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엔 파주에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이나 2학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5공 청문회 스타로 뜰 때도 겨우 중3이었다. 흐릿하게나마 80년, 광주에 대해 알게 된 건 90년대 중반, 남보다 늦게 대학에 들어가서부터였다. 입학을 하고 5월이 되니 5.18 사진전을 했다. 그때 처음 알았다.
IMF 즈음 대학원에 갔지만 나름 인문 좌파라는 교수나 학생, 누구 하나 광주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 선배들은 체 게바라 자서전이나 파농, 발터 벤야민 등의 책을 옆에 끼고 폼이나 잡았고, 교수들은 영국 문화이론이나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이론, 프랑스의 현대 철학 이론을 입에 주어 올릴 뿐이었다. 그러다 2006년, 강풀의 <26년>을 보며 다시 마주했다.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면서부터 역사 공부를 시작했다. 내 나름의 프로젝트였는데 그중 하나의 지류가 근현대사였다. 이 책은 그 프로젝트의 과제로 스스로에게 준 것이었다.
이 책은 기록물이다. 그러나 결코 담담하게 읽히지 않고 수월하게 읽히지도 않는다. 문장은 간결하나 행간마다 피와 고통이 묻어 있다. 부록만 백 페이지가 넘는 책이다. 잘 보관해 후대에 넘겨줘야 할 기록이다.
다 읽어갈 때쯤... 도올 선생님의 책 제목이 떠 올랐다. <우린 너무 몰랐다.>
어렵지 않은 문장이 무겁게 읽혔다. 부록만 백 여 장... 잘 보관했다가 딸에게도 읽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