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을 사랑한 사람의 마지막 페이지
신나는 음악, 비트가 강한 음악이 흐르면 내 심장은 먼저 반응했다.
두근거림과 함께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춤동작들이 그려지고, 나는 리듬에 몸을 맡긴 채 자유롭게 흐른다. 비트와 내 심장소리가 합쳐져 또 다른 리듬이 만들어지는 순간, 나는 완전히 춤이 된다.
하루 종일 춤을 춰야 한다면 기꺼이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젠가 무대 위에서 춤추다 쓰러져 죽는다면, 그건 꽤 멋진 죽음이라고 생각할 만큼 나는 춤을 사랑했다. 간절하면 하늘이 감명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고, 진심은 반드시 통한다고 믿었다. 누군가는 나의 열정을 알아봐 줄 거라 생각하며 더 열심히 춤을 췄다.
춤을 추며 행복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면 지금도 눈물이 차오른다.
정말… 이대로 끝일까?
이곳에서 멈춰야 하는 걸까?
춤 없는 삶을 상상해 본 적 없는 나에게 이별은 너무 잔인했다.
먹고살기 위해 하고 싶은 걸 참아가며 돈을 벌었다.
모진 말도, 힘든 일도 버텼다. 오로지 내 꿈 하나 바라보며.
그런데 이제 멈추라는 건, 깊고 깊은 바다 한가운데로 나를 던져 넣는 것 같았다.
허우적댈수록 더 깊이 빨려 들어가는 절망감.
살려달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제발 계속 춤추게 해 달라고… 제발 내 꿈을 이루게 해 달라고"
나는 누구보다 춤을 잘 췄다.
어디를 가도 돋보였다.
선생님도 나를 아꼈고, 수업이 끝나면 따로 동작을 알려주기도 했다. 전국에서 그분의 춤을 배우려고 사람들이 몰렸고, 나 역시 용기를 내 그 앞에 섰다.
“저, 제대로 춤을 배우고 싶어요.”
조용하고 내성적이던 내가 그런 용기를 냈다는 게 지금도 신기하다.
초등학교 때 TV 속 가수들을 보며 심장이 뛰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나는 조용히 춤을 사랑해 왔다. 같은 영상을 수십 번 돌려보며 다음 동작을 읽어내고, 음악에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연구하던 아이였다.
성인이 되어서야 비로소 학원에 가 춤을 제대로 배웠고, 밤마다 연습했고, 더 배우지 못해 아쉬워했다.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시간이 흘러도 나는 계속 춤을 췄다.
유명해지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지만, 그보다 내 춤을 보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랐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한 걸음씩 꿈에 다가가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그곳을 떠나야 했다.
시기, 질투, 오해, 그리고 마음의 상처들.
진심은 통하지 않았고, 춤은 더 이상 즐겁지 않았다.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결국 나는 무대를 내려왔다.
이제 정말, 꿈을 접어야 한다.
아직도 가끔 미련이 발목을 잡아 눈물이 차오르지만, 그래도 앞으로의 나를 위해 이겨내야 한다.
새로운 꿈을 찾아,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다시 걸어가야 한다.
그래서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방을 메고 문밖을 나선다.
새로운 직장으로 향하는 길, 그 시간만큼은 그토록 간절했던 꿈을 잊을 수 있다.
살기 위해, 그리고 다시 살아가기 위해
오늘도 또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