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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훈 Apr 21. 2023

행복의 형이상학 - 알랭 바디우

동해선에서 읽은 책 40

0. 한가해진 카피라이터... 는 책을 본다. 

정신없이 써낸 홍보영상 시나리오들과 카피들은 컨펌을 받고 통과 됐고 감독은 지난주부터 정신없이 촬영을 다니고 있다. CG팀도 분주히 마우스를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그 사이... 그러니까 새로운 프로젝트가 등장하기 전까지의 휴지기 동안 감독에게 도움이 될 만한 레퍼런스를 찾고 이렇게 책을 읽는다. 


1. 시뮬레이션... 을 한다. 

강의를 할 때도 강의 전체를 혼자서 시뮬레이션해보곤 했다. 이번 강연에서 마지막 질문은 아마 의미가 될 것이다. "사물이 된 의미, 의미가 된 사물, 그것이 콘셉트를 입은 제품이고 제품화된 콘셉트입니다. 그러나 그 의미는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제품은 끊임없이 생산되고, 의미들은 새롭게 정박할 제품을 찾아 유목민처럼 이동합니다. 카피라이터는 근본적으로 이 유목민의 심정으로 새로운 유목지를 찾는 사람일지 모릅니다."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그러자 새로운 질문이 떠올랐고.. 그때 이 바디우의 문장이 답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의 쟁점들은 표준화되는 동시에 상업화되기에, 세계가 제시하는 자유는 상품들의 유통망에서 마련된 것에 사로잡힌 자유이다.", <행복의 형이상학>, 알랭 바디우, p.22.


"만족은 세계가 개인에게 제공하는 '좋은 장소'를 물색하고 이를 얻어 그곳에 머물고자 하는 정념이다., p.92"



2. 만족과 카피의 공통점...

-만족은 세계 내에 존재하는 것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그 조건을 초월할 수 없다. 마치 그 어떤 기발한 카피라도 모국어의 사전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것처럼.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만족과 카피는 한계 내에 있다. 만족의 차이 또한 범위 내에 있고. 카피라이터를 포함한 광고하는 모든 사람들은 이 논리를 본능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알고 있다. 


3. 만족에서 행복으로...

-바디우는, 단편적으로 말하면, 진리는 다수라고 말한다. 정치, 과학, 예술, 사랑에도 진리는 있고, 그 진리가 추구된다. 행복은 유한한 인간이 이 무한한 진리를 향해 구도할 때 순간적으로 포착되는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 듯이 동굴의 우상을 벗어난 순간이다. 그러나 바디우는 동굴 밖에서 그것을 포착한 사람은 동굴로 다시 돌아와 그것을 나눠야 한다고 말한다. 


4. 물론 벽과 마주할 수 있다.

-저 만족의 기준으로 보면, 철학은 쓸모없다. 바디우의 입장에서, 또 유한한 인간의 입장에선 유한성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뭔가를 계속해 왔다. 의미의 부표 위로 끊임없이 이동하던가, 종교를 갖던가, 돈을 쌓아가던가.. 여하간 주체의 유한성이 주는 두려움을 잊기 위해, 또는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시도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이에게 동굴 밖에서 돌아온 자는 낯설다. 그는 함께 진리를 얘기해보자고 한다. 더 나은 세상에 대해, 더 나은 삶에 대해, 더 나은 가치에 대해 말해보자고 한다. 소크라테스가 그랬듯이 그는 "젊은이들을 타락시키려 온 것"만 같다. 


그러나 바디우는 단언한다. "완전한 행복은 무한에 대한 유한한 향유이다.(104)"라고. 유한한 존재가 궁극의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그 과정에서 찰나적으로라도 진리를 포착할 때 완전한 행복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 과정은 완전한 삶의 열망을 향한 여정의 회복을 의미한다.


바디우는 그 삶을 이렇게 말한다. "완전한 삶의 열망은 단지 이념과 진리로 표명될 뿐 아니라, 완성된 삶, 곧 진리에 관해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경험을 거친 삶이라는 개념으로도 표명된다.(113)"


이런 삶은 철학하는 삶이 된다. 진리를 추구하는 삶. 그 삶은 "삶의 내부에서 무엇이 참된 삶인지 알기 위한 실험을 계속(147)"하는 삶이다. 역설적이게도 진리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이 추구를 통해 "이 시대가 제시하는 것"이 무엇인지 문제 제기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시대가 원하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주체를 위한 진리의 개념을 구축할 수 있다. 그러나 철학하는 삶, 철학을 통해 우리가 얻는 차별화된 "행복"은 궁극적으로는 "참된 삶에 대한 실존적 경험"일 것이다. 2022.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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