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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훈 May 23. 2023

바람의 그림자 -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동해선에서 읽은 책 48

새벽에 잠이 깨어, 잠시 뒤척이다가 '오늘은 서평을 올려야지.'하고 생각했다. 뒤이어, '책 리뷰는 언제부터 쓴 걸까?' 하는 생각이 따라왔다. 아침에 일어나서 블로그를 봤다. 2008년부터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쓴 날짜를 보니 2005년이다.


글은 내가 찾을 수 있는 가장 오래전 책 리뷰다. 블로그엔 2008년 5월 4일 날짜로 올려져 있는데, 제목의 날짜는 2005년 5월 6일로 되어 있다. 아마도 싸이 월드 시기에 쓴 리뷰를 블로그로 옮겨 온 듯하다. 그 사이 많은 책을 버렸는데 용케 이 책은 있어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2023.0523


라틴문학을 대표하는 세 개의 작품이 "기억하다"라는 동사로 돼있다고 바람의 그림자 역자는 말했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가브리엘 마르께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 그리고 이 소설,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


뭔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과거의 객관적인 사실에 대한 감성적 윤색을 동반한다. 가난도 실연도, 상처도 복수도, 실수도 성공도 윤색된다. 그래서 가난은 현재의 먹고 삶에 대한 원동력으로... 실연은 좋은 여자를 가려내는 안목을 줬던 계기로... 상처는 성숙의 발판으로.. 복수는 상호 공존의 이유로... 그렇게 윤색된다.


바람의 그림자는 후회와 연민의 그림자를 쫓는다. 훌리안 까락스라는 사내의 이루지 못한 사랑과 천재적인 재능... 그리고 다니엘 샘페레라는 소년의 상처 투성이 성장 스토리... 그리고 이 들과 얽히며 삶에 질곡과 상처를 공유해야만 했던 사람들...


소설 속에서 훌리안 까락스는 자신의 존재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자신의 소설을 모두 찾아내어 불태우려고 한다. 자신의 하나뿐인 사랑-페넬로페-을 추억하며 불 같은 천재성과.... 언젠간 다시 만나리라는 희망으로 써 내려갔던 소설들을.. 그녀가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확인이 끝나자마자 낱낱이 태우러 다닌다.


사랑의 흔적은 사람의 기억 속에 남는다.

문신처럼...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다.


바람의 그림자는 그 스토리도 상당히 훌륭하지만 작가의 묘사력이 정말 뛰어나다. 스토리와 결말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문장의 맛을 한번 더 음미하기 위해 또 한 번 펼쳐보고 싶은 소설이다.

(원안 2005년 5월 6일, 블로그 업로드 2008년 5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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