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은 꼭 한다 & 꼭 안 한다
어느새 아이들이 훌쩍 커버렸다.
정말 노랫말 가사처럼 아주 잠시 눈을 붙였던 거 같은데
벌써 어른이 되어버렸다.
그 귀엽던 아이들의 모습은 다 어디로 간 건지
"죄송하지만 제 아이가 아닌 거 같아요. 그만 나가주세요.
우리 귀염둥이를 어찌했나요, 제 아이를 찾아주세요"라며 사정해봐도
걸쭉하게 바뀐 목소리와 정수리로부터 폴폴 호르몬 냄새를 뿜어대는 그놈은
자신은 그런 아이를 알지 못한다며 방을 차지하고는 더 나올 생각을 안 한다.
어릴 적엔 아이들에게서 잠시 벗어난 나만의 시간이 그렇게 소중했는데
요즘은 밥 먹는 시간, 가끔 함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시간을 제외하면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찌 보면 덕분에 이렇게 여유롭게 글을 쓰게 됐는지도 모르지만.
결혼 식 다음날 이곳으로 날아와 이곳에서 아이를 낳고
나름 이곳 교민 사회의 젊은 새댁이었던 내가
지금은 20년 다 돼가는 터주대감이 되어 그 시절 내 나이 때의 젊은 맘들을 보고 있다.
시간이 지나고 돌아봐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특히 아이들 교육 문제는 나에게 닥치기 전이나 내가 처해 있을 동안엔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가 참 힘든 부분이다.
설경구처럼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치고
귀염둥이 남매를 키우던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꼭! 다시 하고 싶은 일, 아니 해야 할 일과 절대 하지 않을 일은 무엇일까?
꼭 한다!!
첫째도 책 읽기요
둘째도 책 읽기요
셋째도 책 읽기다.
다시 말해, 무조건 다시 해주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이다.
보통 둘이나 셋 정도의 아이를 키워본 엄마라면 공감하는 부분이,
"첫 애 때는 그래도 좀 읽어줬는데, 둘째는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다.
나 역시 그랬다.
첫 애 때는 자기 전 아이가 가져오는 10권 남짓한 책들을
쉰소리가 날 때까지 정성껏 읽어줬지만
둘째가 태어나고, 내가 해야 할 일이 두배가 아니라 다섯 배, 여섯 배가 되어버린 상황에서는
가져오는 책의 반도 못 읽어줬던 게 사실이다.
큰애가 가져오는 책과 둘째가 읽을 책이 다르다 보니
엄마의 책 읽기 노동은 두배가 되어버린 셈이었고
일은 늘어났으나 체력은 흘러버린 시간만큼 쇠퇴하고 늙어버렸으니..
지금 생각해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만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있다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조언하고 싶다
책을 읽어 주시라.....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계속이면 가장 좋겠다.
최대한 오래도록, 가능한 늦게까지
아이와 함께 누워 책을 보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그 결과는 아이를 키우면 키울수록, 공부를 하면 할수록, 학년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 크고 명확하게 나타날 것이다.
책 읽기 말고 딱 한 가지를 더 말한다면,
놀아주기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대단한 기구가 필요하지도 않고
꼭 값비싼 무언가를 사서 해야 하는 게 아니다,
되려 광고에 현혹되어 없으면 큰일 날 것 같아 비싼 값을 치르고 산 장난감들이
제 값으로 취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더 자주 발생한다.
아이와 놀아주는 건, 손을 많이 쓰는 어떤 놀이든 좋다.
가위질. 그림 그리기. 모래놀이. 종이접기 같이
그냥 집에 있는 것들을 사용해서도 충분히 가능하고, 아이들이 훨씬 더 재미있어한다.
그럼 꼭 안 한다!! 는
소리치며 혼내는 것.
착하고 순하게 손 안 가는 아이로 자랐으면 하고 생각하는 것.
내 아이가 어떤 능력이 있었으면 바라는 것.
다른 집 아이와 비교하는 것.
아이의 질문에 귀찮아 대답하지 않는 것...
내가 과거에 저지른 과오를 까발리는 거 같아 이 정도에서 그만하련다. ^^;;
앞으로 일 년 반 남짓이면
내 몸에서 세상으로 나와 매일같이 붙어 지지고 볶던 큰 아이가
드디어 내 품에서 떠날 것이다.
세상을 인터넷으로, sns로 배우고 있는 아이는 그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만
난 이제 신체 일부 같았던 큰 덩어리 하나가 떨어져 나가려 한다는 사실에
벌써부터 겁이 난다.
그 자리가 얼마나 아프고 쓰리고 그리울지..
18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쏜살같이 지나갔다.
일 년 반은 그냥, 하늘 한번 쳐다보고 나면, 재채기 한번 하고 나면, 물 한 모금 마시고 나면
이미 지나가 버리고 없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의 내가 꼭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아직 내 옆에 있는 내 일부들과
오늘도 열심히 농담을 주고받고, 대화하고, 가끔은 말싸움해가며
열심히 노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