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시 이야기
2016년 10월 첫 직장을 퇴사하며 미국 간호사 이민 에이전시를 찾기 시작했다. 내 주요 검색창은 네이버 포털 사이트 였고, 검색에서 나오는 곳은 크고 작은 한국의 이민 에이전시들이었다. 간호사 이민을 전문으로 하는 곳들도 있었고, 미국 이민 전반을 모두 다루는 곳들도 있었다. 몇 군데는 직접 찾아가 상담도 받아보았다. 한결같은 대답은 수속비용이 최소 2천만원 정도는 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임상으로 돌아가 일하는 상태여야 고용주와의 인터뷰가 가능하다는 대답이었다. 난 이미 퇴사한 상태였고, 갓 사회 초년생 시기를 지난 나에게 2-3천만원은 너무나 큰 금액이었다. 이민 수속을 진행하려면 100만원을 계약금으로 납부해야 한다는 계약서를 받아들고 집으로 와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은 계약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후 구글에서 미국 현지 에이전시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난 당시 엔클렉스(미국 간호사 면허) 는 있었지만, 영어 성적도 없었고 임상에서 일하는 상태도 아니였다. 매일 매일 이력서를 수정하고 이메일 보내는게 일과였고 그 중에 간혹 답변이 오기도 했다. 대부분의 미국 에이전시는 별도의 수속비용을 요구하지 않았다. 화상 인터뷰까지 보았지만 미국 현지 에이전시들도 한결같이 현재 일하는 중이어야 수속을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진지하게 다시 한국의 임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생각해 보았지만,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미국의 한 작은 에이전시를 통해 지금 일하는 병원과의 인터뷰 기회를 얻게되었다. 병원은 '파고'에 있다고 했고, 전화 인터뷰는 병원의 간호 관리자 중 한 분과 진행했다. 내가 어떤 곳에서 일했는지, 어떤 환자를 주로 보았는지 등에 대해 물었고 전화 인터뷰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며칠 후 수속 진행 계약서를 받게 되었다. 처음에는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듣도 보도 못한 '노스다코타' 주에 있는 병원. 하지만 나에게 그 어떤 비용도 요구하지 않았기에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계약을 진행했다. 비자의 스폰서(고용주)는 에이전시가 아닌 병원 이름으로 이민 수속이 진행되었다.
미국 오는 항공비용과 이민 비자 비용도 모두 지원받았고 병원과의 계약기간은 2년. 에이전시의 간호사가 아니라 병원 직원으로 일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베네핏과 급여 모두 병원을 통해 제공 받는다. 우리 동네의 물가를 생각하면 전반적으로 꽤 괜찮은 조건으로 일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곳에 계속 머물러 있을 생각은 없지만 첫 시작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동네는 간호사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편이라, 곳곳에 New hiring(구인공고)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막 대학을 졸업하고 경험을 쌓으려는 젊은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이 온다.
난 임상에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에 선택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었지만, 현재 한국 임상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미국 에이전시와의 직접 계약으로 올 수 있는 길이 다양하다. 대부분의 미국 현지 에이전시들과 병원들은 계약 기간을 명시할 뿐, 많은 비용을 요구하지 않는다. medpro staffing, avant staffing 등의 미국 에이전시들은 굉장히 체계적으로 이민 준비 및 정착 과정을 준비해 주는 것 같다. 구글에 international nurse sponsorship 과 같은 검색어로 검색해 보면 수 없이 많은 검색 결과가 나온다.
미국 간호사의 평균 시급은 매년 여러 기관을 통해 업데이트 되기 때문에, 계약하는 과정에 있어 지나치게 평균시급 보다 적은 액수를 제시한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대체로 외국인 간호사들의 경우 미국 병원에서의 경험이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신규 간호사와 비슷하게 시작한다. 아래와 같은 조사 결과는 연차 높은 간호사를 포함한 평균치 이므로 실제로 받는 금액은 이 보다 약간 적을 확률이 높다.
https://nurse.org/articles/highest-paying-states-for-registered-nurses/
여전히 한국의 많은 이민 에이전시들이 미국 이민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그를 통해 오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가 해외 여행을 갈 때, 퍼스트 클래스를 타고 편안하게 가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이코노미 클래스로 조금은 불편하지만 비교적 저렴하게 갈 수도 있다. 이건 본인의 선택이다. 퍼스트 클래스를 타던, 이코노미 클래스를 타던 걸리는 시간은 똑같다. 중요한 것은 여행을 가는 비행기 내의 시간 보다는 도착한 여행지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 지가 아닐까? 이민 수속 과정도 비행기 안에서의 시간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