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페드로, 서쪽 여정기 -1편

코트디부아르 여행기

by 은콩

여행을 하다 보면 가장 크게 배우고 느끼는 것이 나의 육감과 오감은 항상 옳았다는 것이다. 알렉스와 나는 때때로 말로 설명할 순 없지만 이번엔 느낌이 좋지 않아.라는 말에 크게 신뢰를 하는 편이다.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하여 확신은 할 수 없지만 대부분이 명중했던 것이다. 그건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겪어봐야 알 수 있는 것인 것 같다. 여하튼, 그래서인지 여행을 길게 하다 보면 여러 감각이 유난히도 발달되는 것 같다. 그 감각으로 히치하이킹을 하고 사람들을 빨리 캐치하여 옳고 그름을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성선설을 믿는 편인데 상황에 따라 누군가에겐 나쁜 사람이 되기도 하고 좋은 사람이 되기도 하는 것이지 그들이 결코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세네갈에 비해 코트디부아르에 와서는 지방에 단원들이 없는 탓인지 많은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다. 코트디부아르의 서쪽 마을인 상페드로로 가려고 가는 방법들에 물어보니 대부분 비행기를 타라는 답변들이었다. 하지만 비행기는 너무나 비싼(왕복 약 30만 원) 탓에 육로로 이동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상페드로는 라이베리아 국경에서 가까운, 아비장에서는 차로 약 9시간의 거리에 위치한 도시이다. 상업활동이 활발해져 있어서 여러 물류회사, 컨테이너들을 쉽게 볼 수 있는 마을이었다. 다만 아비장에서 상페드로로 가는 길이 너무 험난해 윗길로 돌아가는 편만이 존재했다. 위 사진을 보면 당연히 1번의 아래 길인 아비장에서 사산드라, 상페드로 해변을 따라갈 것 같지만 모두가 한입 모아 길이 너무 좋지 않으니 윗길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어차피 버스를 타고 갈 예정이라 버스에 의존해야만 했는데 버스 또한 2번 길로 향하고 있었다. 코트디부아르에는 여러 시외버스 회사가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UTB를 이용하는 것 같은데 야무스쿠로로 가는 버스는 있지만 서쪽으로 가는 차는 볼 수 없었다. 내가 향한 버스회사는 SBTA, 아자메로 가 SBTA를 탔다. 아비장에서 출발하는 야간 버스는 19시 30분 출발로 다음날 5시 40분경에 도착할 수 있었다. Divo까지는 길이 좋아 잘 잘 수 있었지만 Divo부터 soubre까지는 길이 너무 좋지 않고 오프로드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Soubre부터 상페드로까지 그나마 좀 잘 수 있었던 것 같다. 중간중간 마을마다 내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잠깐씩 정차하기도 하고 그때 화장실을 가면 되지만 화장실 상태가 그렇게 좋지 않아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상페드로에 도착해 정류장에 내리면 여러 사람들이 택시를 태우기 위해 호객행위가 시작된다. 바닷가까지 300-400 세파만 내면 되지만 그곳에서 인당 2000 세파까지의 가격을 들을 수 있었다. 두 세대의 택시를 보내고 인당 500 세파의 가격을 흥정해 탈려고하자 호객행위를 해주던 이들의 폭주로 우리는 택시를 타지 못했다. 안 타겠다며 바닷가 방향으로 조금씩 걷기 시작했고 택시가 멈춰 섰다. 우리는 택시를 탔고 그때 호객 행위하던 이들이 달려와 내리라며 난리가 났다. 앞뒤 옆으로 모든 택시들이 가로막았고 꼭 영화 속에 한 장면 같았다. 그때 그들은 우리 파업이야!라고 했는데 우린 우리 때문에 파업이라고 말하는 줄 알았으나 한참 뒤 정말로 상페드로 전 대중교통이 파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시청에서 택시 수수료를 너무 많이 떼어가는 탓에 시작된 것이고 삼일의 파업 끝에 시청에서 그들의 요구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했단다. 여하튼, 그렇게 해가 동이 틀 무렵 우린 택시기사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고 그 어떤 대중교통은 존재하지 않았다. 싸움이 커지는 것 같아 우리는 미안하다며 택시를 타지않겠다고 하곤 무작정 두어시간은 걸어야 나올 해변방향으로 걷기시작 했다.

(좌) 아침 한끼를 했던 바 (우)도움을 준 티 카트 오빠들

걷다보니 때마침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 앉은 바에 우리도 한 자리를 차지해 커피와 아침 샌드위치를 주문해 먹으며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고민을 해보기로 했다. 그 앞에서 카트를 끌며 티와 커피를 파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에게 해변까지 가는 택시비를 물어보니 약 300-400 정도(인당) 내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악했던 것이다. 정류장 앞에서는 인당 2000이었는데... 하지만 이날은 파업이었고 모든 대중교통은 운행하지 않았다. 오토바이 택시를 잡아주겠대서 보니 오토바이 택시는 더 비싼 것이었다. 인당 1000 세파를 불렀다. 왜 비싸냐는 나의 질문에 택시는 합승택시이기 때문에 기사가 계속 돈을 벌 수 있지만 오토바이 택시는 다이렉트로 가기 때문에 비싸다며... 여하튼, 아침밥을 먹고 나니 9시간을 가까이 버스에서 쪼그려 앉아있던 근육들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히치하이킹을 시도해보고 안되면 다음 마을로 넘어가기로 했다. 시도한 지 약 5분, 우리는 차를 얻어 탈 수 있었고 바닷가로 향했다. 그는 친절하게도 오늘 택시가 없으니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며 연락처까지 남겨주었다.


상페드로의 해변은 정말 한적한, 깨끗하고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은 야자수가 울 거저 너무나 자연으로 돌아온 느낌을 강하게 주는 트로피칼 한 해변이었다. 우리는 해변가에 누워 잠시 낮잠을 자기로 했다. 백인 한두 명 정도가 조깅을 하고 있었고 간간히 현지인들도 볼 수 있었지만 그렇게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아침 7시 반경 선선한 공기와 함께 낮잠을 자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꿈만 같았다. 밤새 편하지 않은 좌석의 버스에서 새우잠을 자는 것에 대한 보상 같았다. 조금 더워지면 수영을 하고 다시 햇빛에 누워 낮잠을 자고 냉장고 속에 썩히기 싫어 가져온 망고와 아보카도 또한 천상의 맛이었다.

이른 아침 해변에서의 낮잠들

우리는 무거운 배낭을 고급 호텔의 바에 맡기곤 해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서쪽으로 걷고 또 걸었다. 바위들을 밟고 밟아 정말 해변을 걷기 시작한 것이었다. 모든 장소들이 너무나 유유자적하고 아름다웠다. 한 가지 거슬리는 것이 있었다면 어느 시점에 이보리 안 두 명이 우리에게 와 저기 저 바에 있는 백인들에게 인사를 하라는 것이었다. 그 백인들은 (내 눈에) 중년의 나이로 그들의 방식의 '헌팅'이 너무나 불쾌했다. 우리는 지금 이곳을 탐색 중이고 그들을 만날 기분이 아니라며 정중히 거절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끝까지 우리를 쫓아왔고 바위 뒤 천연 수영장에서 수영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우리는 오랜 시간 그곳에서 지냈고 기다리다 지친 그들은 떠날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천연 수영장을 너무나 좋아하는데 물이 들어오고 나갈 때도 좋지만 자연이 만들어준 그 웅덩이에서 물놀이하는 것이 재미가 솔솔 하다.


상페드로의 천연수영장



서쪽으로 또 걷고 걷다 보니 엄청 큰 바위가 있었고 우리는 암벽등반 비슷한 모양으로 그곳에 올랐고 한눈에 바다를 다 볼 수 있었다. 또다시 짧은 다리로 어렵게 그 바위들을 타고 내려가 보니 해변에 여러 식당들을 만날 수 있었다. 수영도했고 암벽등반도 하고 나니 너무 배가 고파졌다. 우린 어느 한 레스토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생각보다 가격은 괜찮은 편. 알로꼬(바나나 튀김) 1000 세파(2천 원), 생선 3000 세파(6천 원), 아쩨께(현지식 카사바로 만든 밥과 비슷한 것) 100 세파(200원) 이렇게 두 명이서 늦은 점심을 먹기 시작한 것이다. 수영하랴, 탐색하라, 걸으랴 힘이 많이 빠질 때로 빠진 것이었다. 해변에 앉아먹는 점심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나는 밥을 먹은 후 다시 낮잠을 한숨 잤다.


물론 그 해변에는 비싸 보이는 레스토랑들도 있었지만 우리가 바위를 넘자마자 나와 이 레스토랑의 주인인 이다와 눈이 마주쳤고 그녀는 작은 메뉴 하나라도 주문하길 바랬고 나도 모르게 알로꼬를 주문했고 아비장에서 볼 수 없었던 계란과 소스가 가득한 알로꼬를 받은 이상 나는 더 주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상페드로는 다른 해변과 달리 '시즌'이라는 게 딱 없는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로 불편한 교통편이었다. 앞서 말했던 좋지 못한 교통사정과 먼 거리로 접근이 어려웠고 아비장에서 상페드로로 오는 비행기가 있지만 비싼 값으로 쉽게 오기엔 힘든 곳이었다. 그런 이유로 자연보존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아비장이 동쪽에 접근성이 쉬운 차로 약 1시간 거리의 그랑바쌈에는 각종 외국인들이 좋아할법한 레스토랑과 비싼 호텔들이 즐비한데 그만큼 해변이 너무나 더럽고 개인적으로 이곳이 좋은 곳인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곳이었다. 그에 반해 상페드로는 너무나 아름답고 그 자연 경광이 절로 힐링되는 곳이었다.이다와 이다의 피앙세의 도움으로 그다음 종착지인 그랑베리비의 숙소를 예약할 수 있었고 파업으로 걱정된 이다는 만약 차가 없으면 다음날 피앙세에게 물어 그랑베레비로 가는 차를 알아봐 주겠다 했다.이다의 피앙세와 그의 친구 A군(아무리 애를 써도 그의 이름이 기억나질 않는다.)은 우리의 가방을 찾기 위해 호텔로 데려다주었고 A군은 끝내 걱정된 우리를 위해 오토바이를 한데 더 데려와 그랑베레비로 가는 차를 잡아주기 위에 큰 도로변까지 데려다주었다. 한두어 시간 흘렀을까 이미 하늘은 깜깜해져 밤 10시를 향하고 있었고 그랑베레비로 가는 차를 우린 결국 잡을 수 없었고 그는 본인 아버지의 집에 빈 방이 있다며 하룻밤 묵고 갈 것을 제안하였다. A군도 우리 때문에 길에서 오랜 시간 허비하였고 지칠 때로 지친 것이었다. 갑자기 뜬금없이 만난 A군을 믿을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