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의 순간

프롤로그 - 자잘한 에피소드들

by 최영훈

1. 1월 중순의 어느 일요일 외출...

"아빠, 햇살을 얼굴에 받으니까. 피부도 좋아 보이고 빤질빤질하다."

"아, 그래? 오늘 오래간만에 샤워도 하고 로션도 좀 발랐거든. 티 나?"

"응 티나. 근데 아빠. 나도 세수하고 그러면 티 나?"

"너나 엄마같이 예쁜 사람은 뭘 해도 티 안 나.

씻어도, 화장을 해도, 네 엄마도 헤나 염색이나 해야. 그러니까 얼굴에 칠하고 달고

티 나려고 너무 애쓸 필요 없어. 돈 들여 봐야 애초에 예쁜 것들은 차이가 별로 없으니까."


겨울, 휴일 오후...

딸과 양배추 반통, 다육식물 두 개를 사고 오던 길에 이런 대화를 했다. 딸과의 대화가 엄마한테까지 흘러 들어갈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그걸 감안하고 은근슬쩍 엄마 칭찬도 곁들여야 한다. 이걸 전문 용어로.... 간접광고... PPL... 카메오 출연... 업계 용어로는 팜 오일, 또는 기름칠이라고 한다.



2. 아빠도 여자 목걸이 좀 채워봤어.

2학년 겨울 어느 날, 딸이 놀다가 목걸이를 채워달라고 왔다.

고리를 잘 채울지 걱정됐던지 "아, 아빠 손 너무 큰데?" 하며 잔소리를 했다.

"걱정 마셔 여자들 목걸이 많이 채워줘 봤어."

"응?" 아빠도 화려한 날들이 있었다. 딸아.


3. 웃음소리가 음악처럼

겨울방학이 끝나가던 2월 초 딸이 서재에 들어와 물었다.

"아빠 딱밤 어떻게 때려? 딱 소리 나게."

그렇게 잘 밤에 뜬금없이 딱밤 연습을 했다. 그리고 성장 마사지를 십여 분 해줬다.

그렇게 별것도 아닌 일로 둘이서 한 시간 가량 깔깔댔다.


집을 나서자마자 보고 싶어지는 사람이 있는 삶은...

집에 가서 웃음소리가 듣고 싶은 사람이 있는 삶은...

썩 괜찮은 삶이구나 싶다.



4. 책 생일 선물

딸이 생일 기념 셀프 책 선물을 했다.

보리 갯벌 도감 시리즈는 언제 봐도 경이롭다.

그나저나... 네가 크면 아빠는 늙는데...

벌써 열 살... 아빠는 아직 만으로 세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