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하고, 새롭게 도전하고
호미를 창업하고 코로나가 찾아왔다. 코로나로 될 사업이 안되거나 한 건 아니다. 그냥 시점이 그렇다는 거다. 코로나 시대에 맞춰 호미도 굴리고, 강의도 했다. 호미는 사업 계획을 정교하게 세우고 시작한 게 아니라서 일단 내가 하는 일 중 공간 마케팅 그리고 브랜딩에 집중했다. 서울 서북부에 위치한 은평 한옥마을에 신축 한옥인 '일루와유 달보루'라는 현대식 전통 한옥을 복합 문화공간으로 만드는 데 주력했다. 다행히 건축주의 문화에 대한 넓은 이해와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한 시절을 같이 보냈으나 일찍 본인의 능력을 알고 사업을 시작한 후배의 의리와 능력으로 일루와유 달보루는 자리를 빨리 잡았다. 2020년에는 문체부의 한옥 브랜드화 사업으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부족함 없이 했다. 코로나였지만 기회가 되어 자연친화적인 일루와유 달보루에 사람들이 찾아왔다. 섭외가 쉽지 않은 아티스트와 방송 프로그램이 찾아왔다. 감사한 한 해였다.
올해는 글을 써서 책을 내는 게 목표다. 글쓰기는 내게 두려움의 대상이다. 일하면서 꼭 해야 되는 쓰기 아니면 도망 다녔다. 핑계는 많다. 지금 바빠서, 다른 보고서 써야 해서, 이 주제는 제 전문 분야가 아니라서. 그런데 더 도망 다니면 안 될 것 같았다. 이번에 책 쓰기 포기 안 하면 내 인생의 큰 산을 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글쓰기에 도움될까 해서 그림 그리기도 시작했다. 그림 역시 내가 도망친 대상 중 하나이지만, 그냥 즐겁게 하는 놀이로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그림을 그리기 싫어했던 건 실제로 못 그리기도 하고, 그림으로 사람들이 내가 어떻다고 짐작하고 이야기하는 게 싫었던 이유도 크다. 성장기 아이들에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면서 이 아이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 선생님이 짐작해서 처방을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마땅찮았다. 그 사람의 하루가, 그 사람이 일 년이, 그 사람의 세월이 고작 저 그림 하나로 알 수 있다고? 물론 그 생각이 바뀌거나 한 건 아니고, 누군가에 의해 평가받는 게 싫었는데 그게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다고나 할까. 완성이 잘 되면, 책에도 넣어볼까 생각 중이다.
글을 잘 써보려고 하니 진도가 안 나간다. 뭐든지 힘 빼고 하는 게 자연스럽게 좋은데. 그게 어렵다. 포기만 안 하면 책이 나온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포기만 말자. 포기만 안 하면 된다.
< 일루와유 달보루 홍보 영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