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영훈 Apr 28. 2023

많은 책 중에서 한 권의 책을 고르는 법

동해선에서 읽을지도 모르는 책-의심의 철학

다들 딱히 궁금해하지도 않고, 알 필요도 없지만, 왠지 한 번쯤 써 보고 싶은, 많은 책 중에서 맘에 드는 책 고르는 법

글의 제목이 무지하게 길어졌다. 이달 초, 아내가 PDF 파일을 하나 보냈다. 자기 회사에서 지원하는 사람, 선착순 백 명인가, 이백 명인가에 한해 책을 사주겠다는 것. 물론 회사가 바보는 아니고... 그 책을 읽고 간단한 문서를 제출해야 한다. 아내가 보내온 파일은 그 책들의 목록.... 그 목록에서 한 권의 책을 골라낸 경험을 바탕 삼아 내 맘에 드는 책을 고르는 법도 아닌 규칙도 아닌... 그저 맘에 끌리는 책 한 권을 고르는 노하우를 써 봤다.


버릴 건 버려라

-무지 진지하게 썼지만 별 거 아니다. 일단 그 숫자에 놀랄 필요는 없다. 한 60페이지 됐나? 대략 오천 권 정도 됐던 것 같다. 난 처음 한 두 페이지만 있는 줄 알고 섣불리 책을 몇 권 추렸다가 그 많은 페이지의 존재를 알고 다시 추려가기 시작했다. 대체로 실용 서적이 절반 이상이다. 그러니까 컴퓨터나 IT, 자격증, 마케팅, 트렌드에 관한 책들, 소위 자기 계발서들 말이다. 그런 책들이 필요하지 않다면, 그러니까 실용적인 책으로 실용적인 도움을 받은 생각이 없다면 그 페이지들은 무시해도 된다. 그 파일에선 대략 열 페이지 정도 됐을까? 숫자로는 대략 한 천 개에서 이천 개?


분야를 좁혀라.

-책의 분야가 나눠져 있다. 문학, 인문, 사회과학, 과학, 교양, 실용.... 그중에서 한 분야만 고르면 된다. 문학에서도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시인지 고르면 되고.


흔하지 않은 책을 골라라

-지금 당장 작은 서점이나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도 살 수 있을만한 책은 뺐다. 어차피 그런 책은 시중에 차고 넘친다. 하나의 책이 시장에 차고 넘친다는, 특히 중고서점에 차고 넘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 많이 팔렸지만 소장하고 싶지는 않은 책이다. 둘째, 제법 주목은 받았지만 팔리지 않아 재고가 많은 책이다. 그래서 서점, 특히 중고서점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책은 대규모의 마케팅을 할 여력이 없는 소규모의 출판사의 책이거나 독자가 워낙 한정적이어서 시중에 풀린 권 수 자체가 많지 않은 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 뭔가 의미심장한 읽을거리를 찾는다면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제목의 책은 걸러라. 공짜로 책이 생기는 순간인데 기왕이면 좀 남다른 책을 골라야 하지 않겠나?


알 것 같지만 다를 것 같은 책을 골라라

-내가 고른 책에 등장하는 학자들은 대체로 익숙하다. 그러나 저자가 공대에서 철학을 강의하면서 선택한 철학자라면 그 해석이 궁금하다. 그런 책이 많다. 난 새를 좋아하지만 새 도감은 지루하다. 그러나 새가 사는 도시는 어떤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선 흥미를 갖고 있다. 난 광고 이론에 대해서도 잘 알고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그럭저럭 익숙하지만 일본의 24년 묵은 카피라이터가 그 회사를 때려치운 후 쓴 글은 궁금했다. 앞선 책이 그런 책이었다.


그래서 고른 책...

-아내가 준 명단을 두세 번 훑어본 후, 맘에 드는 책 몇 권을 골랐다. 앞에 번호들은 주로 최근 1,2년 사이의 베스트셀러다. 예를 들어 42번은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52번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였다. 처음엔 이 두 권이 끌렸다. 뒤로 넘어가 봤다. 462번, 조던 피터슨의 <질서 너머>, 501번 이진우 교수님의 #의심의_철학 , 3605 황현필 강사의 <이순신의 바다>, 3745는 에리히 프롬의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였다.


난 어떤 책을 골랐을까? 501번이었다. 포항공대에서 인문학이라곤 쥐뿔도 모르는 이공계 천재들에게 철학의 석학이 철학을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흥미롭지 않나? 의심의 주제와 그 주제에 맞는 학자들의 면면도 흥미롭다.


그럼 나머진 왜 탈락했냐... 그거야 앞에 이유들 때문이다. 언제라도 살 수 있을 정도로 흔한 책... 궁금하긴 하지만 지금의 내 독서의 맥락에선 조금 벗어난 책... 흥미롭긴 하지만 약간은 진부한 책... 뭐 그런 이유들로 탈락한 것들이다.


그러나 여전히 저 위의 책들은 내 흥미의 영역 안에 있다. 아마 언젠간 읽을지도... 물론 지금은 아니고... 여하간 다들 그렇게 망설임 없이 자신의 책을 선택했으면 좋겠다. 남들 다 읽는 책을 읽지 않는다고 큰 일 나지 않는다. 그 책을 모른다고 해서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고... 우리에겐 귀가 있지 않나? 그 책을 읽은 사람들이 열변을 토하는 걸 가만히 들어주면 된다.


물론 나중에 당신이 그 책을 읽으면 그 열변을 토했던 사람이 그 책을 잘 못 이해했거나 심지어 그 책을 읽지도 않고 그 책을 요약정리한 유튜브를 보고, 그 유튜버의 의견이 마치 자신의 의견인양 얘기했다는 걸 알게 될 수도 있다. 그래도... 그냥 모른 척해라... 히로노부의 말을 빌리면 요즘 같이 책을 읽지 않는 세상에 책에 관심이라도 가져주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매거진의 이전글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다나카 히로노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