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와 베테랑 그 사이 36
정규 시간이 끝나고 뒤 시간에 다른 클래스가 없어서 한가롭게 자유 수영을 잠시 할 때, 우리 반에 새로 올라온 한 총각이 말을 걸었다.
“혹시, 따로 헬스 같은, 다른 운동 하세요?”
“아뇨. 그냥 집에서 밴드 같은 걸로 가끔 합니다.”
“아. 그럼 홈트 말고는 따로 안 하시는구나. 처음 봤을 때 몸이 너무 좋으셔서 깜짝 놀랐거든요. 그래서 따로 운동을 하시는구나 싶어서.”
“예전엔 많이 했죠. 헬스도 하고 스포츠 클라이밍도 하고.”
“아~그러시구나. 그럼 홈트 자주 하세요?”
“아유. 수영 다시 시작하고 난 후부턴 힘들어서... 그냥 주말에 좀 하고 그렇죠.”
“특별히 그렇게 관리하시는 이유가 있으세요?”
“아니 뭐, 그렇잖아요. 아무래도 직업상 고객을 만나다 보면 기왕이면 뭐 괜찮아 보이는 게 좋은 직업이니까 관리하는 거죠. 수영을 다시 한 뒤로부턴 다른 운동은 뭐 특별히 안 하고.. 수영할 때 열심히 하려고 하죠. 물도 많이 잡고 우리 1,2번 아저씨 열심히 따라가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 따로 근육 운동 안 해도 근육이 유지되더라고요. 아, 그리고 사이즈도 1인치 줄었고 살도 한 6,7킬로 빠졌어요.”
약간 통통하게 살집이 있는 청년이 묻기에 성의껏 답해줬다. 1,2번 아저씨를 열심히 따라만 해도 운동은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줬다. 그러면 꾸준히 수영에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그래서 덕분에 내가 조금 편하게 수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과 함께.
서점에 가면 독서에 관한 책이 많다. 대부분은 교육과 관련된 것이지만 그중엔 독서가 삶과 직업에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는 책도 제법 있다. 일본의 독서광이자 르네상스적인 지식인인 다치바나 다카시의 <지의 정원>이나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와 같은 책도 이런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이다. 또, 역시 일본의 다재다능한 지식인이자 교육 전문가인 사이토 다카시도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책에서 비슷한 말을 했다.
취미가 운동과 독서, 그리고 맥주를 마시는 것이 다인 사람으로 제법 오랜 세월을 살다 보니 운동과 독서는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운동을 하는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어떤 종목이든 지금 운동을 하고 있다. 운동을 안 하는 사람은 어떤 종목, 어떤 운동에도 관심이 없다. 또, 한 종목을 하는 사람은 여러 종목을 하고 싶어 하지만, 운동을 안 하는 사람은 한 종목은커녕, 동네 산책에도 관심이 없다.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을 뛰던 사람은 하프 마라톤 대회를 나가고 싶어 하지만 소파에 파묻혀 사는 사람은 집 앞 편의점 갔다 오는 것도 동생이나 배우자를 시킨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한 참을 걸어가서라도 등산을 하지만 등산을 싫어하는 사람은 산 밑에 살아도 봄에 꽃이 핀 산조차 거들떠도 안 본다. 왜 이런 양극화가 생기는 걸까?
운동을 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가 필요하지만 일단 체력과 근력이 필요하다. 역설적이지만 그렇다. 쉽게 말해 체력은 특정 동작을 일정시간 일정 강도로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근력은 운동 수행에 필요한 기술 습득과 그 기술의 강도와 지속을 결정한다. 특히 기술 습득에 있어서 근력은 필수적이다. 타고나야만 하는 운동 신경은 여기서 다루지 않겠다. 우린 선수가 될 게 아니니까.
문제는, 특정 종목의 운동을 했던 사람은 그 운동을 통해 다져진 근력과 체력, 그리고 소위 운동 감각으로 다른 운동을 해도 쉽게 적응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종목의 전 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이 모여 축구를 하는 <뭉쳐야 찬다.>를 보라. 그중에는 축구가 생소한 사람도 있었지만 금세, 그리고 쉽게 적응했다. 개인 기술뿐만 아니라 팀 전술도 빨리 이해했다. 그 결과, 요즘엔 몇십 년 경력의 아마추어 축구단과 시합을 해도 밀리지 않는다. 축구 기술의 수준이 조금 떨어져도 일반인을 능가하는 체력과 속도로 그것을 충분히 커버한다.
내가 지금 다른 운동을 거의 하지 않고 주로 걷기와 수영만 열심히 해도 살이 빠지고 근육의 양과 몸매를 유지하는 건 과거에 다른 운동으로 근육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또 틈틈이 탄력 밴드와 같은 간단한 도구로 근육 운동을 잠깐이라도 하기 때문이다.
근육량은 에너지 소비와도 상관이 있다. 근육이 없는 사람들은 나와 같은 영법, 같은 범위의 스트로크를 해도 근육의 일이 적고 당연히 칼로리 소비도 적다. 반면 나 같이 근육이 있거나 젊은 남성이 킥을 하고 스트로크를 하면 팔 근육, 다리 근육 운동이 된다. 심지어 두 팔을 벌린 후 다시 가슴 쪽으로 모아주는 평영 스트로크 동작만 해도 가슴 근육이 펌핑된다. 접영을 몇 세트만 하며 어깨가 부풀어 오른다. 근육이 일을 하는 것이고 그 근육이 일을 하여 더 큰 근육을 만드는 것이다. 마치 자동차의 엔진 배기량과 기름의 소비와 관계와 같은 이치다.
평소에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여성의 다이어트가 힘든 이유도, 수영장에서 수영을 열심히 하는 여성의 몸무게가 그대로이거나, 심지어 살이 찌는 이유 중 하나도 적은 근육량에 있다. 그래서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요가와 필라테스를 하고 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헬스를 하라고 하지 않던가. 헬스클럽에 처음 온, 그야말로 운동이라곤 숨쉬기 운동 밖에 안 하던 회원에게 가장 가벼운 아령을 주면서 헬스장 한 바퀴를 걷는 것부터 시키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이 역시 다치바나 다카시 선생이 말했던가? 아니면 역시 독서광이자 열정적 저술가인 우치다 타츠루 선생이 말했던가? 누가 말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어찌 됐든 독서는 지식의 근력과 체력을 만드는 행위다. 그것을 만들려는 목적 없이 책을 읽어도, 그러니까 그저 취미로, TV는 더럽게 재미없고 넷플릭스도 거기서 거기어서, 그래서 저녁에 할 게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심심풀이 삼아 읽어도 그 근력과 체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 근력과 체력이 만들어지면 운동이 그러하듯 더 두꺼운 책, 더 어려운 책으로 손이 간다. 두꺼운 책을 읽는 힘은 지식의 체력, 곧 지구력이고, 어려운 책을 읽는 힘은 지식의 근력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 많이, 더 자주 읽게 된다. 얇은 책에서 두꺼운 책으로 나아가고, 쉬운 책에서 어려운 책으로 나아가며,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서 관심 가는 분야로, 다시 흥미 있는 생소한 분야로 진출한다.
책 읽을 시간이 정말 없는 사람을 제외하면 책을 읽는 것이 좋다고 본다. 어떤 형태로든 삶과 직업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나 같이 글을 쓰거나 광고가 업인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다. AI가 많은 걸 대신하는 요즘, 그리고 미래에는 더욱더, 인간의 힘은 고유한 사유에서 나올 것이다. 지식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과 지식, 상황과 상황, 이 분야와 저 분야의 합종연횡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힘, 그래서 서로 다른 성격의 텍스트를 엮어 제3의 텍스트를 만들어내는 상호텍스트성을 기반으로 한 창의적인 조합 능력이, 곧 한 인간이 가진 고유한 힘이 될 것이다. 그 힘을 얻는 방법은 독서뿐이다. 최소한 내가 아는 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