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누군가의 조용한 이별
버스에서 내렸다.
함께 웃고 떠들던 사람들은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 있는데 나는 버스에서 내린 뒤 한참을 서있었다. 뒤돌아 작별 인사를 건네고 싶었지만,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저 더 이상 머물 곳이 아니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나는 지쳐 있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즐거웠고, 함께하는 시간이 좋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관계 속에서 나만의 리듬이 어긋나고 있음을 느꼈다. 그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버스에서 내린 후, 나는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듯 내 마음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버릴 것과 남길 것을 나누듯, 마음속의 복잡한 감정들을 하나씩 꺼내 보았다. 서운함은 버리고, 고마움만 남기고 싶었다. 그래야만 아무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을 거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토바이 사고를 목격했다. 순간 놀랐지만, 침착하게 신고를 했다. 이상하게도 그 충돌 장면이 내 안에 오래 남았다. 마치 내 마음 한구석에서 일어났던 조용한 충돌처럼 느껴졌다. 아무도 크게 다치지 않았기를 바라며 마음을 다잡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다다르자 내 마음이 조금은 후련해졌다. 그제야 깨달았다.
모든 인연이 영원할 수 없다는 것과 때로는 스스로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것을. 미안함과 서운함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그 모든 감정의 밑바탕에는 분명 고마운 마음이 있었다.
그 시절의 나에게, 그리고 함께였던 모든 순간에게.
조용히 진심을 담아 인사를 건넨다.
고마웠어요. 부디 잘 지내요.
이제 나는 나의 속도로 걸어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