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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콩 Apr 08. 2024

모세와 화

    나는 종교에 대하여 매우 무지한 사람이다. 어릴 적 교회를 한번 가려다 엄마의 만류로 종교와 관련된 행위들은 어째 담을 쌓고 살았다. 세계 여행을 하고 세계사를 알아가다 보니 모든 종류의 종교와 성경을 접할일이 잦아졌다. 특히 최근 가자에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하여 이래저래 검색하다 보니 유대교부터 무슬림 모든 종교에 대하여 알아가게 되었다. 특히 나는 중동지역에 대하여 매우 무지한데 이것이 종교와 담쌓고 살게 한 것도 한 이유 중 하나였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연재한 Testament: The Story of Moses를 시청하고 구약성서 Exodus를 읽었다. 개인적으로 넷플릭스 다큐는 정말 흥미로웠다. 특히 유대인, 무슬림을 비롯하여 여러 종교 전문가가 나와 각자의 입장에 따라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정말 인상 깊었다. 또 나는 이집트 역사와 이 종교들의 연결고리가 없었는데 이 다큐가 풀어주고 구약성서를 읽고 나니 전반적 연결고리가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모세가 유대인들을 이집트에서 탈출시키고 방향을 잃었을 때 처음 야훼(신)의 빛을 봤던 midian의 Sinai산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야훼(신)으로부터 십계를 받아 적은 석판을 들고 사람들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사람들은 깜깜무소식인 모세가 당연히 죽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모세의 형인 아론을 추대하고 야훼를 거슬렀다. 이걸 본 모세는 화가 너무 나 율법이 적힌 석판을 던져버렸고 석판은 산산조각이 났다. 이 부분을 여러 종교학자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석을 하는데, 나는 모세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한국사회는 꽤 원칙주의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지만 해외생활을 하다 보면 참 융통성 없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융통성'있게 시시 때때 다른 상황에서 다르게 대처하고 그리고 원칙과 기준은 쉽게 부서지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약속시간, 데드라인 이런 것들이 해당된다. 한 인도 친구는 매일 수업에 늦고 약속시간은 기본으로 늦는다. 그리고 그녀는 "이게 내 문화야. 뭐라 하지 마 "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지난 학기에 그녀는 잦은 지각으로 매우 낮은 성적을 받았다. 그럼에도 이번학기에는 아주 조금 더 빨리 올뿐 수업시간엔 늘 늦는다. 약속을 지키고 신의를 지키는 것, 나에겐 매우 소중한 신용이고 관계의 기초라고 생각한다. 뱉은 말을 지키는 것, 행동과 언변을 일치시키는 것 이것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 큰 부분이다. 모세가 들뜬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돌아왔을 때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을 보고 얼마나 실망했을까 생각하니 속상했다. 물론 유대인들이 모세를 기약 없이 기다리며 매우 지쳐있었을 것이다. 모세는 이 부분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화'를 다스리지 못했던 것이다.

     감정을 다스린다는 개념을 나는 최근 몇 년에 배웠다. 감정이 생겨나면 일차원적으로 받아들이고 표현을 했었는데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감정이 생겨났을 때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다. 감정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필터가 필요하다. 감정이 발생하면 감정과 나 자신을 분리를 해야 한다. 그리고 분리된 나 자신 밖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사건을 제삼자 입장에서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모세가 조금만 진정하고 그들을 생각했더라면 화라는 감정을 조금 진정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나도 화가 나면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이 부분에 큰 의미를 두게 되었던 것 같다.

    이렇게 말은 해도 쉽지는 않은 감정통제이다. 여전히 나는 화를 내고 있지만 통제 전엔 10만큼 화가 났고 10만큼의 실수를 했다면, 10만큼 화가 나도 5만큼의 실수를 하는 나 자신의 발전을 보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근소한 차이 이겠지만 작은 변화가 곧 큰 변화로 이어지듯 나는 이 작은 변화에 감사하다.


    최근에 파키스탄 친구 둘과 저녁식사를 했다. 가장 행복했던 1년을 공유했는데, 이 친구들은 12살 때부터 친구였는데 중학교 2학년 때가 가장 행복했단다. 나는 특별한 사건이 있었냐 물었더니 함께 했던 9인의 친구들이 있었는데 모든 것이 좋았단다. 함께해서 좋았고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고 선생님한테 사랑받는 것도 좋았고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란다. 그러며 9인에게 모두 물어도 이 순간을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라고 할 것이란다. 우리는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법을 잊게 되는 것 같다. 사랑하는 것보다 이해관계에 의해, 계산을 하고 사랑도 계산해야 하는 시대가 와버린 것이다. 이들과 저녁식사를 마치고 밤에 침대에 누워 한참을 생각했다. 우리는 좀 더 열정적으로 나와 우리를 사랑해야겠다 생각했다. 미웠던 이들을 그만 미워하고 놓아주어야겠다 생각했다. 미움을 멈추고 나니 마음이 꽤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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