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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nebear Apr 26. 2016

'나'를 분석하다

'나'와 만나기

1. 첫 기억과 접촉하다


오늘 오랜만에, 약 6개월만에 시원하게 울었다.

6개월 전 그날도 오늘만큼 시원스레 울진 못했던 것 같다. 그를 만나면서 설렘과 불안을 이리저리 오가다 결국 말로만 듣던 잠수 이별을 경험하고... 그때도 오랜만에 울었더랬지.


오늘 난 작년 그때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폭풍 같은 불안감에 휩싸여 초조해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나를 보았다. 뭐가 그리 불안했을꼬.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떠나감... 남겨짐... 버림받음... 그 쓸쓸하고 초라해지는 느낌이 슬프고 아팠다. 약 5분 동안 소리내어 펑펑 울었다. 무서워서 울었다. 그래 난 버려짐이 너무 무서웠고 외로웠고 초라했다.


울음의 시작에 내 첫 기억이 오버랩 되었다. 어린 내가 혼자 덩그러니 방안에 쓰러지듯 비스듬히 앉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울고 있었다. 그 아이를 오랜만에 만났다. 그렇게 만나고 싶던 그 아이를, 분석 때 그 아이 존재를 알고나서도 잘 만나지지 않던 그 아이를, 오늘 만났고 그 아이를 보며 가슴 아파했다.


만 하루 동안의 연락 부재에 전전긍긍하며 불안해 하는 내 모습을 보며 그 아이를 떠올렸다. 아직 제대로 접촉하긴 무리인 듯 하다. 그래도 가능성을 본 순간들이었다.


연락 부재가 떠나감이 아니었고 사정이 있었음을 알고 나서야 안심이 미소로 번져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의 연락 부재 자체보다 연락 부재를 즉 홀로 남겨짐을 몹시 무서워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나를 느낀 순간이 그가 지금 옆에 있는 것만큼 중요하게 느껴졌다.


관계로부터 나의 존재의 의미를 찾고, 관계의 깨짐을 두려워하며, 그 깨짐이 곧 내가 없어짐이라는 것

내가 그렇게 느끼고 있는 상태라는 것

한없이 공허해하고 외로워하고 있다는 것


그게 나 임을 오늘 알았다.


봄이 지나가며 떨군 벚꽃 잎들이 눈물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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