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세트플레이어
을지로 모처에 오래된 LP플레이어, 카세트플레이어, 붐박스 등을 메인터넌스해 판매하는 쇼룸이 있다. 1968년 SONY에서 제작한 최초의 포터블 카세트플레이어의 짱짱한 음향과 피아노같은 버튼, 이 감성에 반해 집으로 들였다. 음악을 잘 몰라서, 좋아하고 싶은 마음도 담겼다. 몇 개의 테이프를 당근마켓에서 구했다. 인생 첫 직거래 였다. 성시경 케이스에 신승훈 테잎이 들어있었지만 쿨거래를 빙자한 귀차니즘으로인해 그냥 듣기로 했다. 쿵짝쿵짝 음악을 틀고 누워있으면 얼마 안 가서 테이프의 방향을 바꿔주러 일어나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감성 앞엔 아주 성스러운 수고로움이다. 테이프는 스트리밍과 다르게 한 가수의 여러 곡을 듣는다. 미리듣기란게 없기에 신중하게 골라야 하는 그런 매력이 있다. 한 번은 약간의 잡음과 늘어짐이 있어서 수리를 맡겼다. 아주 작은 나사가 풀려있었다고 했다. 그 다음엔 뱅글뱅글 마그네틱을 돌리는 콩자반처럼 생긴게 멈췄다. 오랜 세월을 버틴 벨트가 끊어졌던 것이다. 그렇게 두 번이나 수리를 맡겼다. 태생의 쓸모를 다하도록 이 친구의 삶을 연장해주고 있다. 그렇게 다 섯번 쇼룸을 방문했다. 샤이한 주인장님과 가벼운 농담도 주고 받았다. 나와 짧은시간을 보냈지만, 아주 오랜 세월을 함께 한 기분이다. 플레이어를 찾아 집으로 가는 길, 문득 나사 풀린 인간과 끊어져 버린 관계가 떠올랐다. 아 이건 못 고칠 듯 싶다. 어서 집에 가 노래를 듣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