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은비 Feb 19. 2020

순진한 고객이 기업을 파괴한다.

디지털 디스럽션의 진짜 원인

탈레스 S.테잇셰이라의 책 '디커플링'을 읽고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디커플링이 무엇인지 내용을 정리한 글은 여기에.



기존의 많은 경영 프레임워크는 기업의 시각에서 쓰여져 많은 부분이 경쟁과 자원에 초점을 맞춘 반면, 디커플링은 신생기업의 침투부터 확장까지 그 변화의 원천을 고객으로 꼽는다. 아래 문장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파괴를 만드는 건 기술이 아닌 소비자다. 순진한 소비자들이 기존 기업을 파괴한다. 

 

기술은 고객에게 소구되는 지점이 없다면, 그냥 도구일 뿐이다. 기술이 없어도 고객의 요구에 맞는 서비스,제품을 제공하는 기업들이 시장에서 성공한다.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본인들의 이익을 따르고, 그 요구를 맞춰주는 기업이 고객을 확보하여 시장에서 성공한다. 라이언에어는 독창적 기술이 없어도 성공한 예이다. 승객들의 최우선 가치는 "이동" 이라는 것을 파악해서 이동에 대한 비용을 낮추고, 그 외의 상품(유로 상품, 숙박등과 같은 연계상품)에서 추가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이뤘다.


그럼 왜 신생기업들만 디커플링을 하고, 기존 기업은 고객에게 집중하지 못할까? 디커플링에서는 기존 기업은 이미 가진 자원에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기존 기업은 가지고 있는 설비, 인적자원, 네트워크 등을 잃지 않는 방향으로 의사 결정을 할수밖에 없는 반면 파괴자의 사고방식은 고객 중심이다. 고객 자체가 생존을 위한 것이기에 그들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자원이 필요하면 구축하거나 빌린다. 기존 자원이 있음에도 자기 파괴적 혁신을 한 넷플릭스가 더 돋보이는 이유다.  넷플릭스는 원래 DVD 배송서비스로 시작한 스타트업으로, 오프라인 DVD 대여점인 블록버스터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블록버스터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넷플릭스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파괴하는 있는 결정이었고, 많은 반대에 부딪혔으나, 넷플릭스는 굽히지 않고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했다.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컨텐츠를 쉽게 본다"는 고객의 요구에 더 적합한 방식이라는 것을 파악했기에 가능했던 결정이었다.


요즘같이 기술의 발전과 정보의 공유로 기업을 하기가 쉬워진 환경에서는 더 고객이 중요하다. 이전에는 한 산업에 플레이어가 적었다보니 고정된 적와 경쟁하는 경영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수없이 많은 스타트업들이 국경의 제약없이 새롭게 시작하고 있고, 그 숫자를 하나하나 파악할수가 없을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쟁자에게 집중하기 보다 고객에 집중을 해서 고객을 확보하는 것,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난 몇 년간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업의 생존과 성장 이야기를 많이 접해왔는데, 성공한 기업의 스토리는 잘 알려져있고 화려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 '성공'에 이르지 못한 기업들이 써나가는 치열하다 못해 처절한 스토리가 더 많았다. 그러다보니 스타트업의 가장 큰 덕목은 성장에 앞서 생존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이렇게 생존우선주의로 생각을 하다보니 많은 의사 결정을 생존을 바탕으로 고민해왔다. 한마디로  많은 경우 '이걸 못하면 우리회사 망하나?'의 질문으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러다보면 사실 '고객'에 대한 고민이 뒷전이 되곤 한다. 솔직히 가끔은 '고객' 고민은 배부른 고민이라고 느껴질때도 있었는데, 디커플링을 읽으면서 내가 이런 근시안적인 사고를 하고 있었다는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 고객이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실제로는 그렇게 일하고 있지 않았던 게 아닌가 싶다.


지금 일하고 있는 딜리셔스도 동대문 도매상들의 상품들이 거래되는 B2B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인데, '기술'로 플랫폼을 만들긴 했지만, 성장을 하게된 근본적인 이유는 그 동대문의 상품을 온라인으로 본다는 고객의 니즈를 적중했기 때문이었다. (막간 회사 홍보)


고객과 기업의 생존은 동떨어진 내용이 아니라, 고객의 확보가 곧 기업의 생존이다. 시장파괴를 하는 디커플러들은 단순히 고객가치사슬 분리했기 떄문에 시장을 파괴한 것이 아니라, 디커플링을 통해서 고객의 분화된 요구를 만족시켰기 때문에 시장 파괴가 가능했다. 이제 질문의 시작이 "이걸 못하면 우리회사 망하나?"가 아니라 "이걸 하면 고객들의 코어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나?"가 되어야 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디커플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