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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의 형성과정

by 은콩

예전에 세네갈에서 인사담당자로 일할 때 정말 많은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내가 일했던 세네갈의 사무소에서는 한국에서 파견된 사무소가 현지에 사무소를 개소하여 한국의 본부 규정과 현지의 법이 부딪히지 않는 선에서 현지 사무소만의 규정이 개설되어야 했다. 나에겐 정말 너무 어려운 과제였다. 한국 본부의 법무팀과도 쉼 없이 이야기해야 했고 현지의 노동법을 숙지하고 변호사와 쉼 없이 소통해야 했다. 처음 인사규정을 만들며 심리적 압박과 부담이 매우 컸던 기억이 난다. 옳고 그름의 기준을 계속 여러 입장에서 고려해야 했고 나의 작은 실수가 누구에겐 큰 피해가 될 수도 있단 생각에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인간과 인간들이 모여 규정이라는 것을 만들고 시스템이 형성되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문화(文化)는 일반적으로 한 사회의 주요한 행동 양식이나 상징 체계를 말한다. 문화란 세계관, 사회사상, 가치관, 행동양식 등의 차이에 따른 다양한 관점의 이론적 기반에 근거하여 여러 가지 정의가 존재한다. 인간이 주어진 자연환경을 변화시키고 본능을 적절히 조절하여 만들어낸 생활양식과 그에 따른 산물들을 모두 문화라고 일컫는다. 문화 앞에 제한적인 용어를 사용하여 기독교 문화, 한국문화, 미국문화와 같은 복합명사로 사용되기도 한다. [출처 : 위키피디아]


몇 년 전 문화에 대한 토론을 한 적이 있었는데, 우리가 흔히들 생각하는 문화는 예술적, 관념적, 행동적인 부분을 주로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문화는 사람과 사람이 모여 그 지역에 적응하고 어우러져 살아가며 약속한 형성된 특징들을 이야기한다. 그것이 규정, 법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세네갈에서 한국-세네갈의 규정을 만드는 것은 더 어려웠던 것이다. 다른 문화의 두 가치관을 하나로 새로 형성한다는 것이 체스게임을 하듯 여러 경우의 수를 계산해야 했다. 너무 디테일한 규정은 사람들의 자유를 상실하게 하기에 꼭 필요한 것들로만 구성하고자 했음에도 꽤 많은 규정들을 정의해야 했다. 특히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규정은 추가되어 갔으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정의된 규정은 많아졌다.


이 이야기를 하게 된 계기는, 오늘 재미있는 사건을 관찰하게 된 것이다. 임신을 하고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기 전 여러 정보를 얻고자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내가 사는 지역의 예비맘/올해 출산맘들의 커뮤니티에 가입을 했다. 채팅방에 들어가면 그들의 양식에 맞춰 닉네임을 변경해야 하는데 띄어쓰기나 그들이 요청하는 이모티콘을 사용하지 않으면 정정 요청이 들어가는 것이다. 나는 이 작은 커뮤니티에서 매우 구체적이고 디테일한 요청이 꽤 흥미로웠다. 그리고 때때로 그들이 올리는 투표양식을 통한 출석체크를 해 주어야 한다.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곤 넘어갔더니 그 커뮤니티 담당자가 연락이 온다. 출석체크를 하지 않으면 퇴장을 시키겠단다. 작은 사회에도 이렇게 꼼꼼한 관리가 들어간다는 것이 재미있고 귀여웠다.


따지고 살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다. 특히 세상이 점점 더 글로벌화되어가며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섞여가며 우리의 체제와 규정, 규칙들이 복잡해지고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다. 교육의 수준도 다르고, 가치관, 상식, 예의 모든 것이 '평범'하거나 '기본'이라는 것이 없어지는 세상이다. 또 새로운 문화로 새로운 시스템들이 형성되는 과도기를 보내고 있는 오늘이구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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