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총회에 간 엄마

by 최영훈

둘째 수요일엔 학부모 총회가 있었습니다.

사실 전 전혀 몰랐죠. 아내와 함께 은채를 데리러 갔는데 학교 운동장에 승용차들이 제법 많이 주차되어 있었습니다. 명절도 아닌 데 학교 운동장에 이렇게 차를 주차시켜 놨다면 분명 학교에 큰일이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학교 곳곳에 잘 차려입은 엄마들이 보였습니다. 아이들마다 하교하는 시간이 다르니 의외로 애를 데리러 와도 다른 학부모를 많이 볼 수는 없습니다. 돌봄 교실이나 방과 후 교실을 안 하는 애들도 많고, 돌봄 교실이 끝나는 시간도 아이들마다 제 각각이기 때문이죠.


학교 정문에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학부모 총회>

아내는 깜빡 잊고 있었던지 깜짝 놀랐습니다. 다행히 집이 가까워서 은채를 데리고 집에 갔다가 옷을 갈아입고 다시 학교로 갔죠. 혹시나 해서 물었더니 은채 네 반 부모님 중 아빠가 참석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답니다. 심지어 전교생의 학부모가 보이는 총회에서도 아빠는 못 봤다고 하더군요. 대부분의 아빠들이 생업에 바쁘고, 또 저같이 시간이 여유로운 프리랜서조차 엄마들이 대부분인 총회 장소에 나간다는 건 제법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총회가 끝난 후 엄마들은 각자의 아이의 반으로 갔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학급 운영을 도울 임원들을 뽑았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게 뭐 우리가 아는 것처럼 회장 부회장, 총무, 회계 서기 같은 몇 사람만 하는 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엄마들이 자원만 하면 “임원”이라는 직함이 부여된다더군요. 그러니까 임원은 학급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직책이라기보다는 학부모 공동체의 더 적극적 구성원이 되는 일종의 관문이라고나 할까요? 엄마들은 이날 이후 단톡방을 만들어서 통성명을 하고 연락처를 남겼습니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해 온 아내는 그 명단을 엑셀 파일로 만들어서 뿌려주더군요. 참 추진력 하나는.


단톡방에선 아이들을 학교 밖에서 만나게 해 주자는 의견이 개진됐습니다. 그리고 셋째 주 토요일에 한 키즈 카페에서 전체 아이들이 모여 놀기로 했죠. 그날 갔다 온 아내의 말을 들어보니 스무 명 가량의 아이 중 열두 명 정도가 왔다고 합니다. 상당히 높은 참석률입니다. 열두 명의 엄마들은 아이들은 알아서 놀게 하고 두 시간이 넘게 대화를 했다고 합니다. 대부분은 아이들의 교육 이야기였고, 자기 아이들 걱정과 그 걱정을 안 하는 엄마에 대한 부러움, 그리고 그 비결을 묻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건너 들어보니 2주 동안 급식을 전혀 안 먹은 아이도 있다고 합니다. 엄청난 편식장 이인 은채의 짝꿍의 사연만으로도 걱정스러웠는데 2주 동안 급식을 안 먹은 아이의 엄마는 얼마나 걱정을 많이 했을까요? 은채의 말을 들어보니 밥을 먹고 안 먹고, 급식 중 어떤 반찬을 먹고 안 먹고의 결정은 순전히 아이의 결정에 따른다고 합니다. 그런 사소한 결정부터 스스로 하는 것이 교육의 시작이자, 독립된 학생, 어린이로의 성장의 한 단계이자 관문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은 의외로 많은 것을 스스로 결정했습니다. 쉬는 시간에 뭘 할지, 놀지 화장실을 갈지, 옆 반의 친구를 만나러 갈지, 운동장에 나가서 놀지 등을 스스로 결정하죠. 또 급식에서 어떤 반찬을 안 먹고 더 먹을지도 스스로 결정합니다. 스스로 결정하는 재량권이 많아질수록 아이들은 스스로의 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은채가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스스로 고르고 대출받아 온 것처럼 말입니다.

이전 11화초등학생이 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