터였던 거 같다. 딸아이뿐만 아니라 나도 그곳을 기웃거렸다. 우리 집 창문으로 내려다보면 두 마리 고양이들이 붙어서 쉬고 있는 게 보였다.

좀 귀여웠다. 비 온 뒤에 몸을 말리려 그곳 지붕에 올라 몸을 말리고 있는 모습이 좀 많이 귀여웠다.

그렇게 겨울이 오니 아이들이 걱정이었다. 유난히 눈도 많이 오고 추운 겨울이었다.

아이는 걱정된다며 다이소에서 플라스틱 박스를 사 왔고 나는 거기에 이불과 핫팩을 깔아주었다.

신기하게 그 2마리는 그 안에 딱 붙어 있었고 그렇게 겨울이 났다.

아이는 이만하면 됐다 생각한 건지.. 두 마리 중 유난히 딸아이를 따르는 치즈냥을 키우고 싶다 했다.

그래서 우리 집 고양이가 되었고 아이가 지어준 이름 고구마로 불리게 됐다. 다른 고양이는 다른 집에 입양이 됐다. 해피엔딩이다.

암튼 그렇게 가족이 된 우리 집 고양이 고구마는 수컷 치즈냥으로 한때 동네 대장냥이였지만(딸아이 추정) 땅콩을 떼버려서 인지 엄청 순하고 나만 졸졸 따라다닌다.

잠은 딸과자지만 평소에는 나만 따라다니며 나만 바라본다. 항상 뭔가 싸하다 싶어 바라보면 쟤가 날 쳐다보고 있다. 낮잠을 자려고 누우면 어디서 있다 온 건지 야옹하면서 침대 위로 올라와 꼭 내 다리 사이에서 한쪽다리를 베개 삼아 누워 잔다.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다. 팔이 아닌 게 어디냐 싶다.

집에서 늘 혼자 있었지만 이 고양이 덕분에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항상 내 곁에는 우리 집 고구마가 있었다.

요즘 부쩍 말이 늘었는데 그건 아마 나 때문일 거다. 내가 자꾸 말을 걸었더니 얘도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서로 말은 달랐지만 우린 제법 대화가 됐다. 내 생각은 그렇다. 고구마는 내 말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는 듯했다. 물론 내 말은 잘 듣지는 않았다. 요즘은 자기 말만 해대는데 시끄러워 그만 삐악 대라고 하면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꼬리를 바닥에 탁탁 치며 자리를 떠난다. 그러다 잠시 후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내 옆에 와서 앉는다.

고구마와 함께 지내며 알게 됐다. '진짜 위로'는 말로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가끔 아무 말 없이 곁에 있어주는 존재. 그 존재만으로도 내게 힘이 된다는 걸 우리 집 고양이가 가르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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