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짓기는 처음이라 "짬글 " -1
<내집짓기는 처음이라>는 새집을 지으면서 만나게 된 이야기다. 전체 전개는 집집기 과정의 순서대로 글을 올려야 하는 일종의 강제가 있어,
그 기간과 상관없이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집관리차원의 이야기를 놓치게 된다. 그래서 이런 <짬글>을 넣기로 했다. 내집짓기에 알면 도움이 될만한 '현재 순간' 전하면 좋은 글을 넣기로 했다.
짬글 < 그 첫 번째 이야기>
“난 전생에 무수리였는가?"
집에 있는 시간이 오래다 보니 이젠 하다 하다 하수구에 낀 석회깨는 작업까지 한다.
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는가? 는 한번 알려야 할 것 같다. 지난 연말 크리스마스 앞둔 이틀 전 눈이 많이 온날, 사무실 출근길에 주차장 경사 빙판에 미끄러져 심한 낙상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오른팔 어깨 부분이 동강이 나서 응급수술을 받았다. 그 덕분에 한 달 넘게 요양이 필요해서, 그리 원하던 '동면하는 인간'을 어이없게 누리게 되었다.
사실 제대로 된 트렌치는 몇 개의 겹으로 되어있어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일반인들이 캡을 열어도 그 밑 하수구 내부를 직접 보긴 어렵다. 몇 년 전인가 심하게 물이 안 내려가서 기술자를 불렀었다. 기계로 낀 석회를 깨야 한다고 해서 몇십만 원인가 꽤 금액을 지불하고 바이브레이터라는 기계를 이용해서 하수를 뚫었던 기억이 있다. 참고로 나는 현재 공동주택(아파트라 부르는)에 산다. 이 아파트는 지어 지니지 20년이 지난 건물이라, 이런 것은 건물이 오래되면 당연히 생기는 부산물이다. 나도 이때 석회산을 처음 보았다.
샤워실 하수구가 물이 잘 안 내려가서, 트래펑, 머리카락제거기를 동원해도 현치 않아서 뭔가 더 큰 게 있겠구나 싶었다. 옛 보수기억을 더듬어 트렌치의 몇 개의 캡을 빼니 허옇게 싸인 석회물때가 석회동굴의 석회암처럼 피어있었다. 이 장관? 은 깨기 전에 찍지 않아 없다. 아까비~. 아들들에게 집관리하는 법을 알려줘야 할 때 좋은 예인데, 그만 놓쳤다. 집 짓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관리이다. 이미 지어진 건물을 사거나 임대에 들어가도 최소한의 관리는 자신들이 하여야 건물을 오래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은 살면서 알아두면 좋은 팁이다. 이 석회물때는 보기에는 흉측하나 냄새는 역하지 않았다. 주로 비누과 물석회가 섞인 것으로 그런 것 같다.
처음엔 엄두가 안 났다. 사실 팔도 제대로 못쓰고 있는 상황인데, 이걸 '내가 해 말아' 하는 갈등이 내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나의 몸은 이미 신발장 서랍을 열어 할 수 있을 만한 장비를 찾고 있었다. 물때이고 석회와 비누, 그리고 화장실용 유한락스가 섞여있는 것일 거라 딱딱한 걸로 두두리면 부서지지 않을까? 했다. 지난번처럼 전문적인 기계를 동원하지 않고도 단단한 망치 같은 걸로 깰 수 있지 않을까 했다. 현실은 망치는 커서 안 들어갔고 집에 자동차 바퀴 휠 나사 돌리는 것이 있길래 (이것의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다. ) 그것으로 쳐보니 가능했다.
'불편한 하나의 오른팔과 불편한 외손 손가락으로 이걸 하고 있다니 나도 참 가관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보고 나니 못 넘어가겠더라. 두 손으로 왼팔은 힘을, 정확한 방향은 오른손으로 잡고 살살 깨니 되었다. 조금만 해보자 한 게 나의 집요병이 나타나 끝까지 하고 말았다. 이때 주의할 것이 깬 석회가 하수 밑으로 내려가면 안 되어서 깬 조각들을 손으로 끄집어내어 따로 버려야 한다.
나는 사실 수도꼭지에 남는 물방울 자욱도 잘 못 견딘다. 그리고 아시는 분들은 다 안다. 이 물방울 자국은 매번 생기고 매일 닦아주어야 한다. 해서 손을 닦고 나면 수도꼭지 주변을 사용한 수건으로 싹싹 닦고 나온다. 이런 나인데 5년 전 암수술 후 집안일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었다. 그 이후로 일주일에 두 번 도우미 분이 오셔서 청소를 해주시나 내 눈에만 보이는 구석구석 깨끗하게 하시지는 못한다. 더욱이 이분은 정리는 잼뱅인 분이시다. 두 집 살림 (회사와 집)을 나는 내 맘만큼 정리를 그때그때 하며 살기는 어렵다. 그러다 보니 지난 5년 동안 눈감고 지낸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 오른팔 골절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계속 눈에 보이는 대로 정리며 청소며 하게 된다. 거의 한 손 그것도 왼손으로 해야 하다 보니 하루종일 서서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이런 나를 발견하곤 흠칫 놀라 '맞아 나 쉬고 있는 중이지. 덧날라 그만그만 '을 외치곤 한다. 그러나 하나씩 깔끔해지는 집안을 보니 절로 기분이 나아진다. 그러니 외면을 하기도 어렵다.
하수구가 잘 내려가서 기분이 째지나, '아이고 허리야....' 한참 구부리고 작업을 했더니 허리가 꼬부랑 고정되었다. 허리도 필 겸, 누워 쉬다가 문뜩 거대한 생각이 스쳤나?
"그나저나 난 전생에 무수리였냐? "
왜 이렇게 일을 해대냐. -.-;;;;;; 워크홀릭의 비애이다.
#여러분도가능해요
#하수배관석회제거
#워크홀릭자의비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