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을 짓는 일은 내 삶의 뿌리를 그곳에 내리는 일이다.
"왓! 또 올랐다고요? "
"왓!! 4억을 더 달라고요? " "왓! 평당 2000만원을 더 달라고요? "
2년 전 봄 내가 흔히 접했던 상황이었다. 개인으로는 한 시점에 가장 큰 금액의 흥정이 있던 순간이 아니었을까 한다. 부동산 시장은 거래의 시장이니, 흥정은 당연하지만 얘기된 금액으로 하겠다하곤 다시 안 팔기로 했다고 연락을 받거나, 계약서를 쓰는 시점에 변심의 요구 금액은 감당할 수 있는 예상치를 훌쩍 넘어서곤 했다.
사회적인 수입과는 거리가 너무 먼 비싼 부동산 가격,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은행 잔고를 다 끌어모으고, 생전 돌아보지 않던 대출이자를 간음해서 어렵게 계약을 결정해가면 어제의 금액으로는 안 하겠다는 주인의 번복, 또다시 훌쩍 뛰어버린 금액 앞에 좌절하는 이런 경험은 비단 내 집 짓기를 시도하지 않아도, 그것이 매매던, 전세던; 월세던 한국사회에서는 집을 구할 때 많은 사람들이 크게 작게 경험하고 있는 일이다. 그러나 내가 땅 찾기를 시작하면서 경험한 그것은 시기적인 면에서 달랐다.
2년전 봄이면 2020년 코로나 19가 창궐하여 세상은 문을 닫고, 주변의 건물들의 임대는 여기저기 텅텅 비어나가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 그 불안정한 시기에 나는 땅을 찾아 헤매고 돌아다녔다. 사무실 사옥부지를 찾는 일이었다. 작더라도 사옥에 대한 욕망은 건축가라면 가슴에 담고 사는 바램이다. 자신의 집을 짓는 싶은 마음은 가장 근원적인 인간의 본능이고 건축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그중에서도 그 본능이 더 큰 사람들이다. 더구나 자신에게 맞춘 공간에서 더 좋은 영감을 받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때문에 그 욕망이 틈만나면 비집고 나온다.
그렇게 시작한 땅 찾기는 우선 10년을 넘게 있던 현재의 회사 근처에서 시작했다. 오래 기거했던 동네는 구석구석 잘 알고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익숙한 동네여서 선택에 대한 안정감도 있다. 자신에게 맞는 부동산을 찾으려면 꽤나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몇 해 전부터 슬슬 가고 싶은 동네 중심으로 부동산을 찾아보곤 했지만 전적으로 찾아 본건 아니어서 상대적 비교우위의 기준 정도밖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회사 주변 동네에 매매로 나온 물건은 많지 않아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그러면서 주변의 조언을 들어 눈을 조금 멀리 돌려 핫하다는 성수동도 보고, 삼성동도 시도해 보았다. 그러면서 소위 한국 부동산 시장의 시가들을 직접 볼 수 있었고, 요동치는 부동산 가격의 움직임을 처음으로 접했다.
부동산 찾기 시작하면 부동산 중개소와 컨설턴트들이 다른 지역 물건의 정보도 보내준다. 이것을 통해 직접 가보지 않고도 많은 지역의 부동산을 볼 수 있는데, 세부적인 정보를 보면서 생각보다 임대료가 부동산 시세 대비 높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예전에 부동산 가격으로 산 원주인들에게는 괜찮은 임대료였을지 모르지만 이미 많이 올라버린 현재의 부동산 가격에는 대출이자 내기도 빠듯한 건물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건물들이 너무 낡아서 리모델링해서 쓰려해도 그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래서 한국의 부동산은 사고팔아서 이윤을 남기는 방식으로 가는가 싶기도 했다. 그리고 매매로 나오는 물건은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많았고 왜 아파트 갭 투자가 가능한지를 보았다. 내 건물을 짓겠다던 내게도 잠시 잠깐 갭 투자의 유혹이 스쳐 지나갔다.
이보다 놀라운 것은 따로 있었다. 당시 코로나 여파로 세상은 점점 잠들어가고 있는데, 여기에 아랑곳하지 않는 부동산 가격이었다. '임대'라는 현수막이 채워지면서 중간중간 비어져 가는 건물들을 보면 현재보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사회현상만 보면 땅을 구입하고 게다가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은 위험해 보이는 시점이었다. 중앙 은행권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일반인보다 기업들의 내부 상태를 더 잘 아는 바, 우리가 겉으로 보는 산업의 실태가 더 나쁘다고 컨설팅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다르게 돌아갔다.
이상한 부동산 시장
모두들 기억하겠지만 이 시기는 한국에서 부동산을 잡겠다고 부동산 정택의 변화가 크게 있던 시점이었다. 3월에는 부동산 가격이 높긴 해도 그리 움직임이 크지 않았다. 동네별로, 크기별로 순위를 정해서 고려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5월부터는 달랐다. 하루가 다르게 또 오르고 올랐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정책의 목적과 방향이 다르게 흐르고 있었다. 필요에 의해서 부동산을 여기저기 보러 다녔던 나는 그 실체를 보았다. 정책의 목적과는 반대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광경을 목도한 것이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내가 마주한 세상은 합리적인 선택과 결정을 하기에는 너무도 어렵고 불안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알게 된 것은 여유 있는 투자자들은 이런 시기를 미래의 투자 최적기로 보고 더 투자한다는 것이었다. 쌀 때 사서 상황이 나아질 때 그 차액을 더 증가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실수요자들보다 이들의 배팅금액은 더 높다. 임대가 비어지는 때가 건물을 리모델링할 수 있는 최적기란 사실도 알게 되었다. 또한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대출이 필요했던 나는 2021년 가을부터 시작된 정책적인 기준 금리인상을 피부를 느끼면서 그전에 1% 대의 대출 기준금리가 사람들의 부동산에 대한 수요를 부추겼던 이유도 발견했다. 그러나 땅을 선택해야 했던 당시 나는 그야말로 부동산 완전 초보였다. 건축을 설계하는 것 빼고는 준비된 것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깨달음의 순간은 집을 짓는 동안 또 오고 또 왔다.
갈 곳이 참 마땅치 않았다.
집을 지어보겠다고 서울시내 동네를 돌아다녀보면 정말 동네가 구석구석 후진 것을 발견한다. 내경 우에 단순 임대나 투자로 사는 부동산이 아니어서 선택은 더 어려웠다. 거의 하루 종일 지낼 곳이니 그래도 자연의 숲이 가까이 있는 곳을 우선순위로 두었고, 동네의 작은 쌈지공원이라도 보이는 위치의 대지를 찾아서 다녔다. 서울시내이다 보니 시공 때를 고려해서 도로 폭은 괜찮은지 (레미콘차가 들어가는데 문제가 없는지), 민원의 소지가 있을 주변 대지와의 경계는 깔끔한지, 간격은 적당한지, 법적인 것을 감안해 차후 앞, 옆, 뒷건물이 변화가 있다면 어떤 영향을 받을지 등등을 살피고 골랐다.
그중 맘에 드는 위치의 땅은 내 기준에는 너무 비싸고 땅값이 비싸니 이미 지어진 건물이라도 사용해야 하는데 설상가상으로 그곳에 있는 건물들은 너무 낡아서 리모델링 비용도 만만치 않았고 원래 건물의 구조적 한계로 좋아지기도 어려웠다. 허물고 새로 지어야 하는데 신축비용과 지어질 동안 버틸 비용까지 생각하면 엄청난 대출금을 머리에 이고 가야 할 판이었다. 이런저런 불안에 떨면서도 핫하다는 동네에 나도 편승해야 하나? 하는 왔다 갔다 하는 사이 부동산 가격 오름은 가팔라져 가고, 나왔던 물건은 다시 들어가고 나의 선택지는 점점 더 좁아져만 갔다.
결국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른 시점에 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현재의 회사 근처의 순위에서 밀려있던 작은 땅을 구입했다. 멸실하기에 쉬운 허름한 집이 있는 작은 땅.
"건축가인데 이미 오른 동네에? 다 오른 가격을 주고 사는 것은 아니지. 내가 좋은 건물로 동네를 바꾸지 뭐." 하고 4순위에 있던 곳을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그것이 치기였는지 아닌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아직 그 미래는 오지 않았으니.
내 집 짓기는 생각보다 긴 기간 수많은 선택과 결정을 하는 일이다.
'내 집을 지으면 10년을 늙는다는 말'은 한번 선택하면 바꾸기 어려운 결정의 순간이 크게, 자주 있어서 나온 말이 아닌가 한다. 그 모든 결정에 거금의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포함해서 말이다. 내 집 짓기를 해보면 자신이 결정장애가 이렇게 심하게 있는 사람인가? 놀라게 된다. 그만큼 중량감 있는 결정의 순간이 자주 있다.
보통 부모님과 같이 사는 미성년자가 아니면 (일부 성년 포함) 매매, 아파트 청약, 전세나 월세로 집을 구하고, 방을 구해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그 선택과 결정에서 고려하는 여러 변수들, 지불해야 할 돈을 어떻게 장만하고, 입주 기간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 사무실까지, 학교까지 가는 시간과 교통은 어떤지, 주변 환경은 어떤지, 등등 고려해 결정한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내가 기거할 곳을 선택하는 일은 인간이 쓰는 돈 중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치르는 곳이기도 하고, 아무리 작은 방이라도 자신의 공간을 결정하는 일은 대부분 사람들은 숙고한다. 그러나 어렵게 결정한 곳이라 해도 만약 그곳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면 전세나 월세는 그곳을 떠나기 쉽다. ( 물론 떠나고 싶지 않을 때 떠나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집주인이 세를 올린다던지) 그래서 예초의 그 선택의 무게가 집을 사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가볍다.
내 집을 짓는 일은 내 삶의 뿌리를 그곳에 내리는 일이다.
집을 사거나 건물을 사는 일은 이보다 더 신중함을 요한다. 그곳에서의 장기적인 인생을 예측해야 한다. 이미 지어진 집을 사는 것은 그래도 그 고민의 시점이 한정적이다. 어려운 결정이어도 그 고심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끝난다. 내 집을 짓는 것은 이 부분이 가장 크게 다르다. 훨씬 장기적인 계획과 구상 그리고 집이 지어질 때까지의 기간을 버틸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지을 때 속출하는 각종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재정적, 심리적 버팀을 요한다.
내 집 짓기는 그 땅에 무에서 유가 나오듯 보이지 않던 실체를 만드는 일이다. 가지고 있던 땅도 그곳에 어떤 건물이 세워지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때에 따라서 자신에게 더 맞는 땅을 사기 위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땅을 다른 땅으로 교환해야 할 일도 생기고, 막상 땅을 찾다 보면 충분히 고려할 시간을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 집 짓기를 하면서 분야별 많은 전문가(건축가, 시공사, 세무사, 공인중개사, 은행가 등) 많은 전문가를 만나고 조언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수많은 단계별 전문가를 선별하는 일도, 그들의 조언 중 좋은 결정에 필요한 것을 자신이 취사선택하는 것도 자신의 몫이고 그 모든 결정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사람들은 직면하기 전에는 관심을 기울이기 어렵다
만약 내 집 짓기를 계획하고 있다면, 평소에 땅과 관련된 정보와 주변 지식에 귀 기울이기를 권하고 싶다. 전문적인 지식은 아니어도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기본은 가지고 있어야 필요한 시점에 직관적인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물을 지으려면 대출을 피하기는 어려우니 자신이 받을 수 있는 대출방식뿐 아니라 금리에 대해서도 왜 이자율이 올라가는지, 내려가는지, 우리나라 금리에 영향을 주는 정책과 세계 통화의 흐름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읽어두기를 권한다. 부동산을 소유하는 일이니 관련 세금에 대해서도 공부해 두길 권한다. 집을 지을 땅을 결정하는 일은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한 일이다. 원래 가지고 있던 땅이 아니라면 집 지을 땅을 결정해야 하는 타임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직면해서 우왕좌왕하는 시간은 비용을 치르게 된다.
내재된 경험이 결정적 순간에 후회가 적을 직관을 발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