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로운 한 사람

꿈꾸는 카메라: 사창가에서 태어나 / 휘슬블로어-내부고발자를 보고

by Joseph Cho
274CFC335405C50435613E
221B65345405C50E23B99D



꿈꾸는 카메라: 사창가에서 태어나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41072 )

내부고발자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59930 )


세상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럽고 추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타락할 때로 타락해서 이 땅의 희망이 없다는 회의감도 든다. 그래도 그 속에서 빛을 밝히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기적이고 감사하다. 이들이야 말로 인간이 동물처럼 본능대로만 산다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런 선함이 인간의 원래의 본성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최근의 본 두 편의 영화 '휘슬블로어(내부고발자)', '꿈꾸는 카메라'는 인신매매와 성매매를 다루고 있다. 휘슬블로어는 보스니아의 파견된 UN 평화유지군의 간부들이 인신매매 범죄의 배후라는 사실과 이를 은폐하려던 UN의 시도를 밝혀낸 내부고발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고, 꿈꾸는 카메라는 인도에 사창가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캐나다의 사진기자가 함께 1년 이상을 체류하면서 아이들에게 사진기를 보급하고 사진 기술을 가르쳐서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사창가를 벗어나게 도와주는 프로젝트를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영화를 보고 이런저런 수많은 생각과 감상평들이 떠올랐지만 나에게 끊임없이 들었던 한 가지 생각은 과연 '누가 의로운 한 사람이 되는 것일까'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낭만의 환상을 가지고 배낭여행을 떠나는 동유럽과 인도에서 낭만과 환상이 아닌 내 일도 아닌 남의 일을 돕기 위해 시간과 돈을 들이고 사서 고생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휘슬블로어에 나오는 캐스린(여주인공)은 미국에서 경찰일을 하다가 높은 보수를 위해 UN 평화유지군으로 보스니아의 파견근무를 나간다. 내전 후의 질서가 무너지고 경제가 엉망이 된 보스니아는 인신매매가 심한 사회문제가 됐는데 캐스린은 업소에 팔려간 여학생들을 구해내고 여성 보호소로 이전하는데 도움을 준다. 처음에는 이렇게 팔려간 여자 아이들을 구해내는데 도움을 줬는데 이상하게 구출됐던 여학생들이 사라지고 다른 업소에서 구출됐던 여성이 다시 목격되는 일을 겪고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챈다. 알고 보니 현지 경찰들, 고위공무원, 심지어 UN 평화유지군과 간부들까지 모두 이런 성매매업소를 이용하고 돈을 챙겨 받으면서 범죄의 배후에 있었던 것이다. 캐스린은 팔린 여학생을 법원에 증인으로 세워 보스니아의 인신매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였지만 같이 일하던 동료 또한 성매매 배후의 연루되어있었으며 심지어 UN 본부에서 사건을 덮기 위해 캐스린을 면직 처리시키고 증거 파일들을 모두 파쇄해버린다. 하지만 주요 파일들이 국제 언론기관의 전달되면서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게 된다.


꿈꾸는 카메라는 휘슬블로어와 성매매를 해결하기 위한 조금 다른 접근법을 보여준다. 휘슬블로어에서 원천적으로 팔려가는 인신매매 여성을 구조하고 업소에 팔린 여성들을 구조하려는 노력을 했다면, 꿈꾸는 카메라에서는 사창가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성매매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가족에서 태어나서 성매매를 강요받는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와 다른 삶의 기회를 주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보스니와와 인도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할 텐데, 인도에서는 생계 수단으로 성매매를 하고 있는 가정들이 있다. 사창가 마을을 이뤄서 남편이 아내에게 성매매를 시키고(혹은 자발적으로) 어머니가 딸에게 성매매를 시켜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가난을 탈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끼니를 유지하기 위해 성매매를 생계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가정과 마을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다른 선택의 길이 없이 자연스럽게 가족에 의해 성매매를 강요받고 몸을 팔게 된다. 자나(다큐멘터리 감독)는 이런 사창가에 1년 이상 함께 거주하면서 이들의 삶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사진기를 쥐어주고 사진 수업을 시작한다. 아이들은 사진기를 들고 자기 삶의 터전에서 자기들의 시선으로 다양한 사진들을 찍어오고 사진 수업을 통해서 수준 있는 사진까지 찍게 된다. 이렇게 모여진 사진으로 작품집도 만들고 전시회도 하게 된다. 항상 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공부할 기회가 없었던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즐거운 시간처럼 보였다. 하지만 부모들은 아이들이 수업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집안의 인력이 부족해지니까 아이들을 제한하기 시작한다. 감독은 이 아이들을 받아 줄 수 있는 보딩스쿨(기숙사 학교)을 찾아다니지만 어떤 학교에서도 성매매에 노출된 아이들을 받아 줄 수 없다고 한다. 어렵게 한 학교가 아이들을 받아줄 수 있다고 해서 후원자도 찾고 학교에서도 허락을 받아서 몇 명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게 됐는데 마지막 결말 부분에 절반이 넘는 아이들이 부모들의 강제로 인해 학교를 그만두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 집안일과 성매매일을 시작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로 끝이 난다.


두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자기 일이 아닌 일들을 해결하려고 발 벗고 나섰다. 물론 처음부터 이럴 줄 알고 시작했던 것은 아닐 테지만 캐스린은 국가와 국제 거대 조직과 맞서는 일을 선택했고, 자나는 인도에 사창가에서 아이들과 함께 거주하면서 수업을 진행하고 아이들의 권익을 대변하는데 앞장섰다. '방법적으로 옳았는가', '결과가 좋았는가'에 대한 평가는 보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들의 선한 동기와 열정에 대해서는 격려를 보내고 박수쳐주고 싶다.


누군가는 이런 사람들 보고 오지랖도 넓다고 자기일이나 잘하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모두에게 옳은 일을 할 때의 기쁨, 옳지 못한 일에 대한 양심의 찔림이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사회 계약으로 만들어진 질서와 법에 의해서 지배받는 것이 아니라, 우리 속에 내재된 마음의 법에 의했다고 믿는다. 아마도 이들은 그런 마음속의 울림의 진실되게 반응했기에 용기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들은 범죄의 연류 돼있던 권력의 반기를 들고 또한 이를 보고도 침묵으로 동조해 온 대중들과 다른 길을 선택한 의로운 한 사람들이다.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생명의 위협 속에서 UN 같은 거대 권력을 등지거나, 1년이 넘는 시간을 결과가 보장되지 않은 프로젝트에 바치는 것? 쉽지 않을 것 같다. 지금도 묵인하고 남의 일이라고 신경 안 쓰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나도 그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은 해보지만 절대로 쉬운 결정은 아닐 것 같다. 하지만 선택해야 하는 때가 닥쳤을 때 의로운 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을 소망한다. 시끄러운 세상, 추악한 세상 속에서 더 많은 의로운 한 사람들이 등장했으면 좋겠다.


* 이 이야기는 티스토리 블로그에 올렸던 글입니다. (http://josephcho.tistory.com/53)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