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방을 갖다.

혼자 잠들고 싶다는 딸

by 최영훈

은채는 일곱 살 때부터 혼자 자고 싶어 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그랬습니다.

태어나서 쭉 은채의 잠자리는 엄마 옆이었습니다. 엄마의 왼쪽인지 오른쪽인지만 바뀔 뿐 거의 일 년 내내 엄마 옆에서 잠들었죠. 물론 가끔 제 옆에서 자기도 했습니다. 안방, 그러니까 세 식구가 자는 침실은 단촐 합니다. 은채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내와 제가 자던 커다란 라텍스 매트리스만 깔려 있었죠. 가구는 없었고, 옷도 다 옷 방에 걸어 놨었죠. 그러다 은채가 태어나고 부터는 안방에 은채의 잠자리를 마련해줬습니다. 돌이 지나면서부터는 잠자리가 고정됐죠. 제가 매트리스에서 혼자 자고, 은채는 엄마와 함께 새로 잠자리를 만들어서 자기 시작했죠. 그렇게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일곱 살의 언젠가 쯤에 은채가 혼자 자고 싶다고 한 겁니다.


엄마는, 주중에는 엄마가 아침 일찍 출근을 해서 옷 방을 새벽부터 써야하는데 그러면 네가 너무 일찍 깨니 주말에만 한번 자보라고 설득했죠. 그렇게 은채는 일곱 살, 몇 번의 주말을 혼자 옷 방에서 잤습니다. 작은 잠자리를 깔고서요. 그러나 잠시 뿐이었고 다시 엄마 곁으로 와서 일곱 살을 마무리 했죠. 초등학교 진학이 가까워 오자 은채는 자기 방을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인 박지유네 집에 놀러 갔을 때 지유 방을 봤기 때문이기도 하죠. 엄마는 결국 초등학교 입학 후, 엄마의 육아 휴직이 시작되면 방을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엄마와 은채는 아주 긴 협상 끝에 그 마감 시간까지 못을 박았습니다. 마치 브렉시트 협상처럼 말이죠. 데드라인은 3월 31일.


아내는 정말로 3월이 되자 이것저것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안방과 옷 방의 도배, 옷 방에 있던 옷을 옮겨 넣을, 안방에 설치할 붙박이장도 알아 봤습니다. 도배 날짜가 정해졌고 우리 부부는 안방과 옷 방에 있던 모든 짐들을 꺼내어 공부방과 거실, 베란다에 옮겨 놨습니다. 도배는 하루 만에 끝났지만 접착제 냄새가 빠지고 마르는 시간을 고려해서 이틀 밤은 인근에 있는, 은채가 주말마다 놀러가고 싶어 하고 자고 오고 싶어 하는, 대구로 출장 가서 마침 비어 있는 광안리 외삼촌 집에서 잤습니다. 그 주 목요일쯤엔 붙박이장이 설치 됐고 은채와 우리 부부는 주말 내내 집을 정리했습니다.


은채는 그 주말부터 방에서 혼자 자기 시작했습니다.

아홉시가 넘으면 이빨을 닦고 잠잘 준비를 하고 자신의 휴대폰으로 기상 알람을 맞춰 놓고 아홉시 반이면 잠들었습니다. 아내와 전 여섯시면 일어나 움직이면서 은채가 정말 알람에 맞춰 혼자 일어나는지 궁금한 마음으로 일곱 시를 기다렸습니다. 휴대폰 알람의 울림이 은채 방문 밖으로 두세 번 세어 나온 후 이내 알람이 멈췄고, 바로 은채가 방에서 나왔습니다.


엄마는 종종 은채가 잠들기 전까지 은채 옆에 누워서 같이 수다를 떨다가 나옵니다. 은채는 어린 시절부터 그랬듯이 정말 잠이 하나도 안 오는 것처럼 수다를 떨다가 갑자기 푹 잠이 든다고 합니다. 그러면 엄마는 살며시 방을 빠져 나옵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우리 부부는 은채가 또 알람에 혼자 벌떡 일어날지 궁금해 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은채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게 부스스한 얼굴로 방문을 열고 나옵니다. 그렇게 은채는 혼자 자고, 혼자 일어나는 씩씩한 초등학생이 되기 위한 발걸음을 크게 내딛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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