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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이서 May 07. 2023

이제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도시풍경을 기대할 때

도시의 활력 요소가 되는 상가건축디자인


우연히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앗, 저게 뭐지?” 하며 내 눈을 훅! 잡아끄는 건물이 있었다. 건물 파사드가 디자인이 독특해서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앞으로 사용될 용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건축가들은 전면만 보고도 대체로 어떤 용도로 쓰일 건물인지를 파악이 된다. 용도별 건축물마다 어느 정도 유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건물은 위치상 상업건물인 것은 알겠는데, 그런 장소에 익숙하지 않은 정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독특한 디자인을 만들고 있는 것은 발코니 같아 보였고, 각 창에만 연결된 발코니가 아니라 사람들이 걸을 수 있게 길게 이어져 있는 발코니였다. 그렇게 시작된 내 궁금함은 차의 속도에 밀려 고개 뒤로 사라져버렸다.

상가건축에 발코니 파사드가 특별한 건축디자인이 된 좋은 사례 , 사진 전이서


도시의 입체화, 도시활력을 가져다 주는 디자인

한참 시간이 지나 어느 날 다시 우연히 그 길에 들어섰다. 기억 속에서 사라졌던 그 건물이 정확히 그 용도를 드러낸 모습으로 내 시야에 들어왔다. 당시는 발견 못 했던 그 뒤로 쭉 늘어서 있는 새로 지어진 아파트가 보였고, 그 건물의 용도는 아파트 단지 앞 상가건물이었다. 사람들이 길처럼 걸어 올라갈 수 있는 발코니가 5층까지 쭉 이어진 건축물이었다. 그냥 간판을 줄지어 단 네모난 건물일 수 있던 상가건물이 도시의 특별한 풍경이 되는 순간이었다.


 ‘거리’를 5층까지 끌어올린 상가건축

이 건축물은 이 부분 상가를 5층까지 가두점화 시킨 것이었다. 건물 안 상점보다 ‘가두점(road shop)’이 좋은 것은 사람들이 길을 걷다가 상점에 쓱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길거리 상점, 로드샵이라 불리는 가두점은 이렇듯 사람들의 접근성이 좋고, 각 상점의 모습이 거리로 드러나 특징적 거리를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상점을 들락날락하는 사람들의 활동이, 길을 지나는 사람들, 가로수, 자동차의 움직임과 겹치며 활력있는 도시풍경을 자아낸다. 이렇듯 장점이 많은 가두점은 길과 접해야 하기에 보통 1층에 국한된다. 그 한계로 1층 임대료가 높은 이유이다. 그런데 이 건축물은 그 거리를 5층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보통 우리가 흔히 보던 발코니를 상점건축에 이용해서 말이다. 게다가 길게 이어진 발코니를 건축물의 특징으로 만들어 디자인으로 승화시킨 좋은 예였다.

디자인을 통한 상업성기대

건물 안에 갇힌 상점들은 간판에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저마다 간판의 면적을 넓히며 간판으로 ‘우리집으로 와’ 소리 지르는 건물이 되는 이유이다. 간판으로 뒤덮인 상가건물을 기억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건물 외피가 간판으로 아우성치는 많은 상가건물로부터 탈피할 수 있는 혜안을 지닌 건축물이었다.


* 서울시 서초구 무지개아파트 사거리 전경 , 거리가 5층까지 끌어올려진 상가건축, 도시를 향해 열리진 상가 건축이 도시의 활력을 증대시키는 건축물이 된 좋은 예. 사진/전이서


우리는 이제 익숙하지 않았던 도시풍경을 기대할 때가 되었다.


이런 시도는 손뼉을 쳐주고 싶다. 아마도 일반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건축일 것이다. 처음 건축가가 이 제안을 내놓았을 때 적지 않이 발주처와 충돌이 있었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껏 익숙하지 않은 유형의 건물에 선뜻 손을 들어주는 발주처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건물과 접하는 외부공간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땅끝 하나까지 내부화하기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겐 이런 시도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접근이다. 특히나 고층화된 건물과 연접한 외부공간에 대한 거부감은 겨울이 추운 계절적 원인도 있지만 중요한 원인으로 새로운 것에 대한 수용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그 근저에는 국민 대다수가 건물과 연접한 외부공간에 대한 경험이 무미건조한 복도식 아파트에 대한 경험이 전부인 까닭이기도 하다. 좋은 외부공간에 대한 경험이 적으면 좋은 안을 보고 미래를 투사하기 어렵다. 좋은 혜안을 가져도 많은 사람들이 수용하지 못하면 그 가치는 반영되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가 만날 근사한 도시모습에 늦게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좋은 외부공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건축물과 연접한 근사한 외부공간은 사람도, 도시도 숨 쉬게 한다. 그것을 무시하기에 우리 도시는 아직도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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