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이별

3장. 고구마와 두유

by 플러스발상

우리 아파트 단지 안에는 고양이 두 마리가 살았다.
치즈색 고양이와 고등어무늬 고양이.
이 두 마리는 언제나 함께였다.
잘 때는 서로의 등을 맞대어 자고 밥을 먹을 때도 햇살 좋은 날 벤치 아래에서 몸을 데울 때도 꼭 붙어 있었다.
단지 아이들은 이 두 고양이를 무척 좋아했다.
편의점에서 사 온 고양이 캔과 츄르를 들고 와 나눠주었고 엄마 손에 따라온 세 살배기 아이는 “고양이 만질래!” 하며 생떼를 부리기도 했다.

치즈색 고양이의 이름은 고구마.
이 동네 대장냥이 었다.
고구마가 사는 영역에는 늘 캣맘들이 챙겨놓은 사료와 물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가끔 다른 고양이들이 찾아왔다.
그럴 때마다 고구마가 털을 바짝 세우고 매서운 눈빛으로 하악질을 하면 고양이들은 꼬리를 내리고 줄행랑을 쳤다.
단 한 마리도 고구마의 영역을 넘보지 못했다.

고등어무늬 고양이의 이름은 두유였다.
두유는 고구마와는 정반대였다.
순하고, 겁이 많고, 사람들 가까이 가지 않았다.
아름다운 에매랄드빛 눈동자를 가진 두유는 언제나 치즈냥 고구마를 향해있었다.
고구마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가고,
고구마가 잠든 자리 곁에서 조용히 몸을 말았다.

사실 이 두 고양이에게는 이름이 여러 개였다.
야옹이, 찰리, 톰, 치즈…
사람마다 부르는 이름이 달랐지만 누구에게나 사랑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고구마가 한 아이에게 입양되었다.
두유는 그날 이후 며칠 동안 단지를 헤매며 고구마를 찾았다.
고구마의 냄새가 남은 골목을 따라가고,
고구마가 앉아 있던 벤치 아래를 서성였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고구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며칠 뒤, 두유는 우연히 길모퉁이에서 어린 새끼 고양이들을 발견했다.
비바람에 떨고 있는 그들을 바라보다가
두유는 조용히 그 작은 몸들을 품었다.
작은 숨결이 그의 품에 닿자,
사라졌던 온기가 천천히 돌아왔다.

그 순간, 끝이라고 생각했던 두유의 삶은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두유의 품속에는 고구마가 남기고 간 따뜻함이 다시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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