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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KOO RN Sep 09. 2020

미국에서 만나는 환자들

마약과 비만과의 전쟁

 한국에서 간호사로 근무할 때에는 병동에서 10명이 넘는 환자들을 담당했고, 현재 내가 일하는 곳에서는 간호사 1명 당 4명까지 환자들을 맡고 있다. 한국에서 난 서울의 한 대형 병원의 흉부외과 병동과 재활의학과 병동에서 근무했다. 비교적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병원이었지만, 간호사로서 10명이 넘는 환자를 돌보는 것은 매일 전쟁과도 같았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 4명이면 할만하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일해보니 4명의 환자를 보는 것도 밥도 겨우먹을 정도로 바쁠때도 많다.


  현재 일하는 곳은 LTAC(long-term acute care) hospital 이다. 주로 ICU(중환자실)에 있기에는 활력 징후가 많이 안정되었지만, 집이나 너싱홈으로 가기에는 여전히 많은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오는 곳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곳을 progressive care unit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LTAC 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우리말로 해석했을 때 요양병원 느낌이 들었는데 실제로 근무를 해보니 내가 한국에서 일했던 대형 병원 재활의학과 병동보다 조금 더 중증도가 높은 편이다.  


  환자들의 상당수가 우선 호흡기계에 문제가 있어 벤틸레이터 및 인공 기도관을 가지고 있고 서서히 회복상태에 따라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또 뇌졸중이나 교통사고 등으로 특히 뇌손상이 심한 환자들의 재활치료도 이루어진다. 심한 욕창으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입원하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한국에서 본 환자들의 상태와 거의 비슷하다.


 미국에서 가장 뚜렷하게 느끼는 차이점은 마약중독과 상상을 초월하는 비만환자.


 우선 마약 중독으로 인한 감염 및 합병증으로 입원하는 환자들이 많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심한 약 중독으로 인해 온 몸이 망가져 투석을 하거나, 호흡 부전으로 인공기도관을 삽입한 환자들이 상당수이다. 마약 중독 환자들은 대부분 심각한 상처도 함께 가지고 있다. 감염이 심해져 결국 한쪽 다리를 절단하기도 하고, 온 몸 이곳 저곳에 크고 작은 주사 바늘 상처를 가지고 있다. 심한 경우 피부 이식 수술을 진행하기도 한다.


 대부분 약 중독이 심한 환자들은 본인의 이력으로 인해 아파트에 거주하기도 힘들어지고, 결국 노숙자 신세가 되는 경우도 많다. 안타까운 점은 열심히 치료를 해서 집으로 퇴원하면 다시 예전의 생활 방식으로 돌아가 결국 다시 병원으로 오는 경우도 꽤 많다는 것이다. 인종 별로 구분 지어 얘기하고 싶진 않지만, 경험 상 아메리칸 원주민(Native american) 들의 비율이 정말 높았다. 이건 우리 지역의 지역적 특성일 수도있겠다. 어린 나이부터 대마초나 약에 쉽게 노출되는 아메리칸 원주민들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과 여러 연구가 진행되는 것을 종종 보았다.

https://americanaddictioncenters.org/rehab-guide/addiction-statistics/native-americans



 다음으로 크게 느끼는 차이점은 비만 환자들이 많고, 비만의 정도가 심각하다. CDC 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미국 전체 주를 기준으로 성인 인구중 20% 이상이 비만이라고 한다.

https://www.cdc.gov/obesity/data/prevalence-maps.html


 내가 보았던 체중 중에서 가장 큰 숫자는 540lbs(245kg) 였다. 비교적 젊은 여자 환자였는데, 이미 비만으로 인한 혈액 순환 장애로 한쪽 다리 일부는 절단한 상태에서 입원하였다. 본인의 몸을 제대로 가누기 어렵기 때문에 간단한 일들도 도움이 필요하다. 의자에 앉은 상태로 바닥에 떨어뜨린 휴대폰을 줍기 어려워 도움을 요청한다. 이 경우는 극단적이긴 하지만, 보통 몸무게 300lbs(136kg) 가 넘는 경우는 꽤 흔한 편이다.


  병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미국의 대다수의 병원은 환자들이 본인의 식사를 직접 병원 식당으로 전화한다. 각 환자마다 그에 맞는 메뉴 팜플렛이 제공되고, 마치 호텔 룸서비스 처럼 환자들은 본인이 원하는 식사를 원하는 시간대에 주문한다. 스스로 주문이 어려운 경우는 간호사나 간호 보조원의 도움으로 주문하게 된다. 비만 환자들은 대부분 당뇨를 기저질환으로 가지고 있는데, 인슐린을 식사 전으로 맞아야 하는 환자들의 경우 인슐린 주는 시간도 애매해 진다. 또 병원 메뉴를 보면 이게 당뇨식인가 일반식인가 헷갈릴 정도로 다양한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Heart Healthy/low fat diet  (심혈관 질환, 당뇨 환자들에게 제공되는 메뉴판)


   그리고 치료적으로 칼로리 제한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얼마든지 시킬 수 있기 때문에, 물처럼 제로 콜라를 끊임없이 마시는 비만 환자나 당뇨환자들이 많다. 한끼 식사를 시키고 후식으로 케잌도 먹고 커피도 마음껏 마시는 환자들의 모습이 처음에 적응이 안 되었다. 그리고 식당 외에 병동 내에도 간이 주방이 있어서 기본적인 빵이나 주스, 커피는 환자들이 원할 때 언제든 가져다 줄 수 있다. 대부분 보호자들이 함께 상주하지 않기 때문에 사소한 도움도 간호사와 간호 보조원이 한 조가 되어 보조해 주어야 한다.


미국 대다수의 병원은 1인실이고, 위 사진과 같이 각 병실마다 환자를 들어올릴 수 있는 리프트가 천장에 설치되어 있다. 비만 환자 뿐만 아니라 사지의 움직임이 불편한 환자들을 위하여 필수적이다.


  약 중독, 비만 모두 무언가에 중독되어 끊기 어렵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보통 이런 환자들의 경우 심한 우울이나 불안 장애도 동반하고 있어서 공격적으로 변하거나 심하게 감정적일 때도 있다. 그들에게 단순한 병원 치료가 아닌 근본적인 해결, 따뜻한 위로를 전해지고 싶은데 한국이나 미국이나 여전히 정신없이 바쁜 병원 업무는 마찬가지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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