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디부아르의 세 번의 결혼식

by 은콩


한 달 전쯤이었을까, 현지 직원의 초대로 결혼식을 다녀오게 되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이곳은 세 번의 결혼식을 진행한단다. 첫 번째 결혼식은 가족 및 지인들만 모아 결혼식을 거행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시청에서 일종의 혼인신고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시청에서 결혼식을 마친 후 교회로 가 교회에서 최종적으로 결혼식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 세 번의 형식을 통해 가족, 친구, 법적, 종교적으로 결혼식을 거행하는 것이다. 내가 참석했던 결혼식은 감사하게도 첫 번째의 결혼식인 가족, 친지들만 모아 결혼식을 거행하는 것이다. 몇 주 전부터 내게 이곳의 문화를 보여주고 싶다며 결혼식에 초대한 그녀는 아침부터 부랴부랴 우리 집을 찾아왔다. 나 또한 예쁜 빤유(현지 천)로 만든 옷을 챙겨 입고 결혼식을 나섰다.



코트디부아르에는 수상버스가 존재한다. 여러 종류의 수상버스가 있지만 태국에서 탔던 보트들이랑 거의 비슷했다. 비용은 거리마다 다르지만 최소 150프랑 세파(300원)에서 500 세파까지(1000원) 다양하다. 여러 섬들이 다리로 이어져 때때로 수상버스로 다른 섬으로 넘어가는 것이 편하기도 하다. 이 날은 음포 토라는 지역에서 쿠마시로 가는 아주 멋지고 근사한 수상버스로 이동했다. (가격은 150프랑 세파)

결혼식은 한 장소에서 신부의 아버지와 신랑의 아버지의 선물 주고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신랑의 아버지가 신부의 아버지에게 빤유, 음료, 식기구 등등을 준비하여 신부의 아버지에게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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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선물을 주고받는 아버지들, (우) 피로연 요리를 준비하는 여성들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스스로 자칭하진 않지만 밖에선 여자들이 열심히 요리하고 있고 남자들은 방 안에서 선물을 주고받는 모습에 내심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우리도 이해 못하는 우리의 문화가 있듯이 이것 또한 이들의 문화랴. (사실 우리 집 또한 아주 가부장적인 집안으로 할머니 댁에서 제사를 지내는 날이면 제사를 지내는 동안 숨죽여 작은 방안에서 갇혀있던 순간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또 식사는 남자들은 큰 방에서 큰 밥그릇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여자 꼬마 아이들은 작은방에서 아주 큰 대접에서 대충 비벼 다 같이 비벼먹던 것을 나는 항상 불만이었다.)



_MG_7087.JPG 흥정의 방(?)으로 입장하는(가짜) 신부


여하튼, 이 선물을 주고받는 모습들을 보며 우리나라에서 함 들어오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선물 증정식이 다 끝나고 밖에서 사람들은 (가짜) 신부를 천으로 머리를 뒤집어 씌운 후 저 방으로 들여보낸다. 그리고 신랑은 신부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 돈을 내야 한다.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진짜다 가짜다 소리를 지르고 신랑은 돈을 낸 후 얼굴을 확인한 후 가짜라는 것을 확인하면 온 동네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일종의 (우우우)하며 재미난 소리를 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가짜) 신부를 들여보내곤 똑같은 상황이 또 벌어진다. 이때 나는 세 번째 (가짜) 신부를 해보고 싶다고 자청했지만 신랑 측 부모들이 더 이상 돈이 없다며 항의를 거세게 했고 나는 세 번째(가짜) 신부 역할을 해볼 기회를 놓쳐버렸다. 세 번째로 진짜 신부가 입장하기 전에 방 입구에 신랑 친구들이 입장해 (진짜) 신부의 입장에 딜을 하기 시작한다. 신부가 입장할 때 똑같이 딜을 하는데 신랑 친구들이 흥정을 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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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신부임을 확인하고 온 가족 앞에서 결혼을 발표함으로써 결혼이 성사되는 것이다. 일종에 가족들에게 결혼을 허락받는 과정인 것이다. 이렇게 가족들과 함께 소리를 지르고 환호성을 지르며 축하를 받으며 결혼식은 마무리를 하며 피로연 현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피로연 현장에 도착해선 한 바퀴를 돌고 옷을 바꿔 입고 다시 한 바퀴 돌며 모든 가족들에게 인사를 한다. 화려한 피로연장 메인엔 신랑과 신부 자리가 있으며 사실 신랑 신부는 음식을 먹을 정신조차 없다. 쉼 없이 사람들이 사진 찍으러 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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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포토존이 시작됨과 동시에 우리에겐 음식이 주어진다. 아까 여성들이 준비하고 있던 그 음식들이다. 나는 푸투 바난과 생선소를 주문하였다. 푸투, 푸푸는 아프리카 주식으로 많이 쓰이는데 질감이 찹쌀떡과 비슷한 느낌이다. 푸투는 파파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며 동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먹어봤었는데 손으로 쪼물딱하다보면 진짜 떡 같은 느낌이 나고 쪼물딱한 푸투를 소스에 찍어 먹으면 된다. 개인적으로 카사바로 만든 푸투보다 바나나로 만든 푸투가 정말로 맛이 좋았다. (동아프리카에서 파파를 먹은 후 동아프리카 요리는 먹을 것이 못된다며 세네갈의 맛난 여러 전통요리에 다시 한번 감사한단 말을 쉼 없이 뱉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음식을 먹다 보면 각종 음료, 전통 술, 와인들도 함께 나눠주었다. 세네갈은 95%의 무슬림들로 인해 술 문화가 없었는데 이날은 코코넛으로 만든 전통술부터 와인, 맥주 쉼 없이 술이 나왔다. 땡볕에 마시는 마약 같은 존재였다. 이렇게 음식을 다 먹을 때쯤 한술도 뜨지 못한 신랑, 신부는 옷을 다시 갈아입고 등장한다. 가장 중요한 순간, 축의금을 걷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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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 신부의 지인이 호루라기를 불며 바구니를 들고 춤을 추고 신랑 신부는 그 뒤를 따르며 사람들에게 다가가 바구니를 내밀면 사람들은 그 바구니에 원하는 만큼의 축의금을 낸다. 우리나라처럼 누가 얼마나 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들의 앞길을 축복하는 진심을 넣는 것이다. 500 세파부터 10000 세파까지 다양하다. 그렇게 천천히 구석구석 모든 사람들을 만나서 인사하고 축의금을 걷으면 신랑 신부는 자리로 돌아가 착석한다. 그렇게 오늘의 첫 번째 결혼식이 끝나는 것이다. 함께 간 동료에게 결혼식이 언제쯤 끝나냐는 질문에 이 첫 번째 결혼식은 가족과 친지들이 하는 결혼식이기에 "언제"끝난 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침부터 부랴부랴 온 결혼식에 땡볕에 오래 지낸 나는 두통이 시작되었고 9시부터 시작된 그 결혼식에 오후 3시가 넘어서야 그 자리를 떠날 수 있었다. 세네갈에서 보낸 무슬림들의 결혼식과는 또 너무나 달랐던, 코트디부아르의 크리스천식 결혼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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