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하여
지난 5~6월 약 한 달 반 동안 순례길을 다녀왔다.
그냥 가볍게, 재밌어 보여서 시작했던 여정이 나에게 이렇게 큰 의미로 돌아올 줄 누가 알았을까.
순례길은 내가 사랑을 배울 수 있었던 과정이었다. 사랑을 받는 법을 배우고, 내가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나를 채운 사랑을 주변에 나누는 법을 배웠다. 순례길을 걷기 전에 사진 속의 내 모습을 보기 싫어했던 내가, 순례길을 마무리할 즈음에는 사진 속에 나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담는 걸 즐길 수 있었다.
어떤 거창한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순례길을 걸었던 33일은 외롭고, 고통스럽고, 길을 잃은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들도 많았다. 그렇지만 행복하고, 즐겁고, 사랑받았던 순간들도 훨씬 더 많았다. 순례길이라는 목적 하나로 힘들게 스페인을 걷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에게 너무나도 큰 위로, 격려, 사랑을 받았다. 우리는 자라온 과거는 달랐지만, 이 순간에는 순례자로 만나 누구보다 깊게 교감하고 서로를 진정으로 위해주는 친구가 될 수 있었다. 타인에게서 받는 이런 무조건적인 애정과 사랑은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초석이 되어주기도 했다. 그냥, 어디로 향하는 건지도 모를 만큼 차고 넘치는 사랑 안에 잠겨 한껏 취했던 33일을 보낸 기분이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얘기를 들으며 나를 위로해줬던 밀란과의 저녁 식사, 이름 모를 들판의 나무 아래에서 잠시 누워 함께 이야기를 나눴던 프랑스 노부부, 많은 생각에 울면서 목적지 없이 마냥 걷다가 도착한 마을에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셨던 바브라 아주머니, 혼자 앉아 있던 나에게 같이 산책하자고 말을 걸어줬던 팀, 내가 사랑하는 이탈리안 질다•마리오•유지니오, 열정으로 가득했던 아이린. 그리고 5명의 친구들과 순례길을 같이 걸으며 나눴던 수많은 대화들, 걸음이 느린 내가 항상 마지막으로 숙소에 도착할 때마다 매번 처음처럼 반겨줬던 너희들. 이 모든 순간들을 통해 24살의 내가 조금씩 더 채워졌다. 이들에게 받았던 모든 애정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래서 결국 순례길의 교훈은 사랑이라는 얘기다. 사랑하며 살자. 내가 너를, 네가 나를, 그리고 내가 나를. 길을 잃은 것 같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마냥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 어찌 되었든 항상 답은 사랑이다. 사랑으로 돌아오자.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자. 짧은 인생, 사랑만 하면서 살기도 아까운 시간이다! 내 마음을 사랑으로 잔뜩 충전해 가는 2022년이다. 앞으로 더없이 사랑하며 살아갈 내 인생이 너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