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에서 피어나는 향기
인간은 모순덩어리다.
사랑을 끊임없이 갈구하면서, 막상 사랑을 받기 시작하면 두려워한다. 혹시나 그사랑에 내가 다칠지도 모를까하는 두려움에 끊임없이 사랑을 시험하고, 또 의심하고, 멀찍이서 바라본다. 내 자신이 안심할 때까지 자신의 방식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그렇다면 과연 내가 그렇게도 시험하고 또 신중하게 두드린 그 마음이 진짜 사랑이라고, 언제까지 변하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진실된 마음이라고 나는 정말 확신할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에게 주어진 사랑이라는 감정은 매우 특별하다.
사랑은 받는 자와 주는 자 모두를 치유해주는 힘이 있다고 한다. 사랑이 깔린 자리는 가시도 돋히고, 장애물도 많다. 우리 몸에 상처가 나면, 그 상처가 죽을때까지 그 모습 그대로 있지 않고, 그 위에 새살이 돋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아문다. 사랑도 결국 이러한 상처 속에서 피는 꽃이기에, 따뜻하고도 강렬한 치유의 힘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상처도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날지, 그리고 어떻게 아물어갈지 예상할 수 없는 것처럼,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이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지, 또 나타나고 있는지 나는 예측할 수 없다. 특히나 이는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모습을 정확하게, 분명하게 나는 알 수 있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 그래서 끊임없이 내 마음과 너의 마음을 시험하게 된다.
최근에 내가 그랬다.
누군가를 만날 때, 끊임없이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저 사람이 나를 정말 좋아하는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면 이렇게 아마 행동할거고, 나는 내가 생각하는 그 행동이 나온다면 그 사람에게 점차 내 마음을 조금씩 열겠지.'
하지만 그렇게 확인하고 확인받았던 그 사랑도 결국은 또 다른 상처가 되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봐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그 사랑의 모습을 정확하게, 분명하게 보는 것이 힘들고 어렵다.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쉬운 듯 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그런 이유라고 생각한다. 내가 너임을 믿는 모습, 믿고 싶은 모습, 바라는 모습 등 상대방에게 투영하고 싶은 모든 에너지들이 응축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스스로에게도 그렇게 하기 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고, 그냥 단순히 내가 보여주는 행위에만 집착했던 나머지 결국은 아주 큰 상처가 되어서 내 안에 남았다. 사실 내가 만든 사랑의 흉터로 말이다.
흉터는 또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크기가 작아지거나, 혹은 또 없어지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서 내 안에서 없애버릴 수 있다. 이것 또한 내가 그 사랑을 어떻게 정리하고 보내줄 것인지에 따라 달렸겠지.
사랑은 누구에게나 시간이 필요하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에 따른 시간은 생각보다 더 많이 필요할 수 있다.
시간을 견디는 용기를 가지는 것,
그러면 언젠가는 또 내 안에 숨어있던 사랑이 다시 깨어나서 씨앗을 여기저기 뿌리게 되는 상황이 오면, 그 때 또 그 사랑의 향기가 내 삶 안에서 가득히 피어나겠지.
그래서 사랑에는 용기가 필요하고, 그 용기로 피어난 사랑은 향기가득 머금고 또 행복을 만들어주는 정신적인 향수가 되어 내 삶을 또 아름답게 만들어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