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으나랑나 Apr 27. 2022

무기력할 때

어떤 것도 하고 싶은 의욕이 없네

갑작스럽게 축 쳐진다. 쳐 저 있는 내 모습이 당황스럽게 느껴지는 순간 살펴본다.

'나 오늘 무슨 일이 있었나?', '별일도 없는데 왜 이렇게 의욕도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을까'

어떠한 일이 이렇게 나를 의욕도 없고 무기력하게 만드는지 그 원인을 찾아 나서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다. 그럼 원인이 없는데도 무기력한 나를 어떤 날은 책망하게 되기도 한다.


'나약한 놈...'


눈물이 찔끔 났다. 나 스스로도 나 자신을 그렇게 약하게 바라보다니, 그러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그 순간도 무서워졌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척척척하며 아닌 척하며 고통을 외면하고, 힘듦을 돌아보지 않으며 자신의 내적 목소리에서 점점 멀어지는 건가 싶기도 하는가 하며, 스스로를 약하게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그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근데 그냥 살다 보면 어느 하루는 나 자신을 나약하게 바라볼 수도 있지.'

'꼭 강한 내가 될 필요는 없잖아?'

'그리고 무기력함에 대해서 꼭 이유가 필요해?  반드시 거기에 합당한 원인이 있어야 되는 거고 그걸 반드시 알아야 되는 거야?'

'무기력할 때는 무기력한 거지, 무기력한 모습을 그냥 그렇게 이해해줘도 되잖아?'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조금은 내 무기력을 바라보는 게 가벼워졌다.


누군가가 내게 그랬다.

감정에 기승전결이 어디 있냐고, 그만큼 나도 모르게 켜켜이 쌓아놓은 마음속 어느 감정 주머니가 꽉 차게 되면, 그래서 더 이상 빈 곳이 없어서 또 다른 주머니가 필요할 때가 되면, 그때 그런 감정을 느끼는 순간이 아니겠냐고, 켜켜이 쌓아놓을 때 그 원인을 생각하고 우리는 쌓아놓는 거 아니지 않냐고, 그냥 생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쌓이는 내용물인데 그걸 우리는 인지하지 못하고 살다가 문득 터지는 거 아니겠냐고.


오늘은 이 말이 내게 참 많은 위로가 되었다.


그동안 무기력 주머니에 나도 모르게 알게 모르게 관련 내용물들을 많이 채워 넣다 보니, 이제 그 주머니가 다 차서 내가 그동안 다른 생각하고 행동하느라 알지 못했던 무기력을 지금에서야 발견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면 이제 무기력 주머니를 발견했으니, 그 무기력을 또 내가 잘 꺼내 주고, 그 무기력이 내 감정에서 흘러갈 수 있도록 나는 잘 보내주면 되니까, 무기력과 오늘은 조금 더 친해보는 날로, 그렇게 나의 무기력과 함께 뒹굴어보는 날로, 그렇게 무기력과 함께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보는 걸로 하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