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노력이의 다음 걸음 (새로운 시작을 좋아하는 사람)
저는 언어재활사입니다. 12년째 현장에서 일하고 있어요. 전공을 살려 밥벌이를 했고, 꽤 오랜 시간 누군가에게 ‘전문가’로 불려왔죠.
그리고 2025년 4월, 저는 사회복지사 실습생이에요. 어르신들 앞에 앉아 인사하고, 기초적인 서류를 배우고, 어색한 말투로 활동지를 만들면서— 저는 다시 배우는 사람이 되었어요.
두 가지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충돌했죠.
“내가 이걸 몰라도 되는 걸까?”
“그런데 이걸 몰라도 괜찮은 걸까?”
저는 사람의 언어를 다루는 전문가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사람을 바라보는 구조와 시선을 처음부터 배우고 있어요. 그 간극이 제 안에서 자꾸 걸렸죠.
아이들의 언어를 배울 때는 늘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전해주는’ 입장이었어요. 말을 찾아주고, 문장을 완성해주는 일이 익숙했죠.
그런데 어르신들과 마주할 때는 전혀 다른 마음이 필요했어요. 그분들이 하고 싶은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것, 그 삶을 인정하고 기다려주는 것.
말벗이 된다는 것은 단순한 대화가 아니었어요.
그분의 시간을 듣는 일, 그분의 존재를 가만히 받아들이는 일이었죠.
그리고 깨달았어요.
어르신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절대 쉽게 쓰여지지 않았다는 걸요.
그 말들은 쌓이고, 누르고, 삼켜낸 날들 위에 올라와 있었어요. 그래서 조심스럽게 듣게 되었죠.
그렇게 저는 말을 통해 삶을 배우고 있어요. 전문가라는 말이 다시 조금 부끄러워졌어요.
기여코, 저는 또 한 번 피어나려 해요.
조금 더 단단하게, 조금 더 따뜻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