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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에 대한 짧고 엉뚱한 생각들

진지하게 야한 농담들 32

by 최영훈

욕망은 요구를 넘어선다.

욕망(Desire)은 항상 요구(Demand)를 넘어서서, 요구 이전에 존재한다.... 요구는 욕망을 반드시 언어 형태로 표출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욕망의 진정한 의미를 드러내지 못한다. -아니카 르메르 <자크라캉>중에서.


표현되는 순간 이게 아닌데 느끼는 것들이 점점 많아진다. 마음속에서 여러 가지 감정, 의견, 생각들이 엉키지만 막상 말로 드러내보면 온전히 다 드러내지 못했다는 것을 실감한다. 표현은 반복되고, 단어는 매너리즘에 빠져있다.


그런데 비교적 젊은 시절, 2-30대를 돌아보면 성적인 욕망은 의외로 폭발시켜 본 적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보면서도 역겹거나 어떻게 저런, 같은 말이 절로 나올법한, 하드코어 포르노 수위 정도를 실현해 본 적은 없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교회를 다녀서 삼십 대 중반까지 교회를 열심히 다닌 사람치고는 잘도 욕망을 실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당시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매일 해도 다 풀리지 않는 갈망 같은 것이 있었고 침대를 다 적실정도로 땀을 흘리며 섹스를 해도 품에서 여자를 놓아주고 싶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 나이 먹고 보니 나름 소진했고 탈진했었던 듯하다.


요즘도 가끔 뜨거운 그림이 머릿속에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이젠 내 몸이 그 뜨거움을 감당 못할 거라는 걸 알기에 주섬주섬 옷을 차려입고 황령산에 오른다. 자신감의 문제라기 보단 그림의 문제인 것 같다.

그 뜨거운 그림 안에 나를 그려놓으면 예쁘지가 않다. 예쁘던 시절은 지났다. 그래서 늘 하는 얘기지만 젊은 여제자나 직원을 탐하는 늙은이들이 이해가 안 가는 것 같다. 그림이 안 예쁜 걸 모르는 걸까? “그림 좋다.”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제는 좀 알 것도 같다. 2015. 2. 25.


민조킹의 일러스트를 보면서

오늘 우연히 그녀의 그림을 보게 됐다. 야한 그림 그리는 여자... 그녀의 그림은 야하기 보다는 담백하다. 그러니까 포르노가 우리의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는 성적 판타지를 구현함으로써 우리에게 자극을 준다면 그녀의 그림은 우리가 다 한 번쯤 해 봤음직한, 아니 소위 연애를 해봤다면 다 했고 겪었을 법한... 그런 상황, 장면, 액션의 정지 화면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게다가 그 선들이 순하고 부드러워서 더 현실적이다.


포르노에 나오는 여자들은 허리는 잘록하고 가슴은 크다. 남자들은 다 근육질이거나 물건이 팔뚝만 하다. 그것은 지구상에는 존재하지만 내 현실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이다. 그러니까 판타지. 사자나 호랑이를 돈을 내고 동물원에 가야 볼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희귀한 성적 존재를 포르노를 통해 보는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그림 속 야함은 실천 가능한, 실현했었던 야함이다. 그래서 어쩌면 가장 야한 그림일지도 모른다. 야함이 현실에서 출발하고 현실에서 다시 재현할 수 있는 것이라면 야함은 일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판타지 가득한 포르노보다 그녀의 그림 한 컷이 오늘밤 더 많은 연인들을 뜨겁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계획이 있던 커플들도 저 현실적인 몸매를 가진 사람들이 행하는 실현 가능한 액션의 스틸컷을 보면서 성적 실천 의욕을 불태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진이 심의기준을 통과할지 예측할 수 없다. 다들 알아서 검색해 보시길. 서점에도 그녀의 책이 있다. 그녀의 현실적인 그림들 속에서 동감과 공감의 스틸컷을 발견하고 약간의 흥분을 느꼈다면.. 아니 느끼길 바란다. 그래서 오늘밤엔, 잠시 추워진다는 예보까지 있는 오늘밤엔 외출을 삼가고 저 둥근 선으로 그려진 사람들과 비슷한 몸매를 가지고 있을 연인과 성적인 현실 실천을 해보는 밤이 되길... 더 나아가 그런 밤들이 자주 이어져 성이 판타지가 아니라 잔잔한 일상이 되길.... 2017. 11. 11.


그녀의 문신

한창 야동 볼 때 일이 갑자기 생각났다. 한 여배우의 등에 알 수 없는 문신이 생겼다. 처음에 그게 뭔지 몰랐다. 그러다 일 년쯤 지나서 보니 작은 섬들이 만들어낸 군도처럼 보였던 등의 문신은 치타나 표범의 무늬를 만들기 위한 밑그림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포르노를 찍어서 돈을 벌 때마다 그 무늬에 색을 더했다. 몇 년쯤 지나서 그녀의 오른쪽 견갑골 쪽에 치타와 같은 무늬가 생겼다. 봉황의 날개와 같은 것이 더해져서. 대충 이런 무늬다. 물론 이것보다 세배는 크고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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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생각해 보면 우습지만, 좀 더 생각해 보면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자신의 어깨와 등에 문신하기 위해 포르노를 찍는 여자. 아니 포르노로 벌은 돈을 문신에 쓴 건가? 어찌 됐든 그때는 제법 힘들게 번 돈을 왜 저런데 쓰나 혀를 찼었다.


그러나 나이 들어 생각해 보니... 그리고 얼마 전 신해철의 마지막 강연을 보고 나니... 그녀가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왜 사냐는 질문에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라고 신해철은 말했었다. 그녀는 돈을 버는 게, 포르노를 찍고, 섹스하는 것이 행복한 게 아니라... 그걸 통해 번 돈으로 몸에 화려한 문신을 완성해 나가는 게 행복했었던 것이다. 그녀가 그걸로 행복하다면 그녀는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이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자신만의 행복해지는 비법을 아는 사람은 살아야 할 이유를 아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은 그것이 명예, 재물, 건강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가족이나 자녀의 안녕과 성공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녀에겐 문신이고...


그래서... 생각해 보니 돈 벌어서 성형수술 하고 싶다는 여자들의 욕망 또한 하찮은 것이 아니다. 그걸로 행복해질 수 있다면 연봉 대부분을 쏟아 넣은들 어떠랴. 빚만 안 내고, 타인한테 피해만 안 준다면 그거야말로 행복 추구권의 실현이다.


그러니 타인이 행복하기 위해서 뭔가를 하는 것을 함부로 비 웃을 일이 아니다. 오히려 무엇이 날 행복하게 하는지 모르는 스스로를 비웃어야 한다. 돌아보면 그때 그걸 못해서 안타까운 것들이 어디 한두 개이던가... 그래.. 문신도, 염색도 해보려 했지만 놓쳐버렸다. 난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고 있나? 일단 요즘엔 매주 한번 농구를 하러 간다.


사족....

그녀의 등에 문신이 변해가는 걸 보는 것이 그때는 재미있었고 신기했다. 그리고 미국은 생각보다 문신이 비싸구나 생각도 들었다. 또... 몇 년간 한 여자를 만나면서 여자가 몸의 문신을 점점 발전시켜 나가는 걸, 벗길 때마다 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복잡한 문신, 여러 개의 문신이 있는 여자가 다른 시기, 다른 남자들을 만나면... 그녀의 문신은 다 개별적으로 기억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또.. 어쩌면 당연하게도 문신 없이도 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다 개별적으로 기억되겠구나... 그러니까 전혀 다른 사람으로 기억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최근 한 게시판에서 본.... 여자 친구의 쌍꺼풀 수술을 극도로 말렸는데 방학 때 몰래 하고 왔다. 그런데 너무 예뻐져서 당황스럽다. 그래서 욕도 못하고 칭찬도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좋겠냐...라는 하소연이 생각난다. 운이 좋은 남자다. 변화 전과 후를 다 알고 있는 남자가 어디 흔하겠는가? 2017.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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