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의무감으로
그런 자잘한 메모들을 모으다 필사를 하게 되었다. 필사를 하다 책을 읽게 되었고 글들이 좋아졌다. 나의 필사 취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어쩔 땐 필사를 하기 위해 책을 찾아 읽기도 한다. 좋은 글들을 필사로 남기고 싶어서 자기 계발이나 에세이들을 찾아 읽게 되었고 점차 책의 취향도 명확해졌다. 책의 취향이 뚜렷하다 보니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받는 것조차 거부감마저 들었고 추천도 잘하지 않게 되었다. 책도 비슷한 것들을 찾아 읽다 보면 똑같은 말을 하는 책들이 있다. 역시나 사람의 인생은 큰 범주안에서 사건, 사고, 상황이 일어나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구나 싶다. 그런 순간이 오면 책 읽는 걸 멈춘다. 꾸준히 읽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채우고도 넘쳐나는구나 싶어서이다. 잠깐 책과 거리를 두고 있다 보면 어느새 다시 도서관 어플을 켜고 책을 검색하고 대출예약 버튼을 누른다.
자연스레 취향이 같은 사람들이 옆에 있다는 걸 느낀다. 책에서 나오는 말들을 가까이에 두고 지내며 그게 나의 가치관으로 자리 잡혔고 나만의 기준과 삶의 방향성을 갖게 되었다. 이를 인지했을 때는 나 나름대로 그래도 생각하며 살고 있구나 싶다. 정말 터무니없는 예를 들자면 이 세상에 나 혼자 있다면 말도 필요 없을 것이며 옷도, 집도, 돈도 다 필요 없을 것이다. 고로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으며 존재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양보하고 살면 그게 같은 게 아니라도 언젠가는 나도 모르게 양보했던 마음을 보답받고 있더라.. 요즘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면 이걸 어떻게 갚지 보단 그럼 내가 이다음에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선물을 받으면 그럼 나는 더 좋은 걸 선물해야지 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사람 관계는 숫자로 환산할 수 없으며 느끼는 바에 따라 맞는 사람들끼리 인연이 이어지는 것 같다.
딱히 계획을 세우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필요는 하다고 생각한다. 그 계획은 언제 무얼 하고 가 아닌 나와 관계 맺는 사람들과 어떻게 지내는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다. 내가 쓰는 단어와 언어에서 ‘나’라는 사람이 유일화되고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 사람이 쓰는 단어와 문장력으로 그 사람의 인격이 드러난다고 믿는다. 글은 나처럼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에 신조를 가지고 살아가게 하는 힘. 사람처럼 배신하지 않으며 멀어졌다가도 늘 가까이에 있다. 그래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