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세상과 연결되는 방식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
2002년의 송도해수욕장은 오감으로 기억되는 곳이에요. 초등학교 5학년, 저는 막내 이모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을 잡고 그곳에 서 있었죠. 끈적한 바닷바람 사이로 짭조름한 갯내와 펄떡이는 고등어의 비린내가 섞여들었어요.
그것은 생명력 그 자체의 냄새였죠. 이모가 사준 솜사탕은 혀에 닿자마자 녹아내렸고, 그 달콤함은 펄떡이는 고등어의 은빛 비늘처럼 제 기억 속에서 반짝였어요.
하지만 2024년, 대장암으로 이모가 세상을 떠난 후, 저의 가장 행복했던 그 장소는 가장 먼저 슬픔에 잠식당했어요. 아픈 기억은 가장 행복한 순간을 볼모로 잡는다고 하잖아요.
이모 없는 송도해수욕장은 색채를 잃었어요. 바다는 더 이상 펄떡이지 않았고, 모든 소리가 먹먹하게만 들렸죠.
2025년, 저는 그 바다를 다시 찾았어요. 일부러였죠. 저의 독서모임 친구들과 함께였어요. 슬픔이라는 별 하나만 그 장소 위에 외롭게 떠 있도록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았거든요.
행복했던 기억이 아프다는 이유로, 그 장소 전체를 슬픔에게 내어주고 싶지 않았어요. 그것은 저의 소중한 추억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죠.
우리는 이모와 함께 걸었던 그 백사장을 똑같이 걸었어요. 그리고 일부러 더 크게 웃고, 더 많이 떠들었죠.
우리는 책 이야기를 하다 말고 바다를 향해 소리를 질렀고, 차가운 파도에 발을 담그며 아이처럼 웃었어요.
그 웃음소리가, 이모의 빈자리 위에 켜켜이 쌓여 새로운 추억의 층을 만들었어요.
이것은 슬픔을 지우는 행위가 아니었어요.
슬픔이라는 별을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 별 옆에 '우정'이라는 새로운 별을 나란히 띄우는 일이었죠.
하나의 별이 졌다고 해서 밤하늘이 무너지지는 않으니까요. 우리는 그 어둠 속에서 새로운 별을 띄울 수 있어요.
그날, 2002년의 어린 물결(이모와의 추억)과 2025년의 일렁임(친구들과의 웃음)이 비로소 하나의 드넓은 바다로 이어지는 것을 느꼈어요.
그렇게 저의 별자리는, 슬픔을 끌어안고도, 계속해서 그려지고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