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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olee Apr 16. 2020

밀랍인형

이불을 턱 끝까지 당긴다.


빠져나온 곳이 없도록

온몸을 꼭꼭 감싸고

말없이 허공을 응시한다.


일렁이는 허공이

초라함이 뭔지 보여주는 듯하다.


밀랍인형 같이,

내 온몸이 밀랍으로 딱딱하게 굳은 것처럼


가만히 가라앉는다.

내 방, 내 침대 위에 누워

끝없이 가라앉는다.


이대로 내려가서,

일렁임조차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운 곳으로 내려가

그 속에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저 구석에 처박혀 먼지만 쌓여 가는

밀랍인형처럼.


밀랍인형이 되고 싶은가?

밀랍인형인가?

밀랍인형이었나?


그런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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