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으나랑나 Apr 29. 2022

서러움, 마음 속에 눈물이 샘으로 터지는 순간

눈물 샘의 잔잔한 외침

오늘 동생의 전화를 받고,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엉엉 울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지금 이 시간을 이렇게 이악물고 버텨내고 견뎌내고 있는건지, 내 삶의 방향성에 대한 회의감이 문득 밀려왔기 때문이다.

"시간내서 내일이라도 오지, 시간이 안돼?" 하는 동생의 그 아쉽고, 여운이 남는 목소리가 여전히 내 마음을 아리게 했다.


사실 동생과 나는 그리 살가운 사이가 아니었다.

동생도 청소년 시절, 격변의 시기를 보내느라 가족들하고 마음 속 거리를 두며 지냈고, 그러다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동생과 심리적 거리를 두면서 지내게 되었다. 아마 어쩌면 동생과 나 사이에서의 보이지 않는 거리는 물리적 거리 그 이상으로 더 멀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도 상담을 받기 시작하면서, 동생에 대한  감정을 조금씩 살펴보고 정리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거리를 두면서 지낼  밖에 없었던  시절의 내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거리감에 숨어있던 동생에 대한  마음도 발견할  있었다.


그때부터 인지하기 시작했던 동생에 대한 내 마음은, 나는 동생을 참 미워했지만 미워한 만큼, 너무나도 좋아하고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는 대상이기에, 나 조차도 감히 그 대상에게 다가가서 그 마음의 상태가 나와 같은지 확인하는 것 조차도 내가 너무 두려웠고, 또 나와 그 마음이 다르면 그 이후 상황에서 내가 혼자서 느낄 상처가 감당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늘 동생에 대한 그립고 좋아하는 마음을 한켠에 두면서도 나 스스로 계속 선을 그어가며 동생을 나도 모르게 대했던 것도 있었다.


특히나 동생에게 다가가는 것조차도 나는 용기를 냈어야 했기 때문에, 차라리 동생이 나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심리적 거리를 좁혀가면서 나에게 다가오기를 바랬던 마음이 나 스스로도 굉장히 컸고, 나에게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지고 보여지는 행위 자체가 나를 누나로서 인정해주고 있다는 확인 도장 같은 느낌으로 내게는 다가왔었다.


근데 오늘 그 전화 한 통은 그동안 동생에게 갖고 있던 나의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시켜주는 것 같은 안도감을 선물해줬고, 그래서 동생의 전화를 끊고 그자리에서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왠지 그 동안 혼자서 마음앓이 한 내 마음을 위로해주는 상황인것처럼 느껴져서, 혼자서 왜 그렇게 아둥바둥하면서 지냈는지, 그 서러운 마음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주저앉아 울었다.


울고나니 조금은 시원해졌다.

그리고 용기가 났다.

어쩌면 내가 갖고 있는 동생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장막은 이제는 나 혼자서 이고지고 살던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면서, 이제는 나도 그 장막을 걷어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할 때라는 걸.


혼자서 내 마음을 아무도 모른다고, 나만의 세상에서 메아리처럼 되뇌이며 속상함과 서러움을 더 만들어내지 말고, 이제는 그 마음을 세상으로 꺼내주며, 그 마음의 원 주인공이 그 속상함과 서러운 마음을 함께 봐줄 수 있기를 말이다.


혼자서만 가지고 있으면, 그건 계속 나 혼자만의 서러움이 된다는걸,

나의 서러움은 어쩌면 혼자서 이고 가는 짐일 뿐, 그 짐은 점차 속상함, 화남, 때로는 억울함, 원망감 등 다른 부정적인 감정과 함께 어우러지며 더 눈덩이처럼 부피가 불어나 나를 더 압사시키고, 다시 그 짐을 원상태로 돌리기 까지 생각보다 머나먼 여정이 된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은 알았다.


때로는 그 서러움은 그 서러움을 만들어 낸 원 대상이 봐주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원 대상만을 바라보고 기다리기엔, 내 감정 공장도 매일매일 가동해야 되고, 그 공장에서 생산해내는 나의 감정 주머니들도 매일매일 나 스스로가 정리해주고 보내주는 일을 365일 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특히나 이런 기다림은 기약없는 기다림이 더욱 많기 때문에, 결국 내 마음이 먼저 지쳐떨어져나가게 되거나, 혹은 나도 모르는 나의 아주 저 깜깜한 심연 속으로 들어가서 앞으로의 내 삶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원대상이 다가와주길 바라는 기약 없는 기다림을 바라보는 것도 어느 시기에는 필요한 일일수 있다. 하지만 충분히 기다렸다는 생각이 들면, 내 감정 공장의 스위치를 켜서, 그 감정을 작동시키자.

그 감정공장의 사장도 나고, 기계도 내 마음 어느 한 부분이고, 만들어내는 것도 전부다 나다. 그 공장에서는 내가 만능이다.

그러니 그 서러운 감정이 지금 무엇을 향해 있는지,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는지, 아니면 여전히 내 안에서 서러운 감정에 대한 스스로의 정리가 필요한지, 그냥 있는 힘껏 느껴보자. 그리고 그대로 한번 표현해보자.


어쩌면 그 일은 자신에게 새로운 감정과 세상을 또 마주하게 해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작가의 이전글 눈이 와 눈이 와, 마음에 설레임이 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